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호 칼럼 - 우리말 로마자 표기법 소개, 정확히 알고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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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호 칼럼 - 우리말 로마자 표기법 소개, 정확히 알고 쓰자
  • 승인 2013.06.06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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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호

한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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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창 호
동국대 한의대 교수

논문이나 학회지를 교정하다보면 영어표기에 신경이 많이 쓰인다. 잘못된 한글 로마자 표기를 자주 발견하곤한다. 물론 잘된 것도 있기는 하지만, 너무도 많이 틀린 것을 발견하다 보면 우리말 글쓰기가 대한민국 최고학부를 졸업한 사람들이 썼다고 믿기에 너무 부족하여 마음이 좋질 않다.

우리말의 로마자표기법은 10여년 전에 바뀌었다. 이전에 사용하던 것은 매큔-라이샤워 표기법(McCune-Reischauerro manization)인데, 1984년 1월 13일 고시되어 2000년 7월 7일 폐지된 로마자 표기법이다. 현재 남한 이외의 여러 나라에서 한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으로 널리 쓰이며 북한에서도 이 표기법의 변형을 공식표기법으로 사용하고 있다.

1937년 미국인 조지 매큔과 에드윈 라이샤워가 만들었으며, 한글을 전자한다기보다는 발음을 서양 언어에 가깝게 표기한 것이다. 우리말은 유성음과 무성음이 서로 구분되는 음운이 아니지만 이 표기법에서는 구분 지우며, 격음 뒤 또는 음절 사이를 구분할 때는 아포스트로피(’)를 쓰는데, 이는 서양에서는 직관적인 문장 부호이다. 이 표기법에는 아포스트로피와 ㅓ(??)와 ㅡ(??) 등의 위에 있는 표기하기 어려운 반달점(breve)을 빼는 사람이 있어서 다른 말과 혼동되었던 단점이 있었다.

우리나라 문화관광부는 2000년 7월 7일 새로운 표기법을 고시(제2000-8호)하였고, 이것이 현재 쓰이고 있다. 표기의 기본 원칙은 우리말의 표준 발음에 따라 적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로마자 이외의 부호는 되도록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단모음 ‘ㅏ, ㅓ, ㅗ, ㅜ, ㅡ, ㅣ, ㅐ, ㅔ, ㅚ, ㅟ’을 ‘a, eo, o, u, eu, i, ae, e, oe, wi’로 표기하고, 복모음 ‘ㅑ, ㅕ, ㅛ, ㅠ, ㅒ, ㅖ, ㅘ, ㅙ, ㅝ, ㅞ, ㅢ’는 ‘ya, yeo, yo, yu, yae, ye, wa, wae, wo, we, ui’로 표기 하며, 장모음의 표기는 따로 하지 않는다. 자음의 표기는 파열음 ‘ㄱ, ㄲ, ㅋ, ㄷ, ㄸ, ㅌ, ㅂ, ㅃ, ㅍ’은 ‘g/k, kk, k, d/t, tt, t, b/p, pp, p’로, 파찰음 ‘ㅈ, ㅉ, ㅊ’은 ‘j, jj, ch’으로, 마찰음 ‘ㅅ,ㅆ,ㅎ’은 ‘s,ss,h’로, 비음 ‘ㄴ, ㅁ, ㅇ’은 ‘n, m, ng’로 유음 ‘ㄹ’은 ‘r/l’로 표기하며, ‘ㄱ, ㄷ, ㅂ, ㄹ’은 모음앞에서는 ‘g, d, b, r’로 자음 앞이나 어말에는 ‘k, t, p, l’로 적는다. 자음동화, 구개음화, 음운현상은 반영하여 발음나는 대로 적되 된소리는 표기에 반영하지 않는다. 고유명사는 첫 글자를 대문자로, 인명은 성과 이름의 순서로 띄어 쓰고, 이름은 붙여 쓰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음절 사이에 붙임표(-)를 쓰는 것을 허용한다. 발음상 혼동의 우려가 있을 때에도 음절 사이에 붙임표(-)를 쓸 수 있다. ‘도, 시, 군, 구, 읍, 면, 리, 동’의 행정 구역 단위와 ‘가’는 각각 ‘do, si, gun, gu, eup, myeon, ri, dong, ga’로 적고, 그 앞에는 붙임표(-)를 넣는다. 단, ‘시, 군, 읍’의 행정 구역 단위는 생략할 수 있다. 자연 지물명, 문화재명, 인공 축조물명은 붙임표(-) 없이 붙여 쓴다. 즉, 남산은 ‘Namsan’, 남한산성은‘Namhansanseong’, 독립문은 ‘Dongnim mun’으로, 다보탑은‘Dabotap’으로 표기한다. 지명표기를 예로 들면 경주는 ‘Gyeongju’ 부산은 ‘Busan’으로, 서울은 ‘Seoul’로 쓰고, 종로3가는 ‘Chong nosamga’에서‘Jongno 3-ga’라고 적는다. 다만 인명, 회사명, 단체명은 그 동안 써온 표기를 그래도 쓸 수 있도록 허용되어있기도 하다.

말하는 사람마다 다소간 차이는 있지만 지구상에는 약 7000여가지 언어종류가 있으며, 이중 30여 개의 표기법 즉, 문자가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한글이라는 매우 음운의 표현력이 뛰어나면서도 간명하고, 창의적이며, 배우기 쉬운 문자를 가지고 있다는데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

실제로 그렇다. 다만 인터넷과 교통통신수단의 발달로 세계가 가까워지고 있으며, 의사소통의 필요성이 더욱 커지면서 세계 공용어로 영어의 지위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도 부정하기 힘든 사실이다. 우리민족의 전통을 이어가고, 다른 나라에는 없는 독특한 개념과 용어를 표현해야 하는 한의학을 비롯한 한국학 연구자들에게 우리말의 로마자 표기법은 매우 어렵지만 중요한 일이다.

표준 표기법이 바뀌었으면 바꾼 대로 쓰면 된다. 그런데 문제는 한국학 관련 학문분야에서 국제 표기법으로 매큔-라이샤워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며, 대다수의 세계 많은 나라에서도 이 표기법을 따르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글과 논문들이 세계인들에게 알려지고, 읽히는데 이 표기법이 더 많이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매큔-라이샤워 표기법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이 표기법이 영어권 사람들의 실제 발음과 가장 유사하게 발음이 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로마자 표기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표준 발음에 대한 지식이 있어야 한다. 표준 발음법에 따라 로마자 표기를 하기 때문에 외국인을 기준으로 한 것이며, 우리에게는 어느 정도 불편한 것이 사실이다. 우리말 표준 발음법은 표준어 규정(1988. 1. 고시)의 제2부에 명시되어 있다.

우리는 영어를 아는 게 힘이 되는 세상에 살고 있다. 세계에 유례 없는 멋진 우리글을 가진 대한민국사람으로서 우리말을 제대로 써야 한다. 또한 우리말의 로마자 표기도 제대로 알고 정확히 표현할 줄 알아야 하겠다. 적어도 전문인으로서 우리 모두는 그래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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