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얼어붙은 감수성을 깨는 도끼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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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얼어붙은 감수성을 깨는 도끼가 돼야 한다
  • 승인 2013.07.18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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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영

안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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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비평 | 책은 도끼다

            ◇박웅현 著
             북하우스 刊
보름여 전, 근 20년 만에 후배 한 명을 만났습니다. 그동안 전화는 여러 번 주고받았기에 마음은 지척이었음에도 따로 시간 내어 얼굴까지 마주하진 못했는데, 제가 좋아하는 선배 교수님 두 분과도 깊은 인연이 있었던 덕택에 넷이서 간만에 뭉쳤던 것이지요. 세월을 속이지 못하는 모습에 서로 너털웃음 지으며 즐겁게 술잔을 기울였고, 한의학을 포함한 인생사 전반에 관해 오만 가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는 최근에 「책은 도끼다」를 읽으며 큰 울림을 받았다고 하더군요. 저 또한 ‘좋은 책 길라잡이’로서 손색이 없다는 생각을 가졌던지라 다음 번 도서비평의 소재로 삼으리라 작정했고, 지금 이렇게 실천에 옮기고 있답니다.
「책은 도끼다」는 명함에 회사명 TBWA/KOREA와 함께 자신의 직책을 ECD(Executive Creative Director)로 표기한 광고인 박웅현님이 쓴 책입니다. 아니, 정확히는 2011년 2월부터 6월까지 경기창조학교에서 ‘책 들여다보기: I was moved by’라는 주제로 이루어진 강독회 모음집입니다.

해서 책 속에는 청강생들의 반응까지 적혀있는데, 직접 듣진 못했어도 분명 청중들을 휘어잡은 멋진 강연이었으리라 여겨집니다.

스스로를 한국의 태권도(T)·복싱(B)·레슬링(W)·협회(Association)에서 일하는 심하게(Extremely) 미친(Crazy) 개(Dog)라고 소개할 만큼 뛰어난 유머감각을 지닌 분이 김훈·고은·톨스토이·카뮈 등의 문호가 쓴 책들을 자세히 읽어준다는데 어찌 참석자들의 반응이 뜨겁지 않을 수 있겠어요?

책은 강연 횟수에 맞춘 모양인지 모두 8강으로 구성해 놓았습니다. 소제목 ‘시작은 울림이다’의 1강에서부터 ‘삶의 속도를 늦추며 바라보다’의 8강까지인데, 읽을 때는 순서 따질 필요 없이 책장을 펼쳐 그저 눈길 가는 대로 -가령 본인이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을 해설해 놓은 부분부터- 읽어도 무방합니다.

앞서 언급한 문장가들을 위시해서 이철수·최인훈·오주석·한형조·알랭 드 보통·니코스 카잔차키스·밀란 쿤데라·프리초프 카프라 등이 쓴 책들에 대한 일종의 독후감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냥 평범한 독후감은 아닙니다.

광고가 나온 지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귀와 눈에 아른거리는 여러 카피(“잘 자, 내 꿈 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사람을 향합니다”, “진심이 짓는다” 등)와 시리즈 캠페인(‘생활의 중심’, ‘세상의 모든 지식’ 등)을 만든 주인공이 쓴 독후감, 아니 독법(讀法)인 까닭입니다. 저자의 표현 그대로 얼어붙은 자신의 감성을 깨뜨리고 잠자던 세포를 깨우는 도끼! 머릿속에 선명한 도끼자국의 흔적을 남긴 도끼! 그 도끼가 자기에게는 바로 이러이러한 좋은 책들이었노라 소개하면서 ‘더불어 함께[共有]’ 하자며 제안하는 것입니다. 본인이 그간 발휘해 온 모든 창의적인 작품의 원천이었다면서….

광고나 홍보나 매일반이라면, 우리 한의계도 저자가 「인문학으로 광고하다」에서 주장했던 핵심 요소들을 놓치지 않아야 합니다. 언제나 현 시대와의 소통이 이루어져야 하는 바, 그 소통은 발신자→메시지→수신자가 아니라 수신자→메시지→발신자의 경로를 거쳐야 하고, 메시지는 항상 ‘잘 말해진 진실’이어야 한다는…. (값 1만6000원)

안세영 /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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