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도끼다」는 명함에 회사명 TBWA/KOREA와 함께 자신의 직책을 ECD(Executive Creative Director)로 표기한 광고인 박웅현님이 쓴 책입니다. 아니, 정확히는 2011년 2월부터 6월까지 경기창조학교에서 ‘책 들여다보기: I was moved by’라는 주제로 이루어진 강독회 모음집입니다.
해서 책 속에는 청강생들의 반응까지 적혀있는데, 직접 듣진 못했어도 분명 청중들을 휘어잡은 멋진 강연이었으리라 여겨집니다.
스스로를 한국의 태권도(T)·복싱(B)·레슬링(W)·협회(Association)에서 일하는 심하게(Extremely) 미친(Crazy) 개(Dog)라고 소개할 만큼 뛰어난 유머감각을 지닌 분이 김훈·고은·톨스토이·카뮈 등의 문호가 쓴 책들을 자세히 읽어준다는데 어찌 참석자들의 반응이 뜨겁지 않을 수 있겠어요?
책은 강연 횟수에 맞춘 모양인지 모두 8강으로 구성해 놓았습니다. 소제목 ‘시작은 울림이다’의 1강에서부터 ‘삶의 속도를 늦추며 바라보다’의 8강까지인데, 읽을 때는 순서 따질 필요 없이 책장을 펼쳐 그저 눈길 가는 대로 -가령 본인이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을 해설해 놓은 부분부터- 읽어도 무방합니다.
앞서 언급한 문장가들을 위시해서 이철수·최인훈·오주석·한형조·알랭 드 보통·니코스 카잔차키스·밀란 쿤데라·프리초프 카프라 등이 쓴 책들에 대한 일종의 독후감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냥 평범한 독후감은 아닙니다.
광고가 나온 지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귀와 눈에 아른거리는 여러 카피(“잘 자, 내 꿈 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사람을 향합니다”, “진심이 짓는다” 등)와 시리즈 캠페인(‘생활의 중심’, ‘세상의 모든 지식’ 등)을 만든 주인공이 쓴 독후감, 아니 독법(讀法)인 까닭입니다. 저자의 표현 그대로 얼어붙은 자신의 감성을 깨뜨리고 잠자던 세포를 깨우는 도끼! 머릿속에 선명한 도끼자국의 흔적을 남긴 도끼! 그 도끼가 자기에게는 바로 이러이러한 좋은 책들이었노라 소개하면서 ‘더불어 함께[共有]’ 하자며 제안하는 것입니다. 본인이 그간 발휘해 온 모든 창의적인 작품의 원천이었다면서….
광고나 홍보나 매일반이라면, 우리 한의계도 저자가 「인문학으로 광고하다」에서 주장했던 핵심 요소들을 놓치지 않아야 합니다. 언제나 현 시대와의 소통이 이루어져야 하는 바, 그 소통은 발신자→메시지→수신자가 아니라 수신자→메시지→발신자의 경로를 거쳐야 하고, 메시지는 항상 ‘잘 말해진 진실’이어야 한다는…. (값 1만6000원)
안세영 /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