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610 「婦人良方」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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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610 「婦人良方」 ①
  • 승인 2013.11.21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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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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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性性과 부인과 영역의 변천

「婦人良方」의 원작은 잘 알다시피 宋代 陳自明이 펴낸 것으로 오늘날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은 明代에 薛己가 증주한 판본이며, 熊宗立이 補遺한 판본도 있다. 조선에서는 송대 판본을 중간한 유일본으로 제목은 「新編婦人大全良方」으로 되어 있다. 그런데 묘하게도 「의방유취」인용제서에는「婦人大全良方」과 함께「管見大全良方」2종이 나란히 등재되어 있다. 내용은 유사해 보이나 다른 부분이 있기에 별개로 인용되었던 것으로 여겨지나 실물이 전하지 않아 어떻게 다른지 명료하게 비교 확인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아마도 당시 이미 2가지 서로 다른 판본이 전하고 있었음에 분명하다.

◇「부인양방」

이 책에 대해서는 오래 전 이글을 연재하기 시작하던 초창기 무렵에 ‘보물이 된 조선의 교과서’란 제목(제27회, 2000년3월27일자)으로 「婦人大全良方」에 대해 소개한 적이 있다. 하지만 너무 오랜 세월이 흘렀기에 궁금해 하는 독자도 많으며, 명대에 이르러 여러 가지 주석본이 나오고 일찍이 송대의 원간본은 사라진지 오래이기에 서로 다른 이름과 다종의 판본이 유전되어 분변할 필요가 있어서 다시 이 책을 소개하고자 마음먹게 되었다.

조선 활자본은 24권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국내에는 변변하게 남은 것이 없고 일본에 전해진 몇 종이 알려져 있을 뿐이다. 宮內廳 圖書寮에 소장된 조선간본은 결권 없는 完本으로 일찍이 일본 考證醫學派의 대가 丹波元堅이 이 책을 구한 뒤에 너무 감격에 겨운 나머지 “실로 구하기 어려운 秘笈이니 어찌 보물로 아끼지 않을 것인가!”라는 말을 남긴 바 있다. 또한 「日本訪書志」나 「經籍訪古志」같은 서지목록에는 陳自明의 眞本은 오직 조선간본 1종뿐이라고 말하였다.

「婦人良方」에서는 부인과 영역을 크게 8가지로 구분하였는데, 調經門, 衆疾門, 求嗣門, 胎敎門, 姙娠門, 坐月門, 産難門, 産後門 등이다. 송대 이후 수백 년 동안 이어져 오던 이 不動의 분류체계는「동의보감」시대에 와서 크게 흔들리게 된다. 즉, 부인과 영역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다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앞의 분류에서 조경과 중질을 여성의 고유 질병으로 인식하지 않게 되었다.

조경의 문제는 먼저 월경이 질병이 아니라 생리적인 현상일 뿐이라는 점에서 부인과질환으로 편입하지 않고 내경편 血門과 胞門에 소재시켰다. 특히 포문에는 단순히 생식기에 대한 설명뿐만 아니라 月候不調로부터 시작해서 血閉, 血結成瘕, 血枯, 血崩血漏, 赤白帶下, 五色帶下, 寒入血室, 熱入血室, 經斷復行까지 이어지는 여러 병증들은 모두 월경병과 자궁생식기 질환들로 부인과에서 떨어져 나와 독립적으로 존재하며, 胞라는 장기의 특성으로부터 비롯된다고 여길 뿐이다.

아울러 중질문 역시 대인의 常病이 속한다고 보고 독자적인 부인병으로 취급하지 않은 것 같다. 바꿔 말하자면 여성 고유의 영역은 크게 보아 求嗣와 임신, 출산으로 집약된다고 보는 것이다. 나아가 부인과질환의 가장 큰 난점은 여성의 생리적 특이점에 있기 보다는 求嗣에서 임신, 출산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한 사람의 병자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뱃속의 태아까지 두 사람의 생명을 한 가지 방법으로 조정해야 한다는 치료의 대상과 기술의 난도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이러한 사실은 조선 중기 여성성에 대한 인식의 변화와 함께 부인과 질환의 영역이 바뀌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동의보감」의 잡병편 부인문에서는 求嗣로부터 시작하여 胎孕, 姙娠, 半産, 保産, 十産, 催生, 임신질환으로 이어진다. 지난 전통의약엑스포 학술행사의 일환으로 개최한 ‘동의보감컨퍼런스’에서 동의보감 부인문에 대한 비교 문화적 관심을 발표한 외국학자와의 대담을 통해 얻은 견해이다.

안상우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기념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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