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586) - 「麻疹神方合部」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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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586) - 「麻疹神方合部」①
  • 승인 2013.05.23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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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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醫國之術, 廣濟蒼生의 방편

오늘 소개할 책은 조선 후기 마진치료 전문서 가운데 손꼽히는 책으로 劉爾泰(1652, 효종3∼1715, 숙종41) 원작의 「麻疹編」 필사본을 일제강점기에 영인하여 간행한 것이다. 유이태는 산청지역의 명의로 갖가지 일화와 치험담이 전해지고 있지만 정작 그의 사적과 저술에 대해서는 아직 체계적인 연구 성과가 집약되지 못하고 있다. 근래 한의학연구원에서 그의 저술 가운데 하나로 사본으로만 전해지고 있던 「實驗單方」을 발굴하여 전통의학국역총서 가운데 하나로 번역한 바 있다.

◇「마진신방합부」

사본으로만 전해지던 「마진편」은 1930년 진주에서 回春軒藥房을 운영하던 朴周憲이란 인물에 의해 목활자본으로 간행되어 널리 보급되었다. 이 판본에 대해서는 이미 몇 차례에 걸쳐 개략적인 면모를 살펴본 바 있다.[505회 「劉爾泰麻疹方」 2011.9.22일자, 187회 「劉爾泰麻疹篇」 2004.2.2일자, 82회 「麻疹編」 2001.8.27일자]

하지만 근간에 「마진편」의 작자 劉爾泰와 구전설화에 등장하는 명의 劉以太(1652, 효종3∼1715, 숙종41)는 서로 다른 인물이라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마침 오래 전에 구해 놓은 영인본을 들여다보다가 기존에 알려지지 않은 다른 내용이 들어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또 전에는 미처 유심히 보지 못했던 독자적인 마진치료 용약방론이 실려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다시 한 번 살펴볼 기회를 갖기로 하였다.

이 사본은 우리에게 익숙한 간본과는 내용상 상당 부분 차이가 있다. 우선 본문에 문자출입이 있어 대조본으로서 가치가 있을 뿐만 아니라 이론편에 刊本에 없는 ‘陰陽盛衰論’이 실려 있다. 또 처방편(본문에선 ‘方文之部’라 칭함.) 가운데 몇몇 주요 처방에 간본에서는 보이지 않았던 상세한 方論이 전개되어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이 사본에는 간본에서 유이태의 자서 다음에 실려 있는 간행자 박주헌의 서문이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아 분명 1931년 박주헌의 간행 이전에 작성된 것이거나 간본과는 별개의 계통에서 전해진 이종사본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 사본이 전해진 내력이라든가 영인하여 발행한 주체나 발행처 등이 기록된 간행기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다만 지질이나 영인상태, 제책방식 등을 감안해 볼 때 이 역시 일제강점기인 1930년대 전후에 만들어진 책자로 보인다.

주목할 점은 ‘陰陽盛衰論’이라 이름 붙은 독자적인 마진론이 전개되어 있다는 점이다. 여기서는 오운육기가 四時 가운데 仲月에 시작하여 季月에 盛行해지기 때문에 辰戌丑未 4維에 천기가 성쇠하는 用이 있다 하였다. 이 당시 의론에 의하면 두진의 사기는 태중의 열독으로 잠복해 있다가 이러한 때를 만나면 밖으로 발증하게 되는데, 시정과 촌락에서 서로 전염하게 된다고 하였다. 다만 그 열독이 모두 나오고 나면 죽을 때까지 다시 생기지 않는다면서 평생 면역의 이치를 풀어서 이해하였다. 火運이 왕성한 해를 만나 熒惑星이 밝게 빛을 발하면 두진과 역려가 온 천하에 두루 퍼지게 된다고 여겼다. 아마도 이러한 점성학과 운기론에 따른 설명방식은 당시 이미 의가들로부터 설득력을 잃고 받아들이기 어려웠기 때문에 간본에서 제외되었을 가능성도 있다.

본론에 해당하는 병증론편에는 麻疹通論, 陰陽盛衰論, 治疹大略, 麻疹豫防, 初熱三朝(附論諸症), 發斑三朝, 消斑三朝, 順險疫, 通治, 飮食, 饌物, 禁忌 등 주요 병론과 함께 傷風, 汗渴飮水, 煩燥, ??語, 喘嗽, 喉痛失音, 嘔吐腹痛, 蛔蟲痛, 설사, 이질, 失血, 不食, 瘡毒, 夾丹夾??, 浮腫脹滿, 학질, 안질, 내상, 중풍, 잉부, 마진변증까지 마진에 부수되어 나타나는 雜症들에 대해 일일이 조목별로 기술하였다. 또 권미에는 다수의 마진방제와 方論이 실려 있어 1700년대 조선의가의 역병에 관한 인식과 이에 대한 論證을 살펴볼 수 있는 소중한 자료이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기념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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