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은 나의 삶19] 鮮于 基(서울 수동한의원장) 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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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은 나의 삶19] 鮮于 基(서울 수동한의원장) 上
  • 승인 2003.07.04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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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醫學은 民族醫學 아닌 世界醫學”


세계속의 ‘漢醫學’으로 만드는 데 값진 몫을 하기 위해 외길인생 34년을 걸어오고 있는 漢醫學者 鮮于 基(71) 박사를 서울 동작구 노량진에 위치한 그의 수동한의원에서 만났다.

검게 그을린 듯한 구릿빛 얼굴, 조금은 근엄스러 보이는 첫인상과는 달리 “내가 뭐 인터뷰할 대상이나 돼나?”라며 쑥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앉으라고 권하는 모습이 마치 푸근한 시골 할아버지를 연상케 하듯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鮮于 박사는 ‘韓醫學’이라고 통용되어지는 요즘 한의계의 흐름에 대해 “중국에서도 세계 제1의학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는 ‘漢醫學’이란 학문을 왜 자꾸 ‘韓醫學’으로 써서 민속의학 취급하려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며 “韓國醫學이라고 한다면 民族醫學인데 이런 의학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200개도 훨씬 넘는다. 東醫寶鑑도 중국 漢醫學에서 나온 것인데 왜 이러한 세계의학을 민속의학처럼 취급하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陰陽五行, 相生相克, 12經脈, 鍼, 뜸이 있어야 漢醫學이라 하는 것이지 그 중 하나라도 빠지면 그건 民間醫學에 불과하다는 것.

그에 따르면 세계 230여 나라에서 나라마다 예로부터 전해오는 민족의학이 있는데 예를 들면 몽고의학, 티베트 의학, 일본의학 등을 말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세계적으로는 (서양)의학과 한의학 외에 200여 민족의학이 있는 셈이란다.

그는 또 “예전에 마포에서 한의원을 운영하던 모 한의사 개인이 멋대로 그려 놓은 許浚의 상상화를 마치 그의 肖像畵인양 이곳저곳에 남발하고 있다”며 “가장 기본적인 것도 고치려 노력하지 않는 현 한의계의 모습이 그저 안타까울 뿐”이라고 답답해했다.

그가 한의계에 입문하게 된 것은 경희대 한의학과를 졸업하던 무렵인 1969년부터. 처음부터 한의계에 뜻을 둔 건 아니었다. 그는 원래 1960년 동국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6~7년 간이나 영어교사로 교직에 몸담았던 영문학도였다.

젊은 혈기에 처음엔 그저 가르친다는 사실만으로도 좋아 교직 생활에 뛰어들었지만 차츰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 반복되는 생활들이 갑갑하게 느껴졌다. 그럴 즈음 보람도 있으면서 무언가 서양에는 없는 독특한 학문을 해야겠다고 생각해 낸 것이 바로 ‘東洋醫學’ 즉 ‘漢醫學’이었다. 동기생들보다 근 10년이나 늦은 출발이었다.

그는 한의학을 하기로 마음먹었던 한의대 재학시절부터 지도교수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학문적인 궁금증을 해소하려 애썼고, 안병국·윤길영·홍순용 선생 등 당시 그의 스승이었던 이들을 직접 집으로 초청, 그의 제자들과 함께 강의를 들을 정도로 남다른 학구적인 의지를 불태웠다.

故 안병국 선생에게서 한의학의 원전을 배웠고, 故 윤길영 선생에게선 실용적인 臨床처방을 배울 수 있었다는 鮮于 박사는 그 자신의 臨床이 당시 조금만 더 깊었어도 궁금증을 많이 해소했을 텐데 그러지 못했던 것에 관한 아쉬움이 제일 크게 남아있다고 회고했다.

그는 한의학을 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우선 기본적으로 언어적인 측면이 가장 중요하고, 그 중에서도 漢字와 황제내경 원전을 많이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다음으로 한의학에 관련된 책을 많이 보고 그 속에서 나름대로의 분석을 통해 결론을 얻어내면서 끊임없이 공부하고 노력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라고 했다.

그는 요즘 각종 현대식 기계들을 들여놓은 한의원들에 대해 “어떤 환자들은 오히려 이건 한방도 아니고, 양방도 아니고… 도대체 한방에 신뢰가 안 간다고 말한다”며 그들에게 믿음을 줄 수 있도록 한의사들 자신부터가 한방의 특징을 제대로 알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 TV 프로그램에서 어느 아나운서가 ‘한방에서는 환자를 볼 때 어떻게 진단하는가’를 물은 적이 있었단다. 이때 출연했던 한의사가 ‘望聞問切이라고 해서 즉 보고 듣고, 물어보고, 맥을 보는 것’이라고 설명한 적이 있는데 그는 이것은 한방의 특징이 아니라고 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양방에서도 얼굴을 보고 환자의 상태를 알 수 있고, 청진기를 통해 소리도 들으며, 혈압을 재어 맥도 본다는 것이다.

鮮于 박사는 “한방의 특징은 이를테면 ‘比較醫學’이라고 할 수 있다. 즉 自己氣力과 병원체의 힘을 비교해서 自己의 氣力이 약할 때 병에 걸리게 되는 것이다. 체력이 좋으면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온다해도 죽지 않는 법”이라고 말하면서 그의 치료의학관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병이란 것은 허증인지 실증인지를 잘 판단해서 처방해야 한다는 것이다. 粥이나 小食을 해도 체하는 경우와 평소보다 과식해서 체한 경우가 있는데 이들 두 경우의 증상은 비슷하게 나타나지만 원인이 상반상태에서 일어난 것이기 때문에 치료방법도 그에 따라 상반된다고 설명했다.

감기의 경우 날씨는 좋은데 유달리 혼자서만 자주 걸리는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은 主氣(人體의 氣)의 허약으로 감기에 걸린 것이므로 보약을 먹어야 한다고 했다. 이와는 달리 날씨가 사나워서 많은 사람들이 걸리는 때가 있는데 이럴 땐 客氣(병원체)의 實(强勢)로 되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제거하는 瀉劑(瀉法)를 투약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鮮于 박사는 “‘藥不中病則 是誤治’ 즉 약이란 병에 適中되지 않으면 誤治가 되는 것이기 때문에 약은 병을 고치거나 악화시키는 양면이 있다”고 설명하면서 병의 원인을 잘 파악하고 처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계속>

강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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