(제4편) 한열변증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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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편) 한열변증 ①
  • 승인 2013.11.21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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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무학회 학술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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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동무학회 ‘새로운 사상의학을 논하다’(8)

1.한열변증의 인식전환 : 한열은 변증의 첫 단추이다?

미용실을 운영하는 39세 여성이 내원했다. 마른 체형에 직업병 때문인지는 몰라도 양손가락 관절과 턱관절 통증을 호소했다. 약물력을 보니 류마티스 관절염을 진단 받아 4년째 양약을 복용 중이었고, 약을 먹지 않으면 손가락 관절통증으로 가위질조차 할 수 없었다고 한다. 염증으로 인한 紅腫痛이 이미 있는 상태였고 약간의 열감도 느껴졌다. 연자육 8g, 여정실주증 8g, 상심자 6g, 오미자 수증, 속단주초, 호도육, 건율, 쇄양 곡기생, 녹각교 각 4g으로 구성된 처방을 투약하고 양약은 중단하였다. 같은 처방을 3제 연속 복용한 후 현재까지 3년째 손가락 관절 통증을 느끼지 않고 건강하게 생활한다고 한다.

상기 처방은 군약으로 들어가는 연자육, 여정실주증은 차가운 약물도 아니며 처방의 구성을 보면 신양허를 치료하는 처방이다. 관절의 홍종통이 뚜렷했다면 염증을 다스리는 차가운 성질의 청열약을 써야하지 않는가라며 다소 의아해하실 독자가 있을지 모르겠다. 어떻게 이렇게 변증하여 용약할 수 있었을까? 비록 관절의 홍종통이 있었지만 류마티스 관절염을 내상잡병으로 봤고, 내상잡병 한열변증을 통해서 寒者였기 때문이다.

이렇듯 한열변증은 변증의 첫 단계이고 첫 단추로서 증상을 해석하고 처방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매우 중요하다. 외감병과 내상잡병에서 한열변증은 같지 않다. 그래서 한열변증의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주지하다시피 한의학의 가장 기본 강령인 음양의 구체적 표현은 한열이다. 한열은 인체내부의 기의 성질을 나타내기도 하고, 외부에서 침입한 외사의 성질을 나타내기도 하고, 외사침입에 대한 인체반응양상의 성질을 나타내기도 한다. 외부에서 침입한 외사와 인체의 반응을 음양한열로 설명한 대표적 이론이 傷寒과 溫病이라고 할 수 있다. 傷寒은 六經辨證, 溫病은 衛氣營血辨證이라고 해서 병의 전변에 따른 구분점을 두어 치료에 대한 큰 강령을 마련한 이론으로, 과거 한의학 원전은 상당수 이 이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래서 수많은 원전의 한열편을 찾아보면 외감병에 대한 내용이 대부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학부시절부터 익히 접해왔던 원전에서 언급한 한열변증은 외감병과 내상잡병을 뒤섞어서 언급한 부분도 있지만 대체로 외감병 한열이 주내용이다. 아마도 당시에는 생명이 위태로울 정도의 급성병으로만 의원을 찾았을 것이고 현대 한의원에서 접하는 대다수 질환인 내상잡병으로 의원을 가는 일이 드물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시대적인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고 과거 의서에서 언급하는 한열 개념을 현대에 그대로 적용하고 있기 때문에 오류를 범하는 것이다. 특히 傷寒論을 기본으로 하여 내상잡병을 치료하는 경우 이런 실수를 가장 많이 할 수 있다. 傷寒論에서 말하는 한열의 개념을 내상잡병에 억지로 끼워 맞추고, 주로 급성전염병에 사용했던 傷寒方을 내상잡병에 적용하는 오류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傷寒論 처방인 小柴胡湯의 用例를 확대해석하여 내상잡병인 위염에 쓰는 경우가 있다. 小柴胡湯을 소화기 질환에 쓰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소시호탕을 사용할 수 있는 외감병 증상이 있어야 하는데 확대해석하여 내상잡병인 스트레스로 인한 내열이 동반된 위염증상에 쓴다는 것은, 일견 유연한 사고방식인 것처럼 보이나 한의학의 기본 이론에 대한 인식 부족이다. 쉽게 비유하자면 경추의 부정렬(malalign ment)이나 肝氣鬱結에 의한 偏頭痛에 ‘판콜-A’같은 감기약을 임시방편으로 먹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과거 외감병 한열 개념을 현대 내상잡병에 적용하는 오류를 지적한 경우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물론 현대에도 SAS와 같은 급성전염성 질환이 유행할 때는 상한이나 온병 개념이 필요하긴 하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한의원에서 흔히 접하는 내상잡병에는 그에 맞는 한열변증이 있어야 한다. 내상잡병 한열변증은 용약을 하기 위한 변증의 첫 단추이다. 첫 단추를 잘 꿰야 한다.

2. 내상잡병의 한열

현대 한의원에서 주로 접하는 내상잡병의 한열은 어떻게 구분하는 것이 좋을까? 외감병과는 어떻게 다를까? 내상잡병의 한열을 구분하는 기법은 한의학 원전에 따로 기술되었다기보다는 주로 외감병의 한열을 다루는 변증부분에 섞여 들어가 있다. 그래서 지금까지 대부분의 한의사들은 내상잡병에 대해서 명확한 한열변증의 기준을 갖지 못하고 임상을 해 왔다. 「새로 쓴 사상의학」이 출간되면서 현대 한의학 이론에 미친 가장 큰 업적 중 하나라고 감히 말할 수 있는 것은, 내상잡병에서 사용할 수 있는 한열변증기준을 확립했다는 것이다.

외감병에서는 증상이 한증과 열증으로 확연이 구분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내상잡병에서는 한증과 열증이 뒤섞여 나타나거나, 또는 한증인지 열증인지 애매모호한 형태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변증과 용약에 일관성을 갖기 위해서 「새로 쓴 사상의학」에서는 선천적, 후천적인 음양의 기운이 陽證의 형태인지 陰證의 형태인지 구분하는 辨證法을 도입하게 되었다. 선천적인 음양의 기운에 대한 언급은 「景岳全書」에 등장하는 ‘陽臟之人’, ‘陰臟之人’, ‘素稟虛寒’ 등의 용어에서 보듯이 그 당시 이미 이러한 개념이 있었던 것으로 사료된다. 하지만 어떤 사람이 ‘陽臟之人’, ‘陰臟之人’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변증기준을 언급하지 않았다. 이것을 임상적으로 정리하고 확충하여 「새로 쓴 사상의학」에서 常證이라는 개념을 도입하였다.

常證의 한열이라 함은 질병이 없는 건강한 상태에서 나타나는 생리적 현상을 포함한 일반적이고 일상적인 현상을 말한다. 現證의 한열이라 함은 발병 후 병리적 상태에서 현재 나타난 증상을 말한다. 常證의 한열에서 한증 성향을 가진 사람을 寒者라 명명하고 열증 성향을 가진 사람을 熱者라고 명명한다. 다시 말해 寒者란 평소 陰寒之氣가 亢盛한 사람이고 熱者는 평소 陽熱之氣가 亢盛한 사람이다. 따라서, 질병에 이환되면 熱者에게는 熱證의 病證이, 寒者에게는 寒證의 病證이 잘 오게 된다. 하지만 여러 가지 변수가 있어서 한열이 협하여 나타나기도 한다. 寒者와 熱者는 출생 후 살아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약물과용 혹은 약물중독, 큰 수술, 출산, 장기간의 過勞나 勞心, 대량출혈 등으로 常證의 한열이 바뀌기도 한다.

요약하면 常證으로 한열을 구분하면 寒者와 熱者, 現證으로 寒熱을 구분하면 寒證과 熱證이 된다. 常證으로 寒者와 熱者를 결정하면 그에 따라 辨證 및 用藥의 범주가 정해지므로 매우 중요한 개념이다.
금원사대가 의론 중 양이 항상 부족하다, 또는 음이 항상 부족하다는 것이 있었다. 양이 항상 부족하다는 쪽은 증상을 해석하고 용약하는데 보양을 중시했고, 음이 항상 부족하다는 쪽은 보음을 중시했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 보면, 양이 부족한 사람은 한자이고 음이 부족한 사람은 열자인 것이다. 이것을 구분하는 것이다. 이것이 내상잡병 한열변증이다. 단순한 하나의 이론에 집착하지 않고 常證과 現證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어야만 한의학의 꽃이라는 변증을 꽃피울 수 있다.  <동무학회 학술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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