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한약 임상사례(70) Slowcity와 Slow therap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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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한약 임상사례(70) Slowcity와 Slow therapy
  • 승인 2013.11.14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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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우

이준우

mjmedi@http://


Slowcity
지난 5월에 한의협 전북지부의 초청으로 보수교육 강의를 하러 전주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보수교육은 토요일 저녁이어서 천년의 고도 전주의 한옥마을에서 가장 오래된 고택인 학인당(學忍堂)에서 하루를 묵었다. 보수교육은 전주교육대학교 황학당에서 이루어졌는데, 마침 한옥마을이 전주교육대학교 바로 옆에 위치해 있어서 편하게 한옥마을(사진)을 둘러보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다음날은 전주시에서 주기적으로 열리는 한옥투어에 따라 다녔는데, 아름다운 한옥들과 함께 전동성당ㆍ이성계의 어진을 모셔둔 경기전 등을 관람했다.

한옥들 사이사이를 거닐면서 한지와 한복, 전통주 등 우리의 다양한 전통문화들을 엿볼 수 있었다. 현대적인 도시와 우리 전통이 어떻게 어울려야 하는지에 대해서 고민하게 되었으며, 그런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우리 한의학의 현재 모습 그리고 한의학의 자리매김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한옥마을 들어서는 입구를 천천히 거닐고 있는데 갑자기 한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국제 Slowcity에 지정된 전주한옥마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글귀였다. 그러면서 갑자기 한옥에서 하루 묵으면서 느꼈던 그 편안함 그리고 healing이 되는 느낌이 정리가 되는 것 같았다.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초고층 건물들, 숨막히는 일상에서 한옥이 주는 편안함과 힐링은 바로 ‘Slow’라는 표현으로 요약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면서 동시에 한의학은 ‘Slow therapy’를 추구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No more chemicals instead Nature
필자는 전통 한의학만을 추구하는 경향은 아닌 것 같다. 오히려 서양의학을 적극적으로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감별진단을 비롯한 서양의학이 쌓아온 지식들은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에게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하는 소양이라고 생각한다. 가족들이 아플 때도 한의학으로 치료하는 것만을 고집하지 않는다. 아이들이 심하게 감기 걸리면 잘 보는 소아과에 보내기도 하고 환자를 보다가 역부족이라고 생각되면 전원을 망설이거나 한의약을 고집한 경우도 없다. 하지만 아이들을 소아과에 보내면서 한편으로는 chemicals에 너무 많이 노출되는 것이 불안했고 그래서 증세가 심하지 않을 경우, 소시호탕 형개연교탕 연교패독산 보험한약 등으로 감기를 치료하곤 하였다.

서양의학이 주류의학임에 틀림없지만, 우리 환자들 중에서도 분명히 chemicals보다는 natural products로 이루어진 한의약으로 감기나 위장질환을 치료코자 하는 사람들이 있다. chemicals보다는 치료되는 속도가 조금 느리더라도 natural products로 이루어진 한의약을 선호하는 대중들이 분명히 존재하며, 우리는 그런 요구들을 외면해서는 안될 것이다. 그렇다고 감기나 위장질환 환자에서 비싼 탕약을 권하는 것은 대안이 될 수 없다. 그 대안으로 우리 보험한약이 있고 침구치료가 있으며 한의보험진료의 영역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주지하다시피 감기나 알레르기 비염환자에게 잘 쓰이는 항히스타민제는 점막 건조 및 섬모 운동 장애를 초래하여 오히려 2차 세균 감염의 위험성을 증가시킬 수 있으며, 소아과에서 가장 흔하게 사용되는 해열 진통제인 acetaminophen (tylenol)은 오랫동안 사용하면 신기능 장애가 올 수 있다.(「소아과학」, 홍창의 저, 대한교과서, 2008) 그리고 위염 식도염 위ㆍ십이지장궤양 등에 폭넓게 사용하는 프로톤펌프억제제는 약효가 강력하여 위산 분비를 거의 완벽하게 억제하는 반면, 위산이 없어지면 위장염의 발생 위험이 증가하며 장기복용 시 위의 내측이 얇아지는 현상(위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소화불량과 궤양」, 이상인 편역, 아카데미아, 2005)

보험한약의 경우도 감초가 들어 있는 경우 ‘가성aldosteronism’으로 인해서 나타나는 저칼륨혈증이 대표적인 부작용으로 보고되었으며, 소시호탕의 경우 간질성 폐렴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한방처방의 동서의학적 해석」, 조기호 편저, 퍼시픽출판사, 2006) 하지만 한의약은 natural products이기에 chemicals보다 부작용의 정도나 종류가 적은 것은 명백한 사실로 보인다.   

Slowcity와 Slow therapy
요컨대 우리의 전통인 한옥마을은 그저 전통이기에 보존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숨가쁜 현대를 사는 현대인에게 휴식과 힐링을 제공해주는 반드시 필요한 공간이다. 마찬가지로 우리의 한의약도 우리 것이기에 보존해야 하는 가치를 가지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서양의학이 주류의학이고 진단과 처방의 과정이 선명하지만, 주로 chemicals로 귀결되는 것이 인체에 부담스럽지 않을까? 그리고 그 부분에 거부감을 가지는 목소리들이 있지 않을까? 그런 요구들을 우리 한의사들이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요구들을 충족시킬 수 있는 도구가 바로 보험한약이라고 생각되며 ‘Slow therapy’라고 생각된다.

이준우 / 경기 탑마을경희한의원 원장

*전북보수교육에 초대해준 동기 김윤경 교수 그리고 김재효 교수님, 내용에 대해서 자문을 해준 평촌함소아 조백건 원장에게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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