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릴라와 소녀가 나누는 뜨거운 우정
상태바
고릴라와 소녀가 나누는 뜨거운 우정
  • 승인 2013.07.18 11: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황보성진

황보성진

mjmedi@http://


영화읽기 | 미스터 고
고교야구의 인기가 엄청 높았던 1970년대를 지나 1982년에는 프로야구가 개막하고, 세계 야구 선수권 대회에서 우승을 하면서 야구는 명실 공히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로 자리매김하였다. 당시 필자 역시 지역 연고팀의 어린이 회원으로 가입하고, 매일 야구 성적을 기록하고, 야구장에 가는 등 야구에 푹 빠져 지낸 적이 있었다.
◇ 감독 : 김용화
    출연 : 성동일, 서교, 김강우, 김정태, 김희원


또한 야구의 인기에 편승하여 ‘공포의 외인구단’이나 ‘독고 탁’ 시리즈의 만화와 영화들이 큰 인기를 끌었으며, 1985년에는 허영만 화백의 ‘제7구단’ 만화도 출간되었다. 그런데 이 만화는 고릴라가 프로야구 선수로 등장하는 내용으로 정말 만화다운 상상력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물론 영화로 만들 생각은 아예 꿈꾸지도 못할 작품이었지만 28여년 후 이 작품은 아시아 최초 3D 디지털 캐릭터가 나오는 영화이자, 실제 고릴라가 움직이는 듯한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 한국 영화 최초로 Real 3D 영화에 도전한 ‘미스터 고’로 재탄생하게 되었다.

할아버지(변희봉)가 돌아가신 후 홀로 전통의 룡파 서커스를 이끄는 15세 소녀 웨이웨이(서교)와 태어날 때부터 함께였던 285kg의 거구에 사람의 20배에 달하는 힘을 가진 45세의 고릴라 링링은 서로를 의지하며 지낸다.

웨이웨이는 할아버지가 남긴 빚을 갚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중 큰 돈을 벌게 해주겠다는 악명 높은 에이전트 성충수(성동일)의 제안에 링링과 함께 한국행을 결심한다. 그리고 돈이라면 무엇이든 하고 마는 성충수 덕에 고릴라 링링은 한국 프로야구에 정식으로 데뷔하게 된다. 많은 우려 속에서도 링링은 타고난 힘과 스피드, 오랜 훈련으로 다져진 정확함까지 갖추며 승승장구하고, 전 국민의 슈퍼스타로 거듭나게 된다.
‘미녀는 괴로워’, ‘국가대표’ 등 연출작품마다 큰 흥행을 일궈낸 김용화 감독의 작품인 ‘미스터 고’는 감독의 명성에 걸맞게 제작 단계부터 큰 이슈를 보이면서 올해 기대작 중의 한 편으로 꼽힌다. 특히 우리 기술로 탄생한 고릴라 링링은 예고편에서 약간의 우려를 불러 일으켰지만 본 편에서는 어색한 부분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고, 최근에는 연예 정보 프로그램에 출연할 정도로 잘 만들어졌다. 또한 야구를 다루고 있는 영화답게 공이 날아오는 듯한 3D 효과도 있어 관객들의 눈을 즐겁게 해주고 있으며, 입담 좋기로 소문난 성동일의 연기와 중국소녀 서교의 깜직한 연기가 어우러지고, 류현진, 추신수 등의 현역 야구선수와 일본 배우 오다기리 조 등이 카메오로 출연하면서 깨알 같은 웃음을 전하고 있다.

그러나 일취월장한 기술력과 비교해 이전 작품들을 통해 웃음 뒤에 진한 감동을 표현했던 김용화 감독만의 독특한 이야기 전개가 드러나지 않은 채 전반적으로 무난하게 진행되는 점은 약간 아쉽게 느껴진다. 물론 제작비 225억원 중에 25% 이상을 중국의 제작사가 투자했고, 이를 통해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권에서 대규모로 개봉되면서 한국 관객만을 위한 영화가 아닌 글로벌 관객들을 배려한 부분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김용화 감독만의 연출색을 기대했던 관객들에게는 그 아쉬움이 더 크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러한 기대감을 약간 버린다면 ‘미스터 고’는 상상한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영화 기술력의 발전을 한눈에 보여주면서 폭우와 폭염 속에서 지친 사람들에게 따뜻한 웃음을 선사해주는 영화로서 여름방학을 맞이하여 온 가족이 시원한 극장으로 나들이 가서 함께 즐길 수 있는 영화이다. <상영 중>

황보성진 / 영화 칼럼니스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