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성이 미래를 밝힌다(Let It 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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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성이 미래를 밝힌다(Let It Be!)
  • 승인 2013.08.22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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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김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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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영 호
부산시 한의사회 정책기획·홍보이사
공감한의원 원장
서울의 하늘을 하루살이가 뒤덮고 있다는 뉴스를 본적이 있다. 하루살이의 천적인 개구리가 사라지면서 발생하는 새로운 모습이라고 한다. 너무 흔해서 귀찮을 정도의 개구리였는데 개구리가 사라지니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것은 자연 그대로의 다양성이 인간은 알지 못할 정도로 시계톱니처럼 정밀했었다는 반증이다.

생태계도 다양한 개체 하나하나가 전체적인 균형을 이루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처럼 인간 사회도 다양성을 보존하지 않으면 미래에 어떤 문제가 생길지 모른다. 결국 다양성은 ‘지속적으로 발전 가능한 미래’를 보장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다양성이 최근에 훼손되는 경우를 뉴스를 통해 자주 보게 된다.

1. 가로수 길의 변화
서울에서 가장 Hot한 거리인 가로수 길이 급격하게 높아진 임대료 때문에 고유의 모습을 잃어가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가로수 길이 현재의 명성을 갖도록 만들어준 개성 있는 작은 가게들은 대기업 의류 브랜드나 커피 브랜드에 밀려서 가로수 길을 대부분 떠났다고 한다. 다양성과 개성이 만들어준 가로수 길의 명성이 획일화된 프랜차이즈나 대형 브랜드로 인해 흔한 도심의 일부가 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이제 가로수 길을 찾는 사람들에게 그 길은 강남역이나 명동과 크게 다를 바 없는 곳이 되어가고 있고 길 자체의 생명력은 점점 약해지고 있다.

2. 지역 빵집의 반란
최근 언론에 자주 나오고 있는 군산의 이성당, 대전의 성심당과 미슐렝 가이드에 올라서 화제가 된 안동의 맘모스제과 등 역사가 오래된 제과점들은 빵집 자체가 관광 명소가 되면서 지역 소도시에 관광객을 모아주고 있다. 이런 빵집 역시 기존 프랜차이즈 빵집들의 식상한 메뉴와 맛에 싫증을 느낀 고객들이 실력 있는 오래된 가게에 대한 니즈(Needs)가 커지면서 명소가 되었다. 이전에는 각 동네마다 ‘생크림 케이크’와 ‘다양한 크림치즈 빵’들로 유명했던 동네 빵집들이 여러 곳 있었는데 어떤 프랜차이즈 때문에 다 사라졌다. 하지만 식빵만 만드는 작은 빵집에서부터 유기농 바게트나 발효 빵만 만드는 곳처럼 조금 더 세밀하게 전문화된 빵집이 다양하게 나타나서 새로운 다양성의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다.

3. 탑 마트의 약진
부산에는 대형마트도 아니고 골목 슈퍼마켓도 아닌 굳이 나누자면 중형마트쯤에 속하는 ‘탑 마트’라고 하는 곳이 있다. 그리 특별할 것이 없는데 꾸준히 고객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으며 유지되고 있다. 탑 마트 만의 상품이 있다거나 유독 싸게 파는 곳이 아님에도 손님이 많은 것을 보면 참 신기하다 싶은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고객들의 다양한 요구에 잘 부응한 형태라고 볼 수 있다.

일단 위치가 시장통이나 골목 등 주거지에서 걸어가는 동선에 위치하는 경우가 많고 일반 슈퍼마켓이나 대기업의 슈퍼마켓(SSM)들보다는 규모가 커서 대형마트로 가야 하는 번거로움을 덜어주었다. 주부들이 장을 보고 지나는 길에 위치한 ‘꽤 큰 슈퍼마켓’이다보니 마트로 가고 싶은데 일부러 차를 타고 가기는 귀찮은 주부들의 니즈에 정확히 부응한 것이다. 우리는 대형마트 아니면 재래시장의 구도만 살폈지만 탑마트는 보다 더 다양한 요구를 살폈고 그 속에서 해답을 찾은 듯하다.

여러 사례들을 통해 보면 고객은 항상 다양함을 요구하고 필요로 한다. 이런 요구들에 있어서 의료계는 서양의학으로 단일화된 창구를 만들려고 하지만 한의학은 미래에도 존재하고 있을 것이고 지금보다 더 성장해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감도 든다. 3가지 사례를 통해 볼 때 다양성을 훼손하려는 노력들은 늘 부정적인 결과를 불러왔고 실패할 것이라는 유추를 하게 한다. 한의학에 대해 부정적인 미래를 예상하는 분들이 많지만 다른 분야에서 일어나고 있는 다양성에 대한 요구들이 한의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 현대의학이 발전하면 발전할수록 현대의학의 장점은 뚜렷해질 것이며 장점이 뚜렷해진다는 것은 단점과 한계 또한 뚜렷해질 것이다. 앞으로 다가올 제2의 기회에 한의학은 양방을 따라가거나 겹치는 영역에 대한 투자와 노력보다 한의학만이 가지고 있는 다양함 속의 독특한 개성은 무엇인지 찾아봐야 할 것이다.

서울의 자연 생태계에서 개구리와 하루살이의 모습처럼, 너무 당연하게 그 자리에 있을 것으로 생각하던 것이 사라지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전문가도 예측하지 못한다. 과거에 대한 분석은 비교적 쉽지만 미래에 대한 예측은 수많은 변수가 있기에 매우 어렵다.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던 권리 중 ‘개구리’는 무엇인지 또한 ‘하루살이’는 무엇이 될지 끊임없이 고민해보아야 할 시점이다. 분명한 것은 다양성을 존중하는 것이야 말로 효과적인 미래 전략이 될 것이라는 점과 때로는 가로수 길의 사례와 같이 변화보다 전통적인 빵집이나 탑 마트처럼 있는 그대로 두었을 때가 더 강력한 전략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Let It 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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