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패같은 세상 깡으로 버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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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패같은 세상 깡으로 버틴다
  • 승인 2013.10.04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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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황보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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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 깡철이
얼마 전까지만 해도 덥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녔는데 이젠 춥다라는 말과 함께 긴 소매의 옷을 찾아 입어야만 할 정도로 계절이 바뀌고 있다. 갑자기 쌀쌀해지는 날씨 덕에 감기에 걸리는 사람들도 많을 텐데 이럴수록 따뜻한 음식을 먹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영화 한 편 보는 것도 환절기에 육체적, 심리적 건강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그래서 이 맘 때에는 마음이 허해지는 사람들을 위한 영화들이 많이 개봉되는데 올해에는 ‘깡철이’라는 영화가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감독 : 안권태
출연 : 유아인, 김해숙, 정유미, 김정태, 김성오, 이시언


부산의 부두 하역장에서 일하는 강철(유아인)은 치매를 비롯한 각종 병을 앓고 있는 엄마(김해숙)를 모시고 산다. 어느 날 목욕탕 굴뚝에 올라간 엄마를 구하러 갔다가 우연히 서울에서 여행 온 자유로운 성격의 수지(정유미)를 만나게 되고, 그녀를 통해 잠시나마 웃음을 되찾게 된다. 그러던 중 차에 치일 뻔한 조폭 두목 상곤(김정태)을 구해주고, 그의 명함을 받게 된다. 그 후 엄마의 병세가 갑자기 악화되고, 신장이식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강철은 돈이 필요하게 되고 결국 상곤을 찾아가게 된다.

‘완득이’라는 영화를 통해 자신의 나이보다 훨씬 어린 역할이지만 진솔한 연기를 보여주었던 유아인이 또다시 주인공의 이름을 딴 영화 ‘깡철이’로 자신의 나이에 걸맞은 캐릭터를 걸쭉한 사투리와 함께 연기한다. 특히 유아인으로서는 처음 도전하는 액션 연기를 무난히 소화하면서 외모와 연기력을 겸비한 20대 남자배우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여기에 진정한 배우임을 증명하듯이 화장끼 하나 없이 퉁퉁 부은 얼굴로 출연하는 김해숙씨의 치매환자 연기는 이 영화의 중요한 관람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깡철이’는 이 아픈 엄마와 아들이라는 극적인 소재만으로도 충분히 관객들에게 다가갈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좀 더 격한 감정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조폭을 개입시키면서 기존 영화에서 많이 보여주었던 부산표 액션 영화를 재탕하고 있다. 그로 인해 참신한 맛이 느껴지는 작품이 아닌 뜨뜻미지근한 작품이 되고 말았다. 특히 기존에 웃긴 캐릭터로 각인되어 있는 김정태와 김성오, 신정근 등 한국영화계의 굵직한 조연들이 웃음기 하나 없이 인상 쓰고, 무자비하게 사람을 죽이는 조폭들로 나온다는 것 자체도 이 영화가 관객에게 좀 더 다가갈 수 있는 부분을 놓쳤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엄마의 간병을 위해 자신의 삶을 놓고 있는 아들에게 어느 날 다가온 한 여자와의 사랑 감정이 그에게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하게 되지만 이 또한 중심 맥락과 잘 어울리지 못한 채 겉돌고 있어 전체적인 구성의 완성도가 떨어진다. 그냥 조폭 없이 착한 영화로만 갔었어도 이 가을에 많은 관객들의 마음을 힐링시켜 줄 제2의 ‘완득이’가 되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상영 중>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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