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589) - 「居家必用事類全集」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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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589) - 「居家必用事類全集」①
  • 승인 2013.06.13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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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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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시대 가정의약 백과전서

「居家必用」에 대해서는 이미 오래 전인 2001년에 “가정생활의 필수 衛生法”(2001.2.12일자, 제60회)이란 제목으로 연재한 바 있다. 하지만 세월이 많이 지나 기억하는 독자도 많지 않을 것 같고 당시엔 全書를 구해 볼 수 없었기에 의약부문만 채록한 필사본을 보고 글을 썼다. 근래 중국에서 발행한 완질의 영인본을 입수하였기에 전서의 규모와 구성 체제를 살펴보고 이와 함께 의약 관련 내용을 위주로 다시 한 번 소개해 보기로 한다.

◇「거가필용사류전집」

현재 이 책에는 저자가 따로 표기되어 있지 않으며, 아마도 원나라 때 통속출판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편집본으로 여겨진다. 여러 정황으로 보아 명대 말엽까지는 이 책의 완본이 전해진 것으로 보이지만 그 이후론 ‘明刊本이 殘存’한다고만 되어 있어 한동안 이 책의 전존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전서의 규모를 살펴보면 10권 20책으로 甲集으로부터 癸集에 이르기까지 天干順으로 10부로 나뉘어져 있다. 제법 짜임새 있는 규모와 체계를 갖추고 있을 뿐만 아니라 사대부의 일상생활에 필요한 각종 생활지식을 망라하고 있어 가정백과서의 성격을 띠고 있다. 현존본에는 각권에 목록이 따로 따로 구비되어 있는데, 이것은 아마도 각기 다른 내용을 다루고 있는 권별 특성을 고려해 필요한 책만 뽑아서 볼 수 있도록 고려했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그 개략적인 면모를 살펴보면, 甲集에는 爲學, 讀書, 作文, 寫字, 切韻, 書簡, 活套, 饋送請召式, 家書通式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주로 초학자나 사대부가 알아야 할 필수지식이나 문한 상식류를 다루고 있다. 乙集은 家法, 家禮로 나누고 治家格言과 관혼상제례에 관한 기본상식을 피력해 놓았다. 丙集은 仕宦편으로 사대부가 지녀야할 덕목을 잠언으로 제시하고 이어 명리와 택일, 해몽법 등도 실어 놓고 있다. 이를 통해 당시 사회적인 관심사와 문제점에 대한 해결방식을 엿볼 수 있다. 특히 解夢에서「周禮」春官 宗伯편에 “꿈을 점쳐서 歲時를 관장한다”는 말을 필두로 「황제내경」이나 「孫眞人調神論」같은 의학서를 인용하고 있어 흥미롭다.

丁集은 宅舍편으로 주거할 집을 짓는 법과 방식, 길흉일, 이사와 입주에 대한 내용이 다루어져 있고 후반부에는 牧養法을 다루고 있는데, 말, 소, 양, 닭, 오리, 물고기를 기르는 방법이 실려 있다. 이 목양법은 牛馬方을 비롯한 전통수의학과 밀접한 상관성이 있어 연구가치가 크다. 또 農桑類, 種藝類, 種藥類, 種菜類, 果木類, 花草類, 竹木類로 구분되어 있는 戊集에는 농사와 蠶桑, 각종 원예, 채소, 과수와 화초, 그리고 약초를 심고 가꾸는 방법을 다루고 있다. 또한 文房適用, 燈火備用, 磨補銅鐵石類, 刻漏捷法, 寶貨辨疑 등 일상에 필요한 각종 생활 지식이 망라되어 있다.

己集에는 茶湯과 渴水, 熟水, 漿水 등 차와 음료에 관한 내용, 果食類, 酒麴類, 造諸醋法, 諸醬類, 諸??類, ??造??藏日, 飮食類, ??藏魚品, 造酢品 등 각종 식재료와 양념 장만하는 방법을 논하고 있다. 특히 음식류에는 蔬食과 肉食으로 나누어 대표적인 음식 조리법을 다루고 있어 여말선초의 음식문화를 연구하는데 요긴한 자료로 쓰일 것 같다. 이어 庚集에서도 음식을 다루고 있는데 본격적으로 각종 요리와 이에 수반되는 반찬과 조리법에 이르기까지 제반사항이 망라되어 있다. 특히 回回食品, 女眞食品 등 민족특색이 강조된 음식들도 소개하고 있어 우리 민족이 먹어온 전통음식의 원류와 변천 과정을 추적해 볼 수 있는 좋은 참고거리가 될 것이다. 이하 미진한 부분은 다음호에 계속하기로 한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기념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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