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을 넘어서, 21세기 아시아 전통의학에 대한 성찰’
상태바
‘통합을 넘어서, 21세기 아시아 전통의학에 대한 성찰’
  • 승인 2013.05.23 11: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차웅석

차웅석

mjmedi@http://


▶특별기고:9월 9~13일 삼성산청연수소에서 열리는 ‘국제아시아전통의학대회(ICTAM)’ 미리 보다 ''

 

-경희대 한의과대학
의사학교실 부교수
-ICTAM
한국측 조직위원
우리나라에 고추가 들어와서 김치와 고추장을 비롯한 붉은 색을 특징으로 하는 음식들이 한국의 고유음식으로 자리 잡은 것은 임진왜란 이후이며 지금으로부터 불과 400년 전이다. 400년 동안이면 하나의 문화권의 뿌리까지도 흔들어 놓을 수 있을 만큼의 긴 시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네덜란드 출신 예수교선교회 의사 윌리엄 텐 라이네(William Ten Rhijne; 1647-1700)가 일본에 파견되었다가 가져간 침구의서들을 기초로 유럽사회에 침구술을 본격적으로 알린 것은 1680년대이다. 당시 침구술을 전해 받은 유럽의학계는 열광했고 이미 자체 침구도구와 침구술동호회도 만들 만큼 아시아의 침구술에 심취했었다. 다만 그 폭발적인 유행은 대략 십년 정도 지속되었고 이후 사그러 들었지만, 그 이후 침구술의 전통은 유럽사회에서 끊이지 않고 이어졌고 1740년대에는 옥스퍼드 사전에 Acupuncture가 새로운 의학용어로 등재되게 된다. 그만큼 유럽의 침구학도 오래되었다. 한국에서 고추의 역사만큼...

■ 서양의학에 밀려난 전통의학
아시아전통의학 및 갈렌의 의학사상에 기초한 구미의 전통의학을 포함하여 전세계의 전통의학은 20세기에 들어서면서 지금의 Biomedicine의 기념비적인 발견과 근대국가들의 획일화된 의료제도정비과정을 통해 비주류로 밀려나거나 일부 소수의학은 아예 없어지기도 한다.
특히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막 치르고 나서의 서양의학의 기세는 대단했다. 1960년에 가면 서양의학계 일부에서는 조만간 모든 질병이 지구에서 사라지게 될 거라는 기대감도 공공연하게 드러내곤 했다. 마지막까지 명맥을 유지해가던 각국의 전통의학이 뿌리째 사라진 시기도 바로 이때이고, 우리 한의학도 미신이다 아니다 풀뿌리를 가지고 뭐하느냐고 빈정거림을 받은 것도 그때이다. 그러나 서양의학은 그 이후 점점 이슈화되어가는 만성질병, 퇴행성질병에서는 생각만큼의 성과를 보이지는 못했다. 그러다가 급기가 1980년대 초반 후천성면역결핍증에서 총체적인 무력감을 보이면서 사람들은 다른 것을 찾기 시작했다.
세계의 전통의학이 다시 각광받기 시작한 것은 그때부터이다. 물론 이전의 모든 전통의학이 예전 그대로의 모습으로 부활한 것은 아니다. 서양의학의 강력한 기세에서 살아남은 몇몇의 전통의학이 다시 주목을 받은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동아시아의학이고(한국의 한의학, 중국의 중의학, 일본의 감포의학 등) 그 뒤를 잇는 것이 인도의학과 카이로프랙틱 그리고 동종요법 등이다. 원래 서양전통이던 카이로프랙틱과 동종요법은 쉽게 구미에서 다시 그 모습을 찾아가기 시작했고, 동아시아의학과 인도의학은 각기 그 출발지에서 다시 부활했다.

■ 다시 각광받는 의학으로 부활
이번에 한국에서 개최하게 될 국제아시아전통의학학술대회(International Congress on Traditional Asian Medicine; ICTAM)는 바로 그러한 흐름을 대표하는 학술대회이다. 이번 국제아시아전통의학학술대회를 주관하는 국제아시아전통의학학회(Interna tional Association for the Study of Traditio nal Asian Medicine; IASTAM)는 1970년대 새롭게 부흥하는 아시아전통의학의 흐름에 주목하여 전세계 저명한 연구자들과 임상가들이 의욕적으로 결성한 학술단체이다. 1979년에 호주 캔버라에서 개최된 첫 학술대회는 세계적으로 300명의 참가자를 모으는 대성공을 거두었고, 이를 바탕으로 학회가 결성되었다. 특별한 스폰서의 도움없이 네트워크만으로 70년대에 그만한 성과를 거둔 것은 그만큼 전세계적으로 아시아전통의학에 대한 많은 관심을 보여준 것이다.
사실 이러한 관심은 1971년 제임스 레스턴 (James Reston) 뉴욕타임즈 기자가 기고한 “Now about the My Operation in Peking”이라는 기사가 전세계적으로 반향을 불러오면서 시작된 흐름에서 비롯된다. 중국의학에 대한 폭발적인 대중적인기는 그후 몇 년뒤에 여러 가지 이유로 사그라들었지만, 그때부터 시작된 전세계인의 아시아전통의학에 대한 관심, 그리고 그것을 배우고 이해하기위한 흐름은 식자층을 통해 점점 퍼져나가고 있었다.
Biomedicine이 더 이상 만병통치가 되기 어렵다는 위기감속에서 대중적 인기를 안고 부활한 아시아전통의학은 전세계 임상가들 뿐 아니라 그 사회현상을 연구하는 인류학자나 역사학자들에게도 중요한 관심사 중의 하나였다. 그리고 그러한 관심은 구미지역에 내재되어 있던 오래된 전통에 힘입어 탄탄한 성장배경을 마련할 수 있었다.
2회 대회는 1984년에 인도네시아에서 3회 인도, 4회 일본, 5회 독일, 6회 미국에서 개최된 이 학술대회는 2009년에 부탄에서 개최되었고 여기에서 한국이 8회 대회개최지로 선정되었다. 이 학술대회의 특징은 참가자들의 결속도가 매우 높다는 점이다. 학술대회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고 학술대회가 시작하는 첫날은 만나서 반갑다는 인사보다는 서로서로 그동안 잘 지냈느냐는 인사로 시작할 정도로 학술대회 자체를 통한 네트워크형성도 무척 탄탄하다.

■ 전통의학의 활로 모색
다양한 국가의 다양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고루 참여하기 때문에 학술대회의 주제는 대부분 포괄적인 범주에서 정해진다. 이번 학술대회의 주제를 “통합을 넘어서, 21세기 아시아 전통의학에 대한 성찰”로 정한 것도 바로 그러한 이유이다. 세부주제는 Canonisation and Textual Authority, The Mainstreaming of Asian Medicine, Spirits, Efficacy and Effectiveness, Networks and Systems, Asian Medicines in Global Health and Development 등 인데, 현재 아시아전통의학이 직면한 문제를 집약해서 표현한 것들이다.
어떻게 고대의학지식을 현대임상현장에서 계승해 갈 것인가? 의학이 정신과 종교 문화와 결합하는 현상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현대 최첨단 바이오산업시대에서 전통의학은 어떻게 그 활로를 만들어 갈 것인가? 점차 제도권화되고 규격화되어가는 사회속에서 전통의학은 어떤 모습이 되어야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들이다. 이런 모든 질문과 고민들이 이 학술대회를 통해서 특별한 어젠다를 만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그 논의를 중심으로 세계각국에서 모인 임상가, 역사학자, 인류학자, 사회학자, 학생들, 저널리스트, 전문기고자, 사업가 등이 서로의 목소리를 듣고 다시 현장에 돌아가 각자의 감흥들을 다시 일선에서 발휘해가는 과정이다. 책이나 온라인 소스를 통해서는 알 수 없는 것, 세계 곳곳에서 같은 주제로 고민해온 사람들이 한자리에서 쏟아내는 목소리의 총합과 그 울림이 있기 때문에 그들은 매번 다시 오게 되고 다시 찾게 된다.
이번 9월 9일부터 13일까지 산청에서 동의보감엑스포와 맞물려 진행되는 8회 ICTAM학회는 여느때와 같이 기본적으로 모든 세션이 영어로 진행되며, 국내연자를 위한 한국어세션도 마련된다. 기조강연 등 몇몇 중요한 세션에는 동시통역시설이 마련될 예정이며 통역도우미도 상주할 예정이다. 이 대회에 참여하는 고정참여자들은 기본적으로 이 대회만을 위해서 오기 때문에 모든 참여자들은 특별한 이동 없이 같은 공간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배려하였다.
아침을 먹고 커피를 마시면서 그리고 일정을 모두 마치고서 서로들 모여서 환담을 나누고 정보를 주고받는 장면을 어디에서든 볼 수 있게 될 듯하다. 그리고 이번 학술대회는 기존에 열렸던 학술대회와는 색다른 것들이 많다.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처음으로 시도되는 임상시연 세션이다. 각각 2시간씩 10개의 시드를 배정해서 우리나라와 세계각국의 전통의학의 임상가들이 나와서 임상시연을 하는 것인데, 이를 위해서 조직위원회에서는 별도의 공간에 간단한 임상시설과 AV시설에 동시통역시설을 갖추기로 하였다.

■ 임상 試演과 한방투어프로그램 마련
또 한가지는 학회기간이 끝나고 국외에서 온 임상가 혹은 연구자들을 위해 한의학임상클리닉투어를 기획하고 있다. 세계 모든 관련 연구자들이 주목하는 현상이기도 하지만, 전통의학분야가 우리나라만큼 제도적 사회적으로 탄탄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는 나라는 없다. 물론 우리내부에서 본다면 부족한 것 투성이지만, 독자적인 면허체계를 가지고 있고 사회적인 인지도도 높다는 것은 아직 단체결성에도 버거워하는 세계 여러나라들의 전통의학전공자들에게는 사실 꿈과 같은 현실인 셈이다. 이들에게 한국전통의학의 현재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이번 학술대회에서 기획하고 있는 의미있는 행사 중의 하나가 될 듯하다.
세계적으로 침구술과 명상을 대표로 하는 아시아전통의학을 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이다. 그 이유는 이용자층이 전세계적으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1990년대말부터 대체의학 이용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에 대한 조사결과가 발표된 이래로 연구자들의 관심은 점차 증가하고 있다. 기세가 줄어들 기미가 없으면서 이제는 대학에서는 연구범위를 확대하고 있고, 산업계에서는 관련분야를 키워하고 있으며 보험사들은 서둘러 보험보장범위를 대체의학쪽에 확대하고 있고, 정부는 필요한 법령들을 계속 보완해가는 중이다.
이 추세라면 수십년내에 아시아전통의학은 미국의료문화의 하나의 축이 될 기세이다. 세계 모든 전문가들도 아시아전통의학의 잠재력은 아직 충분하다고 전망하고 있다. 현재 극심한 업계위축을 경험하고 있는 한국한의학계가 이번 학술대회를 통해서 좀 더 큰 눈으로 자신의 위치를 다시 한 번 점검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 차웅석 교수 약력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졸업, 동대학원 박사
現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의사학교실 부교수
現 존스홉킨스 의과대학 방문학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