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잃은 백성, 나라 사랑하는 마음으로 역사 고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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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잃은 백성, 나라 사랑하는 마음으로 역사 고증
  • 승인 2013.11.14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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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균

김홍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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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비평 | 쟁점으로 푸는 역사이야기
이 책의 저자는 한국일보와 중앙일보를 거치면서 오랫동안의 기자생활을 했다. 그로 인해 얻었던 예리한 관찰과 통찰로, 전국을 누비며 쟁점이 되는 다양한 역사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역사가도 아니면서 역사에 대한 깊은 애정을 이 한 권의 책으로 정성스레 담아내고 있어서, 역사를 전공하고 있는 입장에서 오히려 죄스런 마음이 든다. 이런 그의 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을 다음에서 찾아볼 수 있다. “돌이켜보면 나라 잃은 백성의 ‘나라사랑’이기에 더더욱 처연하게 사무치던 질곡의 세월 속에서 역사적인 고증 같은 것이 그렇게 큰 문제가 되지 않았을 때다. 단지 단군의 ‘단(檀)’자만 들어도 모두들 감격하여 눈시울을 붉히던 그런 때였다.” 일제강점기였던 1932년에 단군묘(檀君墓)를 수축할 때의 얘기다. 마치 기사를 쓰듯 역사현장을 생생히 전해주는 그의 필치는 이 책의 전체에 흐르고 있다.
윤여덕 著
心學堂 刊


사학자가 아니기에 역사의 순서를 의식하거나 분류체계를 맞추지는 않았지만, 역사의식만은 또렷이 각인될 수 있는 주제를 담고 있다. 그 차례를 보면 1. 뿌리를 앓는 열병(熱病) 2. 제2의 동북공정(東北工程) 3. 대고구려(大高句麗)의 아침 4. 홍익인간(弘益人間) 찬가(讚歌) 5. 대일본(大日本)이 된 구다라(百濟) 6. 신라 과학의 개가(凱歌) 7. 통한(痛恨)의 고백 8. 민족대화합의 장(場) 등의 큰 주제를 놓고 각기 4~5가지의 소주제를 담고 있다.

그리하여 모두 38가지의 우리 역사에 있어 쟁점이 될 만한 것들을 뽑아, 나름대로의 역사적인 고증을 함과 동시에 현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역사의식을 일깨우고 있다. 대부분 고대사에 관한 주제들로 이뤄져 있는 이런 주제들이 아직까지 해결되고 있지 않기에, 저자의 의도는 비록 역사에 관한 비전문가일지라도 발 벗고 나서 논쟁을 붙이고 있는 것으로 일견된다. 하지만 바로 그렇기에 전문가의 논고들을 충분히 살피지 못한 부분도 간혹 보인다. 특히 북한의 연구에 대해서는 제대로 살피지 못하고 정치사상적인 약간의 편협된 시각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 단점이다.

비록 그렇다 하더라도 우리 고대사에 대한 일련의 고증적 작업은 우리에게 경각심을 주기에 충분하다. 이는 오늘날 우리 고대사에 대한 시각이 식민사학과 민족사학으로 갈리고, 강단사학과 재야사학으로 나뉘어, 대를 잇는 양분이 더욱 확산되고 있어 절로 안타까운 한숨이 나오게 한다.

한 치의 양보 없이 혼돈되어 있는 고대사 연구의 현실을 돌아볼 때, 우리 의학사의 현실 또한 거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전국에 한의과대학이 열 개가 넘어도 의사학을 전공으로 독립된 교실이 겨우 두 개 있을 뿐이어서, 의사학 전공자도 흔하지 않고 우리 의학의 역사를 제대로 연구할 인력이 충족되지 않는다. 그나마 대부분 「동의보감」을 비롯한 조선 중기에 매달려 있고, 극히 일부의 조선초기와 근현대와 관련된 연구가 있을 뿐이다.

또한 연전에 「한의학통사(韓醫學通史)」를 겨우 마련하긴 했지만, 각 시대별로 전공자의 충분한 숙의가 있지 못했다. 그리하여 고대의학사 연구는 거의 꿈도 꾸지 못하고 양의사에 의해 왜곡되고 날조된 김두종(金斗鍾)의 「한국의학사(韓國醫學史)」에서 별로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 즉, 아직까지 우리 의학사는 고대사에 있어서 식민사학에서 거의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루 빨리 충실한 연구가 이뤄지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값 1만원)

金洪均
서울 광진구 한국전통의학史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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