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597) 「梅亭寶鑑」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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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597) 「梅亭寶鑑」②
  • 승인 2013.08.15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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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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運氣따라 돌고 도는 疫病들

내용에 있어서 서문에서 언급한 것과 본문에 실제 기재된 것 사이에 다소 차이가 있다고 느낄 수 있다. ‘種痘新法’이란 표현 때문이다. 보통 종두라 하면 서구에서 전래된 牛痘法만을 떠올리고 이것이 전래되기 전에 이미 중국과 한국에서 人痘法이 사용되었던 사실을 잘 모르는 데서 기인한다. 이에 관한 언급을 저자의 발문에서 확인해 볼 수 있다.

“또한 근년에 비로소 얻은 종두방은 아직 시험해서 써보지 못했지만 전편을 두루 살펴보면 당연히 그럴 법한 이치가 있으므로 깨끗이 1권을 베껴 써서 전편의 끄트머리에 둔 것은 時痘에 매우 유익하리라 여겨서이니 비록 種法(종두법)을 쓰지 않는다 하더라도 무릇 두창을 치료하는 사람은 익숙하게 익혀야 할 것이다.”

◇「梅亭寶鑑」

 

 


이 책의 두창방에는 서구에서 전래된 우두종법을 다루고 있진 않다. 오히려 전래의 傷寒六經 분류에 따른 변증법을 제시하였고 처방 역시 지극히 상한고방 위주로 구성되어 있다. 다만 첫머리의 痘瘡臟腑虛寒者見訂과 臟腑實熱者見訂은 같은 두창증이라 할지라도 이환자가 허한한지 실열증인지를 구분하기 위하여 각개 감별요소를 惡寒, 面靑, 體淨, 昏睡, 腹脹, 懶言 등에 따라 구별하고 이하 4자성구로 여러 가지 감별증상을 略記해 놓았다.

또 痘有十候에서는 發熱, 初出, 出齊, 起泛, 行漿, 漿足, 回水, 收靨, 結痂, 還元으로 전변과정에 따라 구분하였는데, 기존에 주로 통용되던 허준의「두창집요」에 나오는 전변단계나 박진희가 「두창경험방」에서 제시한 구분법보다 훨씬 세분화하여 처음 선보인 것으로 조선 의서에 나타난 두창치료 전변단계 가운데서 가장 세밀한 것이 아닌가 싶다.

용법에 대해서도 첨언하길 잊지 않았는데, 藥料 가운데 혹간 소아에게 과중한 경우에는 醫者가 참작해서 감량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하였다. 이것은 수시로 변하는 痘疹의 속성상 고정된 처방을 제시하기 어렵고 때에 따라 隨症加減하는 것이 시의에 적절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또한 이런 말로 보아 책을 간행하여 널리 읽히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을 알 수 있으나 안타깝게도 실제 印行하기에 이르지는 못했던 것 같다.
한편 홍진경험에 대해서는 1紀 혹은 2기를 간격으로 유행하는 까닭에 저자가 겪은 것은 단지 4차일 뿐인지라 직접 목도한 것만을 기록해서 1권으로 모았다고 한다. 또한 두창 가운데 긴급하고 중요한 여러 구절과 자신의 견해를 간혹 조문 아래 붙여 놓거나 혹은 서로 증상을 대조해 볼 수 있도록 옆줄에 드러내 적어놓았다고 밝히고 있다. 그 뒤로 또 壬午∼癸未년에 홍진이 유행할 때, 두창이 兼行할 적에 증상을 살펴 치료한 경우가 많았는데 미리 예비해 두면 나중에 유용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권미에 붙어 있는 附經驗方에는 해를 거듭하여 유행된 역병에 대해 기록하고 있다. 自註에는 “지난 경오, 신미년에 크게 유행할 적엔 직접 보고 듣지 못해서 경험한 사람의 말을 빌면 인후통이 심하고 갈증이 혹심하였다고 말한다”라는 말이 적혀 있다. 또 본론에는 을미, 정미, 임술, 임오년에 유행한 증상들에 대해 자세히 기록하고 있다. 특히 처방에 이어 수록된 痘疹氣血論은 별도의 소제가 달려 있지 않지만, 내용에서 기존의 胎毒說과 운기발병설에 기초하고 있는듯하나 기실 이와 함께 외감풍한, 內傷生冷, 跌蹼蓄血 등으로 命門火가 발생하여 발병의 요인이 될 수 있음을 말하고 있어 기존의 원인설에 비해 상당히 개변된 양상을 보인다. 

안 상 우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기념사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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