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의학 양대 산맥의 통합 흐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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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 의학 양대 산맥의 통합 흐름”
  • 승인 2013.10.31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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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준

전형준

mjmedi@http://


▶기고: 2013년 10월 19~22일 개최 ‘제10회 벤쿠버 통합암학회(SIO)’ 참관기
제10회 통합암학회(SIO, Society for Integrative Oncology)가 19일부터 22일까지 4일간 캐나다 벤쿠버에서 열렸다. 중국 북경의 광안문(廣安門) 병원 암센터, 미국 하버드 대학 다나파버(Dana Farber) 암센터, 엠디앤더슨(MD Anderson) 암센터 등 세계 유수의 암센터들이 ‘통합암치료’에 대한 그간의 연구성과를 발표했다. 기본적으로 모든 연구는 근거중심의학 기반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미국이 주류를 이루었고 중국과 한국, 이스라엘 등의 연구도 눈에 띄었다. 이 학회는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통합암치료를 연구하기 위한 연구자 및 임상가들의 모임으로 매년 10~11월 사이에 정기적으로 열린다. 올해가 10회째이다.

SIO에 대해 처음 알게 된 것은 2011년 필자가 수련의 생활을 시작하면서 지도교수인
◇벤쿠버 통합암학회 발표 포스터 앞에서의 필자(전형준 한의사).
유화승 교수를 통해서였다. 2011년 필자가 인턴으로 들어오기 전부터 통합종양학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던 교수님께서는 2004년 1회 때부터 10년간 이 학회에 꾸준히 참석했다고 한다.

SIO 학회의 초반부터 현재까지의 일관된 흐름은 근거중심의학(EBM, Evidence Based Medicine)이며, 이는 서양의학 입장에서 대체보완의학이라고 부를 수 있는 모든 의학(중의학, 한의학, 아유르베다 등)을 EBM으로 귀결시키는 작업이었다. 또한 이 작업에는 중국이 같이 참여하고 있으며 따라서 현재 국제 의학의 큰 흐름은 미국과 중국의 양대 산맥의 통합으로 가고 있음을 여실히 알 수 있었다.

이 학회에서 가장 먼저 느낀 것은 현재 서양의학의 추세가 Systemic한 의학으로 변모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한의학 및 중의학의 정체론적 개념과 유사한 이 개념은 아직 완성된 개념이라고 할 수는 없으나 현재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과학적 근거 기반 구축작업을 거치고 있으므로, 머지 않아 하나의 새로운 정체론적 관점이 탄생할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었다. 현재 미국 전역에 있는 통합의학센터에서는 중의학과 아유르베다 또는 전 세계의 약리작용을 가졌다고 알려진 식물 등에 대해 보다 체계적인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는 중이다. 새롭게 탄생하게 될 서양의학적 정체관념에는 분명 동양의학의 정체관념이 포함될 것이다. 따라서 중국과 한국 등 기존 동양을 중심으로 하는 세력이 적극적으로 서양의학과의 통합을 통한 스스로의 업그레이드를 하지 않는다면 그 대표성과 정체성에 혼란이 초래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학회는 기조연설을 포함해 총 6개의 전체강연(Plenary session)이 있었다. 3차례의 동시강연(Concurrent session)을 통해 많은 주제를 다뤘다. 둘째날인 20일에는 학회장 한편에서 포스터 전시 및 질의응답(Poster session)이 있었다. 메모리얼 슬로언 캐터링 암센터의 개리 덩(Gary Deng), 하버드대 다나파버 암센터의 웨이동 루, 앰디앤더슨 암센터의 리차드 리(Richard Lee) 등이 발표를 했으며, 국내에서는 대전대학교 동서암센터의 유화승 교수가 동시강연에서 발표를 했다.

중국의 광안문 병원에서는 방사선 요법에 의해 유발된 급성 방사선 피부염 완화를 위한 이황산(二黃散)의 연구 결과를 보여주었으며, 다나파버 암센터에서는 두경부암에 대한 화학방사선 요법의 부작용에 대한 침 치료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필자가 속해 있는 동서암센터의 유화승 교수는 항암 마이너 진세노사이드를 강화시킨 인삼 추출물의 폐암에 대한 효과 및 기전연구를 발표했다.

종양에 대한 탕약의 사용, 외용 연고의 사용, 항암 요법 후 부작용 증상 완화를 목적으로 한 침 치료에 대한 연구결과들 및 mind-body의 관계에 대한 다양한 연구들이 선보였다. 또한 일상 속에서 사용할 수 있는 영양섭취 및 조절과 신체운동에 관한 과학적인 연구들도 발표됐다. 그 중에서 가장 돋보였던 연구는 텔로미어(telomere)를 통해 신체 운동의 효능을 입증한 것이었다. 신체 운동을 하지 않은 대조군과 보통-강렬한 운동을 한 그룹간의 말초 혈액 단핵세포에서 채취한 텔로미어의 길이 변화를 비교한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신체 활동을 한 집단에서 텔로미어의 길이가 대조군보다 길었으며, 이것이 결과적으로 암으로 인한 생존율에 영향을 미친다는 결론을 이끌어냈다. 텔로미어란 염색체 말단에 있는 핵산 서열을 지칭하는데, 세포분열이 진행됨에 따라 점점 짧아지게 돼 노화와 수명을 결정하는 원인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와 비슷한 연구가 앰디앤더슨 암센터에서도 발표됐다. 우울증과 텔로미어 길이와의 연관성을 연구한 것이다. 우울증을 겪었거나 겪고 있는 암환자의 경우 그렇지 않은 환자군보다 텔로미어의 길이가 짧았고, 따라서 이것이 생존율과 연관이 있다는 것이 연구의 요지였다. 미래에는 유전자 맞춤 의학이 대세가 될 것이며 이러한 유전자를 통해 효능을 입증시키는 연구는 매우 주목할 만하다. 국내에도 유전자 의학 시대가 올 경우, 한의학은 어떤 카드와 패러다임을 새롭게 내놓을 것인지에 대해서도 고민해보는 계기가 됐다.

그 외에도 암환자 치료 후의 생활과 삶의 질에 대해서 외국에서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연구 성과들을 내놓고 있었다.

또 관심 있게 들은 내용은 영양(Nutrition)에 관한 것이었다. 이미 많은 연구가 이뤄져 있으며 이번 학회에서는 질환에 대한 미생물과 활생균(Probiotics) 사용에 대한 연구 등이 발표됐다. 한의학에서 이야기하는 식약동원(食藥同源)과 치미병(治未病) 개념하고 비슷하다 할 수 있다. 식생활에서 약이 될 만한 소재를 찾으려는 연구이자 또 식생활 개선을 통해 미리 질병을 예방하고자 하는 연구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이를 보면서 우리나라는 김치, 청국장, 동치미 등 얼마나 훌륭한 활생균 또는 미생물을 가진 음식들이 있는가 하는 생각을 했고, 이에 대한 활발한 연구가 필요함을 절감했다.

필자는 포스터 전시 및 질의응답 시간에 포스터 앞에 서서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에게 설명을 해주고 질문에 답변을 해주었다. 질문에 답변하며 학회 참석자들의 연구에 대한 관심과 열정을 느낄 수 있었으며, 또 다른 학자들의 다양한 연구 포스터들을 보면서 매우 많은 연구에 흥미롭기도 했다.

이번 학회는 세계 통합암치료의 가장 최근의 흐름을 엿볼 수 있는 좋은 자리였다. 또한 앞으로 나아갈 방향도 엿볼 수 있었다. 이에 대해 우리 한의학은 어떤 움직임을 보여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만든 시간이기도 했다. 현 시대는 현대의학 즉 과학적 의학에 대한 수요가 높은 시기다. 이에 우리는 현대의학적인 활용에 대해서 열린 입장을 취해야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와 동시에 우리 한의학이 가진 훌륭한 이론적 및 임상적 가치가 한의학적인 개념 그대로 연구되고 실천되어 끊임없이 발전해나가고, 잘못된 이론들이나 시대에 맞지 않는 것들을 수정해 나가며, 또한 필요한 이론들이 새롭게 발생하는 질병들에 맞춰 새롭게 정립되어 나간다면 정말 미래지향적인 바람직한 시도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전형준 한의사
대전대둔산한방병원 동서암센터 전공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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