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은 원격진료, 한의계에는 어떤 의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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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많은 원격진료, 한의계에는 어떤 의미인가
  • 승인 2013.11.07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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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욱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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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욱 승
경기 용정경희한의원 원장
보건복지부는 동네의원 중심으로 의사와 환자 간 원격진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마련해 10월 29일 입법예고했다. 고혈압 같은 만성병 환자의 경우는 의원급에서, 수술 후 관리가 필요한 환자들은 병의원급에서 재진에 한해 원격진료를 받을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이 법안(이하 ‘원격의료법’으로 약칭)에 대해 대한의사협회가 극렬히 반대하고 있다. 당장 한의계와 전혀 상관 없어 보이는 법안이지만 사태의 본질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이미 몇 년 전부터 디지털기기의 발달, 스마트폰의 발달, 의료장비의 소형화 등 여러 가지 상황을 볼 때 u-헬스 시스템의 가능성은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따지고 보면 일정 정도 장비만 갖추면 의사진료를 마음대로 볼 수 있다니 얼마나 편리한 일인가? 반면 의사협회에서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쏠림현상이다. 날이 갈수록 대형병원만 비대해지는 현실에서 원격진료가 허용되면 이런 현상이 더욱 가속화된다는 것이다. 아마도 이런 비판을 피하기 위해서 일단 만성질환자는 의원급에서만 원격진료를 받을 수 있다고 정한 듯하다. 그러나 몇 년 지나서 병원급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고 예외조항을 편법적으로 적용하면 쏠림현상이 더 심해질 가능성도 있다. 일각에서는 처방전을 받고 그걸 시행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성분명 처방이 가능해지고 결국 약사에게만 유리하다는 주장이 있으나 실현 여부와 상관 없이 본질과는 다른 문제로 본다.

실제 원격진료의 현장을 생각해보자. 만약 고혈압환자가 컴퓨터 앞에서 혈액검사기와 혈압측정기를 구비하고 진찰을 받는다고 생각해보자. 동네 의원으로 축약을 시킨다면 이 사람이 동네 의원을 방문해 진찰받고 처방전을 받는 시간은 길게 잡아도 1시간 정도이다. 1시간의 기회비용과 교통비 정도가 이 사람이 얻는 이득일 것이다.

근데 이 기회비용도 대부분 직장인일 경우 직장에서 진료를 받지 못한다면 진료시간 내에 진찰 못 받을 가능성도 높다. 반대로 고가의 기기를 구입하고 원격진료가 직접진찰보다 질이 떨어진다면 반대로 손해가 발생하는 것이다. 만약 1~2달치 혈압약을 타는 사람이라면 아무리 봐도 손해일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대형병원에서 수술 후나 입원치료를 이용한 환자에게는 기회비용이나 기타비용이 크기 때문에 더 이익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설계 자체로 봐도 대형병원 이용자가 더 애용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그렇다고 대형병원에서 무한정 환자수를 늘릴 수는 없을 것이다. 매번 다른 의사가 진료하는 것도 법적으로 문제가 된다. 제일 이득을 볼 가능성이 높은 곳은 의료기기 사업이다. 아직은 고가라 보급 되기에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나중에 단가가 어느 정도 내려가면 상당히 보급될 가능성이 높다. IT기술과 융합된다면 시간이 지날 때마다 업그레이드를 해야 할 테니 지속적인 시장 창출도 가능하다. 대기업만 배불린다는 말이 괜히 나오는 건 아니다.

2가지 문제가 가장 중요할 듯하다. 첫째는 원격진료가 효율성을 높인다고 말할 수 있을지 몰라도 좋은 방향인가의 문제다. 가뜩이나 촉박한 현대인에게 진찰의 질을 희생하면서까지 시간을 절약하고 이런 원격진료를 받아야하는가? 지금도 의사한테 진료받으면 시간도 짧고 기계적인 대답에 처방만 받고 온다는 비판이 강하다. 1차의료가 더 필요하다는 게 대부분 보건의료전문가들의 지적인데 원격진료는 그걸 역행할 가능성이 높다. 과연 올바른 방향인가?

둘째, IT와 BT가 융합된 의료기기의 발전은 한의사의 진료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결국 일반인들이 이용할 정도의 기기라면 한의사가 사용 못할 이유가 없다. 원격의료법 논쟁과는 다른 일이지만 새로운 의료기기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한의계의 진지한 고민도 필요하다. 해묵은 의료기기사용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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