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585) - 「金光明經」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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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585) - 「金光明經」②
  • 승인 2013.05.16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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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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衆生의 병고를 구제하는 大醫王

「金光明經」의 개략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正說分(壽量品, 懺悔品, 讚嘆品, 空品)속에는 大乘佛敎 근본사상의 요점이 함축되어 있다. 「壽量品」이하 4품은 일체의 지혜(반야)를 밝히는 것이며, 空의 사상을 역설한 내용이다. 「四天王品」, 「正論品」 등에서는 주로 護國安民에 중점을 두어, 경을 독송하고 강설하는 국왕과 백성을 수호하여 국난과 기아, 액병을 제거하고 국가의 안녕과 풍년을 가져다준다고 강조하고 있다.

 

◇제주도서 판각된 「금광명경 문구」

이렇듯 불경 안에 의약에 관한 설법이 다수 포함되게 된 까닭은 佛陀의 제자 중에 출가수행자들이 많았으며, 간혹 천명이 넘기도 하는 대규모로 집단생활을 하며 지냈다. 여러 명이 공동생활을 하면서 질서가 필요하게 되었고 자연적으로 규율이 생겨나게 되었다. 그래서 佛典 속 ‘律’을 통해 수행자들이 함께 생활하면서 질병을 예방하고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지켜야 할 양생법과 위생을 강조하였으며, 병자가 발생했을 때 구체적인 치료법과 간호법 등 대응하는 방법까지도 자세히 제시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한 발 더 나아가 佛陀는 단순히 치료법만을 언급하지 않고 병자를 치료할 때 의사의 마음가짐에 대해서도 중요하게 논하였다. 그리고 질병 치료는 의사의 독단적 행위가 아니라 간호인과 병자가 다 함께 협조해야만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간호인과 병자가 스스로 지켜야 할 도리에 대해서도 설법하였다. 특히 병자 간호는 승려가 해야 할 가장 큰 수행이며 그 공덕은 八福田 가운데에서 가장 높은 것이라고 강조하였다.

예나 지금이나 전염병 예방을 위해서 위생과 청결에 주의해야함은 집단으로 생활을 영위하는데 필수 요건이라 하겠지만, 당시 고대의학의 지식범주 안에서 이미 오늘날의 예방의학적 개념과 유사한 사고가 적용되고 있다는 점은 매우 놀라운 일이다.

특히 佛陀를 한 명의 의학자이자 종교가로서 현대의학에서 의사와 환자간의 의료윤리 보다 한 단계 더 광범위한 영역을 설정하여 간호인의 도리까지 덧붙인 것은 실로 주목할 만한 점이다. 이러한 면에서 부처를 세상의 모든 衆生을 구제하는 ‘大醫王’이라고 높여 부르는 이유를 대충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의방유취」에 인용된 불교의학서 「簡易方」에서는 인간이 탄생하는 것은 우주 안에서 地·水·火·風이라는 4가지 요소가 일시적으로 뭉쳐져 형상을 이루는 것이며, 죽음도 역시 이 4가지가 없어지는 것일 뿐이니 본래 실체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따라서 의학을 공부하는 자는 당연히 생사의 이치에 밝아야만 그 질병과 고통의 원인을 궁구할 수 있다고 말한다. 즉 의사가 가져야할 마음가짐이란 그저 환자의 고통을 안타까워하는 측은한 마음이 아니라 삶과 죽음의 이치를 깨닫고 이를 통해 부처의 마음에 다가갈 수 있어야 한다고 전제하고 있다.

불경에서 의학에 비유하여 설명한 부분이 많은 것은 바로 이러한 점에서 일맥상통하기 때문인데, “의학이란 방편을 교묘하게 잘 구사하는 것이니 두루 모든 사람을 가리지 않고 구해야만 한다. 의학을 알고자 하는 마음은 곧 부처의 마음이다”라고 단언하였다.

때문에 종교적 차원에서 一身의 존재는 자연계 구성요소가 결합하여 만들어낸 임시적인 형상이며 질병 또한 4요소가 불안정한 상태에서 발생하는 일시적이고 찰나적인 현상일 뿐이라는 인식이다. 나아가 불교에서는 부처를 중생을 구제하는 大醫王이라 칭하며, 생사를 초월하여 훤히 깨치고 있는 존재로 비정하고 있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기념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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