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에 낯선 사람이 숨어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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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에 낯선 사람이 숨어살고 있다
  • 승인 2013.08.15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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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황보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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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 숨바꼭질
찜통더위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날씨가 연일 계속되고 있다. 그나마 필자는 중부지방에 살고 있어서 더위를 덜 느끼는 편이지만 남부지방의 경우 거의 한달 내내 낮에는 폭염, 밤에는 열대야에 시달리고 있다고 하는데 모두들 건강에 유의하시길 기원한다. 그러다보니 예년 같으면 광복절 이후에 개봉되는 공포영화의 경우 큰 관심을 못 끄는 경우가 많았지만 올해는 다를 것 같다. 일단 ‘설국열차’로 인해 개봉 시기가 늦어진 점도 있지만 더위의 기세가 더 강해지고 있기에 관객들을 조금이나마 서늘하게 만들어 줄 공포영화의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더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감독 : 허 정
출연 : 손현주, 문정희, 전미선

특히 귀신같은 초자연적인 현상으로 인한 공포보다는 마치 현실에서 일어남직한 사건으로 공포를 느끼게 된다면 무더위에 보기 딱 좋은 영화가 될 텐데 이번에 개봉하는 ‘숨바꼭질’이라는 영화가 바로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에 개봉 전부터 많은 관객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고급 아파트에서 완벽한 가정을 꾸리고 사는 성공한 사업가 성수(손현주)는 하나 뿐인 형에 대한 비밀과 지독한 결벽증을 갖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형의 실종 소식을 듣고 수십 년 만에 찾아간 형의 아파트에서 집집마다 새겨진 이상한 암호를 보게 되고 형을 알고 있는 주희(문정희) 가족을 만난다. 그리고 낡은 아파트의 암호를 찬찬히 살펴보던 성수는 그것이 그 집에 사는 사람의 성별과 수를 뜻하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런데 성수는 자신의 집 초인종 옆에도 똑같은 암호가 새겨진 것을 발견하게 된다.

‘숨바꼭질’은 집 주인도 모르는 사이에 그 집에 또 다른 누군가가 살고 있었다는 사건과 집 앞에 이상한 표시들이 적혀 있어 주민들을 불안하게 하면서 각종 루머를 양산시켰던 사건 등등 몇 년 전에 실제로 있었던 일들을 조합해서 만들어진 영화다. 이처럼 영화 속 사건 자체가 영화를 위해 만들어진 픽션이 아니라 현실에서 벌어졌었고, 가장 안전할 것이라고 믿는 ‘집’이 공포가 시작되는 지점이라는 것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관객들을 오싹하게 만든다. 거기에 관객들의 궁금증을 유발시키는 독특한 캐릭터들이 등장하고, 그 캐릭터를 믿고 보는 연기파 배우인 손현주, 문정희, 전미선 등 중년의 배우들이 리얼하게 연기하면서 도시괴담으로써 공포영화의 색다른 면을 맛보게 해준다.

단편영화제 등을 통해 이름을 알렸던 허정 감독의 장편 데뷔작인 ‘숨바꼭질’은 나름대로 깔끔하고 탄탄한 연출력을 보이며 긴장감을 부여하지만 아쉽게도 중반부를 넘어서부터는 제대로 이야기를 맺지 못하고, 약간 흐트러지기 시작한다. 물론 반전의 결말을 위한 장치에 힘을 쏟은 것도 있지만 관객들은 영화 속 사람들의 이야기를 더 듣고 싶어 했는지 모른다. 여하튼 ‘숨바꼭질’은 살기 위한 집이 아닌 사기 위한 집이 되어 버린 최근의 세태 속에서 집이 갖고 있는 속성에 대해 다시 한 번 되새기게 해준다. <상영 중>

황보성진 / 영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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