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587) - 「麻疹神方合部」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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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587) - 「麻疹神方合部」②
  • 승인 2013.05.30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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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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朝鮮醫家의 독자적인 用藥方論

지난 호에 이어 조선의 독자적인 마진치료 방론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劉爾泰 원작의 「麻疹編」을 옮겨 쓴 異種 계열의 필사본인 「麻疹神方合部」에는 처방편에 전체 91종의 치료방제가 수록되어 있다. 본문에서는 처방명만 표기되어 있고 실제 방론이 담겨있는 방제 내용은 모두 卷尾에 몰아서 차례대로 번호를 붙여서 정리해 놓았다.

 

◇「마진신방합부」

이 부분은 기존 목활자본에서 ‘麻疹方’이라는 편명이 달려있는데, 본서에서는 ‘方文之部’라고 소제목을 표기하였다. 마진방은 消毒保??丹, 太乙神明丹, 三豆飮, 苦練根湯으로부터 본문에 등장하는 차례대로 91종의 방제가 열거되어 있다. 방제편에 수록된 처방에 있어서는 단 1곳에서 순서가 뒤바뀐 것을 제외하곤 두 책 사이에 상이점이 없어 이 두 가지 판본이 모두 하나의 母本에서 비롯되었음을 입증해 준다.

 

그런데 결정적인 차이는 이들 처방 가운데 몇몇 주요 처방에 저자의 독자적인 견해가 담긴 방론이 들어 있다는 점이다. 특별히 升麻葛根湯, 五??散, 雙解散, 防風通聖散, 小柴胡湯, 洗肝明目湯 등의 방제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는 方解와 함께 구성약물의 효능과 가감약미 등 상세한 方論이 전개되어 있어 눈여겨 볼만하다. 그 중 가장 독특한 내용이 담겨져 있는 방론 몇 가지만 살펴보기로 하자.

먼저 마진 치료의 대표방이라 할 수 있는 승마갈근탕을 보면 “이 처방은 解表發散의 良方이다. 장정이든 어린애든 時氣, 瘟疫으로 두통, 발열하거나 두진이 의심스러울 때 복용하는 것이 마땅하다. 승마는 능히 疫毒을 해소시키고 … 이것들은 모두가 마진에서 절실하게 필요한 약들이다. 대개 마진은 양에 속하여 실열만 있고 한증이 없다” 운운하였는데, 사본에는 이 부분에 “則芍藥大有益於陰分受換也”라고 한 문구가 더 들어 있다. 아마도 현전 목활자 刊本에서는 이 구절이 해석되지 않아 衍文이라 보고 삭제한 것으로 보이며, 해당 부분에 空圈을 찍어놓아 그 다음 구절과 구분하였으나 두 판본을 대조해 보기 이전에는 빠트린 구문이 있다는 사실을 가늠할 길이 없다.

오령산은 18번째 처방으로 등장하는데, 간본에는 방론이 전혀 실려 있지 않고 방론 말미에 있는 ‘열이 심한 경우에는 官桂를 빼고 황금을 더하라’는 가감법만을 발췌하였다. 여타 오령산이 水濕不利에 작용하는 기전과 각각의 약물이 利水??濕하는 기능으로 작용하는 원리에 대해서는 설명이 모두 빠져 있어, 새삼 사본의 중요성을 절감하게 된다.

33번 쌍해산의 경우, 방론 가운데 극히 일부 문장만 도려내어 수록했다. 방제의 여러 효능을 설명한 구절을 삭제하고 그 중, “이 처방은 通聖散과 益元散의 합한 것이니 표리가 모두 실한 경우에 가장 좋다”는 말만 살려 놓았다. 하지만 이 사본에는 유이태가 강조한 “소아창진을 다스리는 데 이 약을 쓰면 해표하고 발출하는 것이 극히 빠를 뿐만 아니라 풍한서습, 飢飽勞役, 內外諸邪로 인한 손상, 氣血??鬱, 變成積熱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이 약을 쓰면 두루 病邪를 해소시켜 낫게 된다는 말이 들어 있어 간본에서 보지 못한 방론이 전개되어 있다.

79번 소시호탕의 경우에도 역시 처방 말미에 ‘治半表裏症’이 ‘治半表半裏之症’으로 바뀐 것 말고도 이후로 시호, 황금, 인삼, 감초, 반하와 아울러 薑棗에 이르기까지 구성약물의 性味와 효능이 소시호탕 안에서 각각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어 참고가치가 있다.

84번 洗肝明目湯의 경우, 당귀와 천궁의 보혈 기능, 강활의 散熱, 용담, 시호, 치자의 淸肝火, 密蒙花와 木賊은 拳毛倒睫으로 눈썹에 눈알을 찔려 눈물이 흐르는 증상에 빠트릴 수 없는 약이라는 해설이 들어 있다. 대개 이러한 方解나 약효에 대한 설명은 방역서나 구급방에선 찾아보기 힘든 것이어서 차후 심도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기념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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