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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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이 필요하다
  • 승인 2013.09.26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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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김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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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영 호
부산시 한의사회 정책기획·홍보이사
공감한의원 원장
반전.
참 매력적인 단어다. 많은 드라마에서도 가난한 환경을 딛고 성공하는 스토리는 감동과 시청률을 보장하였고 ‘슈퍼스타K’에서도 어려운 환경을 이겨낸 참가자는 좋은 성적과 인기를 거두었다. 그 이유는 ‘반전’이 ‘감동’을 만들기 때문이다. 이제는 한의학도 ‘반전’이 필요하다. 사회적 인식과 한의원의 경영개선을 위한 점진적인 노력은 사회적 하향세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의계의 희망적인 반전을 꿈꾸며 몇 가지 반전 스토리를 소개하고자 한다.

추억의 크라운 맥주는 OB맥주에 밀려 항상 2인자였다. 1933년 조선맥주로 설립돼 ‘크라운 맥주’로 이름을 알려왔지만 맛이 쓰다는 고정관념 때문에 아무리 좋은 공법으로 맥주를 만들었다고 홍보하여도 만년 마이너 맥주 신세를 벗어날 수 없었다. 그런데 1991년 OB의 모기업 두산이 낙동강에 페놀을 방출했다는 사건으로 말미암아 OB맥주까지 불매 운동에 들어가 순식간에 두 맥주회사는 점유율이 뒤바뀌었다. 하지만 그해 11월 즈음 OB의 저력은 다시 힘을 발휘하여 맥주 시장은 다시 OB로 주도권이 넘어가는 듯하였다.

이때 크라운 맥주는 ‘맥주는 물 맛’이라는 광고를 통해 지하 150m 천연 암반수를 사용한 깨끗한 맥주라는 콘셉트로 ‘하이트’를 출시한다. 하이트라는 이름도 150m깊은 곳에서 물을 끌어올린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Height라는 단어에서 Hite로 최종 결정되었다고 한다. 맥주의 맛이 ‘쓰냐 덜 쓰냐’로 맥주를 선택하던 시장에서 ‘깨끗한 물로 만든 맥주냐 폐놀을 방류한 기업에서 나온 맥주냐’로 프레임이 바뀌어 버린 것이다. 이 사건이 일어나고 Hite로 개명한 이후 크라운 맥주는 더 이상 마이너가 아니었다.

지금은 최고의 인기 트로트 가수인 장윤정씨도 반전의 스타이다. 장윤정은 1999년 강변 가요제 대상 수상자이다. 하지만 1999년은 핑클과 SES, 베이비복스와 같은 여성 아이돌 그룹이 대세를 이룰 때다. 그리고 장윤정의 외모가 여성 아이돌 그룹 멤버들처럼 특출한 편도 아니었기에 대상 수상 후 4년간 음반 한 장 내지 못하는 신세였다. 게다가 아버지의 빚 보증문제로 가산까지 탕진한 상태였다. 이때 한 프로덕션의 제작자가 장윤정에게 트로트 가수를 제안한다. 당시만 해도 젊은 트로트 가수가 희귀하던 때라 트로트 가수 시장에서 장윤정은 예쁘고 노래 잘하는 대박 가수가 되었다. 인생의 가장 밑바닥까지 갔던 가수 지망생은 남들이 하지 않는 트로트로 반전 성공을 이루었다.

지금 가장 Hot하다는 예능은 단연코 ‘꽃보다 할배’가 아닐까 한다. 1박 2일의 나영석 PD가 케이블 채널로 옮기면서 제작한 ‘꽃보다 할배’는 그가 최초로 야외에서 취침하는 예능을 선보이고 대 히트를 쳤듯이 TV에서 늘 아버지, 할아버지 역할로 존재하던 4명의 할배 연기자를 가장 트렌디한 히트 프로그램의 주인공으로 만들었다.

게다가 ‘해외 여행’이 콘셉트이다 보니 외국 관광청들의 협조를 쉽게 얻을 수 있을 것이고 외국에 나가는 항공편, 마시는 물, 로밍할 때 필요한 핸드폰, 걸을 때 보이는 신발, 기타 아웃도어 등 외부 협찬을 받을 수 있는 품목이 자연스럽게 많아 질 수밖에 없다. 그러니 제작비도 절약 되고 여행 갈 수 있는 나라가 무궁무진하니 아이템 선정도 쉽고 이 보다 더 좋을 수 없는 프로그램이다.

물론 연세가 70~80이신 연기자 분들이 예능에 맞는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내 주실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여행’이라는 콘셉트와 나영석이라는 PD에 대한 호기심, 거기에 예능과는 어울리지 않는 할배들의 이야기가 만들어 내는 힘은 대단한 성공을 만들어냈다. 그야말로 할배들의 반전이었다. 비슷한 사례로 ‘아빠 어디가’나 ‘진짜 사나이’와 같은 프로그램도 예능 소재가 될 것 같지 않았던 아이들과 군대 이야기가 반전을 이룬 사례다.

개인적인 생각인지 모르겠으나 학술적으로나 국가 의료 시스템의 대 변화를 통해 양방과의 경쟁에서 지금 보다 나아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대 반전을 통해 성공을 거둘 수 있는 것은 역시 ‘홍보’다. 한의계도 항상 준비하고 있다면 위의 반전 사례들처럼 양방 의료계에 비해 미약한 세력이지만 반전을 꿈꿀 수 있다.

1963년 초등학교 3학년이던 앤드류 와일즈는 무심코 도서관에서 본 폐르마 정리를 보고 30년간 연구하여 1993년 인류 최초로 페르마의 정리를 증명하는데 성공하였고 최근 TED에서 소개된 평범한 10대 학생은 인터넷 자료 연구를 통해 세계 최초로 췌장암 조기 진단 키트를 개발했다. 지금 한의계는 미래를 이끌어갈 인재가 자신들의 잠재력을 외적인 힘으로 전환시키고 있는 과도기로 보인다. 굳이 한의학적인 성공이 아니더라도 여러 분야에서 한의사의 약진과 반전이 기대 된다.

미래는 강한 小가 느린 大를 이기는 경우가 아주 많아 질 것이다. 한의계는 강한 小가 되어 2만 한의사가 행복해지는 날이 오도록 ‘반전의 그 날’을 항상 준비해야 한다. 기회는 늘 갑자기 찾아오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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