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백가부터 열하일기까지, 동양고전의 진수를 엿보다
상태바
제자백가부터 열하일기까지, 동양고전의 진수를 엿보다
  • 승인 2013.07.25 10: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진돈

김진돈

mjmedi@http://


요즘 인문학의 열풍이 일고 있다. 현대사회에서 인문학의 가치를 강조하게 된 이유는 산업화와 경제화를 통한 물질적 풍요 속에서 그동안 소외되어온 ‘인간의 정신’과 ‘인간 존재의 가치’에 대한 관심과 의문을 정립하고 구명함에 있어 인문학이 주요 역할을 수행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 때문이다. 2012년 가을 연세대학교 학술정보원이 주최하고 재단법인 플라톤아카데미에서 주관한 인문학 강의인 ‘동양고전, 2012년을 말하다’는 큰 호응을 이끌었다. 이 책은 당시의 강의 중 이백과 두보를 제외한 13번의 강의를 엮은 것이다.
◇강신주 외 著
21세기 북스 刊

이 책은 크게 3부로 나누어 강의를 재구성하였다. 1부 동양고전에서 인생을 만나다에는 「논어」「목민심서」「성학십도」「격몽요결」「한중록」등, 2부 동양고전으로 행복을 꿈꾸다에는 「장자」「사기」「시경」 등, 3부 동양고전에서 창조를 발견하다에는 「산해경」「금오신화」「열하일기」 등을 다루었다.

인상 깊은 몇 대목을 살펴보자.
「논어」 앞부분에 세계를 이끌어 가는 사람은 스스로 자신을 평가하는 강한 자아가 필요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위축되지 않는 강력한 존재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마지막 구절에서는 군자가 오만해질 수 있는 가능성들을 막기 위해 어떤 삶의 자세를 취해야 할지를 규정하고 있다. 즉, 앞에선 현재의 조건에 안주하지 말고 ‘學’을 통해 끊임없이 ‘더 높이 나아가라’고 말하고, 마지막 장에선 ‘더 이상은 안 돼’라고 제어하는 묘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또 困에 무너지지 않고 자신을 일으키는 힘은 어디에 있는가? 발분망식(發憤忘食)이다. 즉 어떤 환경에도 무너지지 않고 먹는 것조차 자신의 의식세계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까맣게 잊고 열심히 노력한다는 의미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좇아가는 것과 발분망식이 결합하면 꺼지지 않는 열정으로 바뀌게 되고 그것이 시간의 사슬에서 벗어나는 길이다.

「격몽요결」은 유교 인문학의 기초로 인간이 가지고 있는 무지를 깨는 비결을 보여주는 데 있다. 우리 일상은 자기중심적이고 스스로가 만든 감옥 속에 갇혀 있다. 이 ‘고착’을 치유해야 행복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율곡은 자기 치유가 가능하다고 말한다. 인간 마음을 성형하고 마음을 치유하고 성숙시키는 프로젝트가 「성학십도」다. 그 가운데 심학도가 핵심 설계도에 해당한다.

동서양은 신화에서 엄청난 세계관의 차이가 나타난다. 동양에선 천인합일 사상이 들어 있다. 즉, 자연과 인간이 함께 하는 것이 바람직한 상태다. 인간과 동물이 합체가 된 반인반수는 괴물이 아니라 인간과 자연이 함께한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서양 문화의 발상지라 여겨지는 그리스에선 인간 중심의 철학이 발전했다. 즉, 자연은 인간이 지배할 대상이고 동물은 인간보다 열등한 존재다. 고로 반인반수의 모습은 사악한 괴물로 생각했다. 즉 스핑크스, 세이렌, 메두사 등은 사악한 괴물로 나타난다.

해서 상상력의 제국주의를 극복하기 위해서 상상력을 보다 다원화시킬 필요가 있다. 지난 100년간 우리는 근대화를 위해 서양 문화를 급속도로 받아들여야 했고, 이를 위해 서양 문화의 근원인 그리스 로마 신화를 알아야만 했다. 그래서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우리나라 전래동화보다 안데르센 동화를 먼저 읽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그동안 선조들이 간직해 왔던 신화, 즉 우리 상상력의 원천을 잃어버렸다. 획일화된 상상력에서 벗어나 상상력의 폭을 넓히고자 한다면 먼저 동양 고전을 읽어야 한다.

이외에 중국의 역사왜곡에 대한 심각성과 동양 철학의 사고방식이 부각되고 있고 불굴의 의지를 보인 사마천의 인생 역경 자체는 모두에게 귀감이 되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수 백년 동안 서구문명이 인류발전에 공헌을 했지만 사악한 측면과 동시에 한계를 드러내면서 폭력적인 지배 상황으로 귀결되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이제 새로운 틀을 짜고 새로운 사고와 문화를 일궈내야 할 때다.

앞으로 아시아의 시대가 될 것이다. 옛글을 읽되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으며 현실에서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해 생각하며 눈을 뜨고 읽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값 1만8000원)

김진돈 / 시인, 송파문인협회 명예회장, 송파구 가락2동 운제당한의원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