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학’을 부흥시킨 16년 역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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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학’을 부흥시킨 16년 역작
  • 승인 2013.10.17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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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주 기자

신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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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의보감」 어떤 책인가

허준(許浚, 1539~1615)은 양천(陽川) 허씨 시조 허선문의 20세손이다. 29세 때인 선조 7년(1574년) 의과에 급제해 의관으로 내의원(內醫院)에 봉직하면서 내의·태의·어의로서 명성을 높였다.

 

◇동의보감박물관에서 전시 중인 「동의보감」 내경편.  <신은주 기자>
「동의보감」은 선조의 지시에 따라 임진왜란(1592~1598) 중인 선조 29년(1596년)부터 만들기 시작했다. 오랜 전란으로 전국토의 대부분이 황폐한 가운데 백성들이 기아와 역병으로 병자가 쉽게 치료를 받을 수 없는데다 의서마저 부족했을 뿐 아니라 의원과 의서는 있으나 일부 의원들이 처방의 뜻을 제대로 해석하지 못해 약을 잘못 쓰는 경우가 많았다. 선조는 이를 안타깝게 여겨 일반인들도 쉽게 치료법을 이해할 수 있는 의학 서적을 편찬해 전국에 보급하려 했다. 이러한 뜻을 받들어 허준은 왕실이 가지고 있는 여러 의학서들을 꼼꼼하게 살펴 16년 연구 끝에 의서를 완성했다. 이 책이 바로 「동의보감」이다.

 

선조 29년 의서 편찬국을 세우고 시작했다. 정유재란으로 편찬국이 해산돼 허준 혼자 찬술했다. 광해군 2년(1610년) 「동의보감」의 편찬이 14년 만에 완성됐다. 이후 광해군 5년(1613년) 활자본으로 인쇄 완료됐다.

「동의보감」은 25권 25책으로 그 당시의 의학지식을 거의 망라한 임상의학의 백과전서다. 내경(內景)·외형(外形)·잡병(雜病)·탕액(湯液)·침구(鍼灸) 등 5편으로 구성돼 있다.

편집의 특징은 내경·외형·잡병·탕액·침구 등 5대 강편 아래에 질병에 따라 항(項)·목(目)을 정하고 각 항목 아래에는 그 항목에 해당되는 병론과 약방들을 출전과 함께 자세히 열거해그 병증에 관한 고금의 치방을 일목요연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각 병증을 따르는 단방(單方)과 침구법을 부기했고 경우에 따라서는 자신의 경험방을 붙이기도 했다.

「동의보감」의 역사적 의미를 요약하자면 ▲과거로부터 내려온 당시 의학의 일부 비현실적인 이론 부분을 배제하고 실용성을 중요시해 과학적 입장에서 당시 의학의 모든 지식을 정리 ▲우리 국토에서 나오는 향약(鄕藥)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그 이용과 보급을 강조했으며, 이를 위해 향약 중 637개의 이름을 한글로 표기해 쉽게 이용토록 함으로써 조선의학이 부흥될 수 있는 계기 마련 ▲86종이 넘는 많은 국·내외 의서를 참고해 편찬함으로써 내용이 풍부하여 시간적 여유가 없는 임상의(臨床醫)에게 매우 유용하게 활용 가능 ▲당시 조선의학의 수준을 중국과 일본에 과시 ▲허준은 조선의학을 하나의 독립된 의학이라는 의미에서 이 책의 이름을 「동의보감」이라 명명(命名)했다.

허준은 중국의학을 북의(北醫)와 남의(南醫)로 나누고 조선의학을 동의(東醫)라 칭함으로써 조선에서도 독자적으로 의학을 연구ㆍ발전시켜 왔으며 조선의학이 중국과 대등한 전통과 수준을 지니고 있음을 주체적으로 내포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동의보감」은 다른 의서에 비해 돋보이는 점이 여럿 있다. ▲중국에서 수입한 값비싼 약재 대신 우리 산천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약재들을 다수 소개하고 있다는 점 ▲약재 이름을 의원들이 쓰는 전문 이름과 시중에서 민간인들이 일반적으로 쓰는 한글 이름으로 함께 기재해 놓아 누구라도 쉽게 약재를 찾을 수 있게 했다는 점 ▲세계 최초로 예방 의학을 강조하면서, 병들어 몸을 고치려 하기보다는 병이 나기 전에 몸을 보호해야 한다는 관점을 강조했다는 점 ▲중국·일본·대만 등지에 번역되어 동아시아 의학 발달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는 점 등이다.

「동의보감」은 우리나라의 의학실력을 동양 여러 나라에 드러나게 한 동양의학의 보감으로, 출판된 뒤 곧 일본과 중국 등 세계 여러 나라에 전해졌으며 오늘에 이르기까지 계속 출판되면서 귀중한 한방임상의학서가 됐다. 그 결과 제9차 유네스코 기록유산 국제자문위원회(2009년 7월, 바베이도스)가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했다. 

신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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