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위대한 개츠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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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위대한 개츠비 」
  • 승인 2013.06.06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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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식

임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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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적 화려함에 가려진 사랑의 슬픔…

영화 <위대한 개츠비>는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소설을 각색한 영화다.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미남스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떠오르는 영국배우 캐리 멀리건이 주연을 맡았다. 그리고 <물랑루즈>로 유명한 바즈 루어만이 메가폰을 잡았다.

감독 : 바즈 루어만
배우 :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캐리 멀리건
원작소설 <위대한 개츠비>는 한 여자를 향한 한 남자의 순수하고, 지독하고, 비극적인 사랑을 섬세하게 표현한 명작이다. 1920년대 미국 사회를 조명한 작품이기도 하다. 영문학자 김성곤 교수(서울대)는 “개츠비가 녹색 수영장에서 현실의 냉혹한 ‘잿빛 기계’(총탄)에 의해 죽어가는 것은 바로 미국의 순진성과 미국의 꿈, 그리고 목가주의의 종말을 상징한다”고 설명한다.

이 소설은 그동안 두 차례 영화로 만들어졌다. 그 중에서 잭 클레이튼 감독이 연출하고, 로버트 레드포드와 미아 패로가 주연한 1976년 영화는 원작소설의 예술성을 잘 살린 수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배우들의 연기에 대해서도 호평이 많다.

 반면 이번에 개봉된 <위대한 개츠비>에 대한 평가는 차갑다. ‘공허한 잔상만 남긴다’, ‘쇼로 전락한 개츠비의 비극’, ‘끝내 위대해지지 못했다’ 등의 비판적인 평가가 많다. 심지어 ‘영화에 대한 모욕이다’는 자극적인 표현을 쓴 네티즌까지 있다, 흥행 성적도 신통치 않다. 5월 16일 개봉해 130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이처럼 비판적인 평가가 많은 이유는, 볼거리에 치중했기 때문이다. 시각적인 효과만 강조하느라 정작 인물들의 섬세한 내면과 심리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영화 초반의 화려한 파티 장면이 주요 비판 대상이다. 실제로 개츠비의 저택에서 벌어지는 성대한 파티는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여기서 소설과 영화라는 매체의 특성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소설은 문자 예술이고, 영화는 시각 예술이다. 이번 영화는 시각 이미지를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시각 이미지를 강조하는 영화들은 대부분 스토리의 짜임새가 헐겁고 인물의 내면 표현에 실패하기 일쑤다. <위대한 개츠비>가 바로 그런 전철을 밟았다.

그런 점에서 루어만 감독은 억울할 수도 있다. 우선 원작소설의 무게가 워낙 강렬하게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소설의 감동을 잊지 못하는 독자들이 영화에서도 똑같은 정서를 기대하는데, 영화가 그런 기대를 배반하고 다른 길을 갔기 때문이다.

루어만 감독은 원래 시각적인 화려함을 장기로 하는 감독이다. 이번에도 재즈와 샴페인이 난무하는 파티 장면 연출에 많은 공을 들였다. 게다가 3D로 만들어 시각적인 효과를 극대화했다. 그러니 소설에 매혹됐던 독자들로서는 이런 외형적인 화려함이 마뜩치 않은 것이다. 반면 루어만으로서는, 자신의 장기를 살린 점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위대한 개츠비>는 실제로 시각적인 화려함에 가려 사랑의 슬픔이나 시대 비판 정신을 온전하게 드러내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준다. 그러나 영화만이 줄 수 있는 시각적인 쾌락을 추구한다면 그런대로 즐길 만한 작품이다. 아쉬운 점이 있기는 하지만, 지금처럼 험악한 악평을 받을 정도는 아니라는 얘기다. 디카프리오와 멀리건, 두 배우의 연기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상영 중>

임정식 /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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