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590) - 「居家必用事類全集」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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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590) - 「居家必用事類全集」②
  • 승인 2013.06.20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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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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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미용에 관한 오래된 風俗

지난 호에 이어 「居家必用」의 개략적인 면모를 좀 더 살펴보기로 하자. 庚集의 뒤편에는 염료나 세탁법, 각종 香과 훈법을 소개하고 있다. 「동의보감」잡방문에도 또한 각종 향과 훈법이 수재되어 있음을 상기해 보면 그 유래가 오래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閨閤事宜에는 규중 부인네들의 미용과 피부보호에 소용되는 화장품과 약재들이 들어 있다. 요사이 선풍적인 인기몰이를 하는 한방화장품의 원조격이니 반드시 참조해 볼만한 가치가 있다.

 

◇「거가필용사류전집」

辛集에는 ‘吏學指南’이란 편명이 붙어 있는데, 서리와 하급관리들이 알아야 할 필수지식들이 망라되어 있다. 주로 법규와 제도, 형률, 관문서 작성법 등 다양한 내용들이 들어 있는데, 그중에는 老幼疾病 항목을 두어 노약자와 질병에 관해 공문서에서 사용하는 몇 가지 법률 용어에 대한 정의를 제시하고 있어 흥미롭다.

예컨대 襁褓란 말은 1∼2세 어린아이의 의복을 말하므로 3세 이상에게는 쓰지 못한다. 질병이란 용어도 의미가 다른데, 疾은 평생 치료해도 잘 낫지 않는 것을 말하니 요즘말로 난치성 혹은 대사성 질환에 해당하고 病은 뜻하지 않게 걸려 고통을 겪는 것이니 갑자기 이환된 병을 뜻한다. 藥餌란 말도 엄밀히 말해서 서로 다른데, 질병을 치료하는 물질을 약이라 하고 능히 먹을 수 있는 것을 餌라고 한다 했으니 「동의보감」의 4대 치법인 ‘藥餌鍼灸’ 가운데 이미 음식으로 치료하는 방법이 주요 치법으로 자리 잡아 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권미에는 또 ‘爲政九要’라 하여 관리가 반드시 지켜야 할 자세를 9조목으로 나누어 제시하고 있다.

壬集부터 비로소 본격적인 의약편이 시작되는데, ‘衛生’이라는 편명이 붙어 있다. 그 아래 養老奉親書, 治諸病經驗方, 諸雜方 등의 소제목으로 분류가 이루어져 있다. 끝으로 마지막 권인 癸集에는 謹身편이라 이름하고 三元參贊延壽之書, 修養秘論의 내용 가운데 요지를 간추려 싣고 있다. 그럼 이제 위생편 이하 의약에 관한 내용을 중심으로 좀 더 자세히 살펴보기로 한다.

壬集에는 養老奉親書가 가장 먼저 수록되어 있는데, 첫 단락에는 陳直의 養老食治序가 실려 있다. 이하 食治養老益氣方, 治眼目方, 食治耳聾耳鳴諸方, 食治五勞七傷諸方, 食治老人虛損羸瘦方 등 16종으로 구분된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에 대한 식치방이 망라되어 있다. 대략 여기에 열거된 질환군으로는 일반적인 허로성 질환 이외에 煩渴, 瀉痢, 喘嗽, 水腫, 脚氣, 淋疾, ??塞, 痔疾 등이다.

이어 治諸病經驗方에서는 중풍, 상한, 中暑, 積聚, 痰飮 등 각종 질환 32종에 대한 처치법이 있고 끝에는 구황벽곡방도 붙여 놓았다. 또 이어지는 諸雜方에는 烏??方, 撚鬚膏, 染??藥, 抽白髮 등 주로 염색이나 미용에 소용되는 방법이 모아져 있다. 그중에는 오늘날 샴푸와 같은 머리감는 약방, 흰머리를 검게 물들이는 염색방, 치아미백을 위한 擦牙藥으로부터 티눈 제거법이나 빠진 손발톱을 보강하는 방법, 모기나 이, 벼룩 같은 해충퇴치법, 옷가지에 향기 쏘이는 방법 등 갖가지 잡다한 생활지식이 망라되어 있다.

이 가운데 치약의 경우에는 여러 종류의 조합이 이루어져 있지만 하나같이 공통적으로 靑鹽을 기본으로 하고 있어 양치를 위해 소금을 사용해 온 것이 오랜 전통과 역사성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 이 시대에도 백발이나 수염을 검게 물들이는 미용수단이 유행할 정도로 현대인 못지않게 젊음을 선망하는 풍조가 있었음을 볼 수 있어 당시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다. 마지막 편 癸集에 실려 있는 내용에 관해서는 다음 호에 마저 다뤄보기로 한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기념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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