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무학회’의 기고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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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무학회’의 기고에 대한 단상
  • 승인 2013.10.17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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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욱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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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욱 승
경기 용정경희한의원 원장
민족의학신문 지면에 최근 동무학회의 ‘새로운 사상의학을 논한다’라는 글이 시리즈로 실리고 있다. 사상의학에 대한 오랜 논란이 제대로 해결되지 못하고 한방의료 전체의 변화를 가져다주지 못하는 지지부진한 현실에서 그나마 새로운 돌파구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

그런데 3주간의 내용을 살펴보면서 느끼는 아쉬운 점과 몇 년전부터 계속 고민해왔던 사상의학의 문제점에 대해 같이 말해보려 한다.

2011년 시평에서 필자는 체질의 실체규명과 체질감별의 단계별 가이드라인, 약물 및 음식의 가이드라인 등 3가지가 사상의학의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2년이 지난 지금도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문제는 이게 왜 힘드냐를 따져봐야 한다.

사상체질의 의미를 잘 따져보면 결국 약을 다르게 쓴다는 것이다. 동의수세보원의 제한된 임상내용만 보면 마치 사상체질별로 병증마저 다 다르다는 식으로 오해할 여지가 있으나 류주열 씨가 쓴 「새로쓴 사상의학」의 내용을 보면 모든 한방의 병증이나 변증은 체질별로 다 나타난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왜 다르게 약을 쓰는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불역지기’라는 표현을 썼지만 결국은 이유를 모른다고 볼 수밖에 없다. 물론 이것은 비단 사상의학의 문제뿐 아니라 모든 한방의료의 문제일 수도 있다. 그러나 기존 한약처방들은 기존 변증틀로 설명하고 있다. 완성도를 떠나서 체계는 갖추고 있는 것이다. 사상의학은 체질구분이라는 단계를 다시 거쳐야 되는데 이것은 진단과 치료라는 측면에서 완성된 체계가 아니다.

일반적인 장부변증이 아니라면 뭔가 다른 병리 현상이 내재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약물을 다르게 쓴다는 것은 더욱더 이런 면을 내재하고 있다. 장기 각각이 아니라면 일반적으로 면역계, 내분비계, 신경계 등이 고려 대상이다. 요즘 말하는 장내 미생물이나 특정 약물에 대한 흡수율이나 반응을 보는 것도 중요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병리현상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나 한의계의 공유 없이는 현재와 같은 제자리걸음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현재까지는 실체가 불확실하지만 이런 병리현상이 나타나야 사상의학은 의미가 있다. 즉 기존의 한의학에서 말하는 인체의 생리와 병리현상에서 놓치고 있는 부분을 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맞춤형 의학을 말하는 한방의료는 마르고 살찐 사람을 구분하고 열이 많고 적은 것도 구분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이것들도 대사과정의 생리적 차이일 가능성이 높은데 이것만 가지고도 상당히 치료율이 높아진다는 것을 동의보감을 중시했던 한의계에서 주장했다. 그러므로 적어도 사상의학에서 말하는 체질이 육안상 보이는 체중의 개념을 뛰어 넘을만한 가치를 지녀야 한다. 단순히 체질구분하고 약을 쓰고 치료하는 것과는 별개의 내용이다. 대부분 체질구분하는 프로그램이나 진단기기도 이런 점에서는 아쉬울 수밖에 없다. 정작 실체가 없다면 기기를 판정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경험상으로만? 사실 이런 병리 개념을 연구해서 한의계에서 만들어냈다면 좋았을 텐데 아직까지는 요원하다.

여태까지 체질구분을 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방법이 제시되었다. 그리고 동무학회는 독특한 맥법을 그 해결책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걸로 모든 논란이 종결되지 않을 것은 확실하다. 다른 방법도 마찬가지이다. 일단 한의학에서 말했던 기존 병리현상이 체질과 무관하다고 한다면 인체 내의 체질마다 독특한 병리현상이 따로 존재하는 것이 확실하다. 이것을 밝혀야만 체질 구분 방법도 의미가 있고 기존 한의학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했다는 사상의학의 가치도 밝혀질 것이다. 체질 구분 방법에 매몰되어서 논쟁하고 심지어 진단기기 연구도 그쪽으로 치우쳐져 있는 현실에서 변화를 촉구한다. 새로운 병리개념을 발견할 수 있게 한의계 연구도 인식의 전환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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