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 「감시자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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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 「감시자들 」
  • 승인 2013.07.04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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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황보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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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조차 없는 자의 모든 것을 기억하라

최근 각종 흉악범죄들이 연이어 일어나고 있는 가운데 대체로 사건 해결의 실마리는 CCTV를 통해 풀리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 결과 몇몇 큰 건물 등에만 설치되었던 CCTV들이 일반 주거지에도 설치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각종 사건, 사고로부터 안전함을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지만 이 CCTV는 이러한 긍정적인 부분 외에도 누군가의 일거수 일투족을 모두 기록하는 또 다른 눈으로서의 역할을 한다는 역효과가 같이 존재한다. 그로 인해 현대인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의 일상을 누군가에게 보여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CCTV가 하는 일을 사람이 한다면 어떨까? 과연 제대로 기록할 수 있을지 궁금한데 바로 이번에 소개할 영화인 ‘감시자들’은 마치 이러한 의문에 답을 주듯이 한 인물의 뒤를 쫓는 감시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감독 : 조의석, 김병서
출연 : 설경구, 한효주, 정우성
동물적인 직감과 본능으로 범죄를 쫓는 감시 전문가 황반장(설경구)이 이끄는 감시반에 탁월한 기억력과 관찰력을 지닌 신참 ‘하윤주’(한효주)가 합류한다. 그리고 얼마 후 감시반의 철저한 포위망마저 무용지물로 만든 범죄가 벌어진다. 단 3분 만에 한 치의 실수도 없이 벌어진 무장강도 사건의 범인인 범죄 조직의 리더 ‘제임스’(정우성)는 얼굴도 단서도 남기지 않고 자신의 존재를 은폐한다. 오히려 그는 감시반의 추적이 조여 올수록 더욱 치밀하게 범죄를 이어가고, 더 이상의 범죄를 막기 위해 반드시 놈의 실체를 알아내야만 하는 감시반의 황반장과 하윤주는 모든 기억과 단서를 동원해 놈을 쫓기 시작한다.

정보와 단서를 토대로 범죄에 대한 감시만을 담당하는 경찰 내 특수 조직인 ‘감시반’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다루고 있는 영화인 ‘감시자들’은 2007년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었던 홍콩영화 ‘천공의 눈’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원작을 그대로 옮겨 오지 않고, 우리나라의 상황에 맞게 각색을 하고 액션 장면 등을 더 첨가하면서 ‘감시자들’은 원작과는 또 다른 맛을 느끼게 하고 있다. 오로지 감시에서 시작해 감시로 끝나고 허락된 임무 외에는 개입이 불가능하며, 신분이 노출되는 즉시 임무에서 제외되는 철저한 수칙 하에 움직이고, 범인이 눈 앞에 있어도 잡을 수 없는 감시반은 실제로 국내 경찰 조직에서는 볼 수 없는 특수조직이지만 영화적인 상상력을 제공하면서 관객들에게 신선한 흥미를 제공하고 있다.

이 영화는 이미 범인이 누구인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잡을 것인가가 관건이다. 그래서 영화에서 서로의 정체를 숨겨야만 하는 주인공들의 쫓고 쫓기는 추적은 관객들에게 심리적 긴장감을 주기에 충분하며, 그 과정에서 보여지는 서울 도심에서의 카 체이싱 장면 등은 더운 여름 날씨에 시원한 청량감을 느끼게 해준다. 또한 설경구와 한효주, 악역에 처음 도전하는 정우성의 연기, 아이돌 그룹인 2PM의 멤버인 이준호 등의 연기가 제대로 어우러지면서 ‘감시자들’의 영화적 재미는 한층 높아지고 있으며, ‘도둑들’로 친숙한 홍콩 배우 임달화가 원작에서 자신이 연기했던 역이 아닌 다른 역으로 카메오 출연을 하면서 깨알 같은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시사회 이후 웰 메이드 범죄 스릴러 영화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준 ‘감시자들’이 올 여름 극장가에서 어떤 성적을 보여줄지 궁금하다. <상영 중>

황보성진 / 영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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