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 가능한 원외탕전실이 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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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 가능한 원외탕전실이 되려면
  • 승인 2013.10.10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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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경

김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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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윤 경
원광대 한약학과 교수
한의사
2008년 9월 의료기관의 원외탕전실 설치 및 탕전실 공동이용을 허용하는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으로 한의약 의료기관에서 별도의 공간에 탕전실을 두고 관리할 수 있게 되었다. 최근 대형빌딩은 한의원 내부에 탕전공간을 두어 건물전체에 한약냄새가 퍼지는 것을 꺼리는 곳도 있으며 한의원에서 침구나 물리치료의 비중이 늘어나면서 탕전실 공간이 부족하거나 직접 약재관리가 어려워진 측면도 있고 프랜차이즈 한의원들이 생기면서 같은 처방을 쓰고 공동으로 탕전실을 관리하는 경우도 생겨났기 때문이다.

의료기관 부속시설로 원외탕전실 제도가 생긴 후 초기에 한약사의 조제권한을 축소시킨다는 한약사회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5년도 안되는 사이에 원외탕전실을 운영하는 곳도 많이 생기고 이용자도 급격히 증가한 듯하다.

사실 원외탕전실은 여러가지 장점이 있다. 우선 바람직한 것은 전문지식을 가진 관리자의 한약재의 검수, 입고와 보관관리 하에 사용할 한약재를 직접 확인할 수 있고, 환자에게 맞춤으로 처방한대로 조제가 되며 각각의 처방에 맞게 전탕하거나 제형을 환산제 등 여러 가지로 조제해 줄 수가 있다. 제약회사에서 한약제제를 생산하는 경우에는 각 로트가 톤 단위의 대량이 되어야 하는데 환자맞춤형으로 다양한 처방을 쓰는 한의사들이 대량을 소모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원외탕전실에서는 처방조제가 들어오는데 맞추어 소규모의 다양한 조제한약을 만들 수 있으므로 사용처방이 다양한 한의계가 사용량의 부담 없이 조제시 여러 제형을 사용할 수 있는 제도라고 볼 수 있다. 한의원 내에서 직접 조제할 때 탕제 외에 여러 제형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별도로 조제를 주로 전담하는 인력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되어 다양한 제형을 시도하지 못했었던 분들에게도 환영받고 있다. 아무래도 식품관련시설인 제분소에서 환산제를 만들어오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는가. 또한 공동으로 이용하는 의료기관이 많으면 한약재 사용량도 늘어나므로 한약재를 대량구입하여 혜택을 볼 수 있다. 여러 곳의 한의원이 공동으로 이용하는 원외탕전실의 경우 다빈도로 사용되는 소화제 등의 한약은 공동처방으로 조제하여 같이 사용하는 한의사가 많으므로 어느 정도 처방의 표준화와 효능 데이터의 수집이 가능한 측면도 바람직한 점이다.

그러나 원외탕전실도 의약품인 한약을 다루는 곳으로서 관리가 필요하다.

한약제제를 제조하는 제약회사는 시설기준으로 GMP기준을 준수하고 있으며 제조공정도 다 관리가 되고 있다. 그러나 탕약 등 조제한약을 조제하는 원외탕전실은 위생적인 시설관리, 조제과정관리가 아직 안 되고 있다. 제약회사는 1회에 생산된 로트별로 제품에 대하여 품질검사를 하는데 원외탕전실은 그렇지 못하다.

의약품은 안전성, 유효성뿐 아니라 품질균일성, 안정성을 갖추어야 한다. 국민들이 한약재 안전성 등에 대한 불신으로 한약선호도가 떨어진 지금, 한약으로 인한 약화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 국민들에게 한약에 대한 신뢰도를 향상시키기 위해 탕전실에 대한 관리제도 개선과 관리기준 제정이 필요하다. 국민들이 이제는 탕약보다도 제제를 국가가 관리하는 제약회사의 위생적인 시설에서 안심할 수 있는 원료로 만든 것으로 인식하는 것은 피할 수 없겠지만, 탕전실의 탕약도 그렇다는 것을 입증하여 보여주고 이미지 변신을 할 필요가 있다.

최근에는 다수의 한의사들이 이용하는 원외탕전실에서 위탁받은 한약의 조제시 양약 성분을 섞었다는 것이 기사화되어 한의계가 한바탕 홍역을 치른 바 있다. 한의사가 만든 연고에 스테로이드 성분이 검출되었다는 보도도 나온 적이 있다. 현재 제도로는 원외탕전실에서 처방대로 조제하지 않고 이물(규격품한약이 아닌 것을 쓰거나 양약성분을 넣음)을 혼입하는 경우 이를 파악할 수 없다. 이대로 가게 되면 또 어떤 보도가 나오게 될는지 알 수 없는 것이다. 제대로 관리 운영되고 있는 원외탕전실이 많겠지만, 불법을 저지른 한 개의 원외탕전실이 있다면 전체 한약의 대국민 신뢰도가 추락하게 된다. 또 원외탕전실에서 한의사의 환자진찰이나 처방 없이 무허가로 건강기능식품이나 한약을 제조·판매하거나 한의원에 납품할 수도 없다. 원외탕전실은 조제시설이지 제조시설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실에서 다품종소량생산일 수밖에 없는 한약의 특성상 제약회사보다 더 환영받는 원외탕전실 시스템이 치명적인 상처를 입고 없어지지 않도록 우리가 먼저 나서서 제대로 된 관리를 주문해야 한다. 원외탕전실 제도는 한약이 표준화되고 전문화, 산업화되는 과정에서 나타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원외탕전실 제도를 발전시켜 개인적으로 한약을 조제전탕하는 부분도 관리하여 한약의 발전을 도모하고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

한약사는 한약의 전문인으로서 원외탕전실의 조제탕전업무를 하찮은 것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 진단 처방하는 것뿐 아니라 조제 탕전하는 것도 전문성이 필요한 업무이다. 예전부터 약을 달이는 정성이 약효를 좌우한다고 한 것이 이것이다. 또한 한의사도 한약사의 지식의 가치를 인정해주어야 한다. 처방전을 확인하고 약재를 검수하고, 처방의 특성에 맞춰 조제 전탕하고, 탕제 외의 다양한 약제학적 제형들을 이용하여 조제하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한의사만큼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하며 더 발전되어야 할 분야이다.

또한 우리나라는 일찍이 한약약탕기가 개발되어 인기를 끌고 널리 보급되어 있으며 해외에도 수출되는 등 한국의 대표상품으로 인식되고 있다. 따라서 원외탕전실과 약탕기 관련 기준을 제정하고 정기적으로 현장실사를 거쳐 인증하면 관련 업계의 해외진출을 촉진시킬 수 있으며 국민의 신뢰도 회복하고 국제적인 표준안으로 제출하여 한약 표준화작업을 선도할 수도 있다. 이 어찌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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