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아이를 굶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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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아이를 굶겨라
  • 승인 2003.07.11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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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히 잊고 산 먹거리’ 다시보기


가끔 콩나물에 농약을 뿌린 것이 기사화되면서 온국민의 흥분을 자아내기도 한다. 또 그럴때마다 먹거리를 가지고 그런 행태를 하는 사람들은 좀 더 강력한 제재를 받아 마땅하다고 기세를 올리기도 한다. 그러나 콩나물은 그렇게 흥분하면서 ‘콩나물 농약’처럼 수확 후 농약(Post-harvet)을 성실하고 치밀하게 치는 밀가루나 바나나 등 대다수의 외국산 수입 농산물과 시금치, 상추 등 국내 농산물에 대해서는 신문기사도 침묵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어쩌면 외국의 시장개방 압력과 경제가 어려운 농민을 배려한 측면에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언제부턴가 우리는 이 시대의 키워드인 ‘환경’에 대해 잘 알고 고민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우리가 전문가가 아닌 이상 전문가 집단의 활동에 그것을 대부분 위임하고 그들의 활동을 믿으면서 수동적인 개체가 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사실 ‘적당히 모르고’ 또 ‘적당히 잊고 사는’ 덕분에 스트레스 받지 않고 주변의 오염된 먹거리들을 잘 먹고 지내는 것인지도 모른다.

최근에 ‘벌레 먹은 라면’이 발견되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없고, 바나나는 사온지 며칠이 지나도록 보기좋은 노란 색을 유지하고 있으니, 우리가 먹는 먹거리들 중 생명의 호흡을 제대로 하고 있는 것들이 몇이나 되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이 책을 엮은 ‘다음을 지키는 엄마 모임(다지모)’은 경실련 환경개발센터가 독립하면서 재창립된 ‘환경정의 시민 연대’의 주부로 구성된 회원모임이다. 아이들에게 유해한 환경이 있는지를 감시하고, 보다 건강한 먹거리를 찾기 위해 환경전문가들과 함께 연구, 토론하면서 사회여론화 시키고 있는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언젠가 푸에르토리코에서는 생후 7개월된 아기의 젖가슴이 부풀어 오르고 3~6세에 생리를 하는 등 비정상적인 조숙 현상을 보이는 어린이가 2천명이나 발생한 끔직한 사건이 있었다. 이 아이들이 먹은 미국산 닭고기에는 가금류의 성장촉진제로 쓰이는 ‘에스트로겐’이 다량 함유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우리의 상황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듯한데, 미국의 압력으로 우리의 식품검역기준을 완화해주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고, 심지어 검역과정에서 즉석해서 우리 검역기관원이 직접 사용이 엄격히 제한되어 있는 식품보존제를 다량 살포해서 시중에 유통시키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다음세대의 건강은 아마도 얼마나 정결하고 신선한 식품을 섭취하느냐에 달려 있고, 또 이 문제는 국민의 건강이라는 차원을 넘어 국력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심각한 문제가 될지도 모르겠다.

강 현 호(부산 솔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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