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한의사 정창운의 ‘해외 한방 암 치료’ <3> 체력저하, 권태감에 사용하는 한방 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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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한의사 정창운의 ‘해외 한방 암 치료’ <3> 체력저하, 권태감에 사용하는 한방 치료
  • 승인 2013.05.09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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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운

정창운

mjmedi@http://


한의학적 접근을 통해 암을 완치시킬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는 한방치료는 몇몇 암에서 연명효과 정도가 기대되는 수준인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시각을 돌려, ‘암’ 그 자체가 아닌 ‘암 환자’에 눈을 돌리면 한의학에는 수많은 가능성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앞으로 수회에 걸쳐 일본 등 해외에서의 한방 암 치료현황과 학술적 기반에 대해서 다뤄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숙주의 기능회복 측면에서 양방에 비해 강점 지녀
암환자의 종합적인 삶의 질, 컨디션 개선에 효과적”


지금은 과거와는 달리 의료환경이 많이 변하기는 하였지만, 그래도 한의학적인 치료법의 특징중의 하나로 보제(補劑)를 꼽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한방 암 치료 영역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접근이 이 보제를 이용한 보법으로 암 환자의 피로, 권태, 체력저하, 무기력, 식욕저하 등의 증상을 치료하는 것이다.
또한, 항암제에 따라 그 부작용에는 여러 차이가 있으나, 일반적으로 골수 및 면역조직, 소화기점막 등에 손상을 끼쳐 체력 및 면역력의 저하, 식욕저하, 권태감, 빈혈 백혈구 및 혈소판의 감소, 설사, 구토, 탈모 등의 부작용을 유발하게 된다. 몇몇 부작용에 대해서는 양방에서도 대책이 존재하지만 어디까지나 증상을 억제하는 것이지 신체 기능을 회복시키는 약은 존재하지 않는다. 여기에 보법의 중요성이 있다.
양의학에서는 병원(pathogen)에 주목하고 그 병원을 직접 공격, 암 자체를 치료하는 효과를 보이고, 이러한 효과 면에서 양약에 대응하는 한약은 거의 찾아보기가 어렵다.
그러나 식욕저하, 설사 등 다양한 부작용을 유발하고 환자의 기력, 체력을 저하시키는 문제를 가지고 있다. 한의학에서는 숙주(host)에 주목하고, 보법을 통한 소화기의 기능회복, 영양 개선, 신체기능의 회복, 면역의 부활 등의 기전을 통해 신체 스스로 암을 치료할 수 있도록 만드는 접근을 하고 있다. 암 세포 자체에 대한 효과는 한방치료가 양방에 비하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지만, 양의학에서 다루지 못하는 숙주의 기능회복이라는 점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다.
일본 암연유명(癌硏有明·간켄아리아케)병원 한방서포트과의 호시노 에츠오(소화기내과 전문의)는 이러한 여러 체력저하로 인한 다양한 증상을 ‘암증’(癌證)으로 정의하고 환자의 악화에 따라 각기 다른 치법을 사용할 것을 제창하였다. <표 참조>


이는 표에서 쉽게 이해할 수 있듯, 주요 보제를 중심으로 각기 환자에서 나타나는 증상과 징후에 따라 보조 방제와 합방하여 환자에게 최선의 한약 투약을 하자는 개념이다. 일본의 독특한 엑스제 투약방식에 의한 것으로, 한국에서는 탕약을 이용한 자유로운 가감이라는 이점을 살려 더 정밀한 투약을 해나갈 수도 있지만, 용량과 효과가 일정한 엑스제 투여가 세심한 관리가 필요한 암환자들에게는 더 적합한 치료가 될 수 있다는 것도 생각해 볼 점이다.
이러한 한의학적인 시각에서의 증(證)에 대한 접근은 그러나 단지 고전에 기반한 임상경험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일본 의학계에서 수행된 다량의 무작위 대조시험에 기반한 것이다. 지면상 전부 소개는 어렵고, 관련하여 「근거중심의 한방처방」(군자출판사)에 2010년 이전의 임상연구가 정리되어 있으니 일독을 권한다.
항암제로 유발된 골수기능부전에 십전대보탕, 인삼양영탕, 보중익기탕의 효과가 증명되어 있으며, 암 환자의 면역 인자, 면역능, 나아가 연명효과에 대해서도 이들 보제의 효능이 입증되어 있다. 이렇게 한약의 투약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갖추어져 있기 때문에, 이를 응용한 접근법이 rationale을 가지고 의학계에서 용인된 치료법이 되는 것이며, 유명한 한의 고전에 출처를 두고 있다거나 훌륭한 임상가에 의해 널리 쓰여져 왔다는 것 만으로는 설득력을 가지지 못한다.
또한 드물게 이들 치료로 암이 소실되는 증례도 산견되고 있지만, 일본에서 한약을 암 치료 현장에 사용하고 있는 의사들이 한약으로 암을 완치할 수 있다고 떠벌리고 다니는 경우는 없다.
서양의학적 접근의 부족함을 채우는 식의 접근법에 대해 우려를 가지고 계신 분들도 계실 것으로 생각한다. 일본에서 한의학의 명맥을 이어오던 의사들도, 일선에서 환자의 직접적 치료에 사용하던 한의학이 서양의학의 지원역으로 물러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기존의 한의계가 쌓아올린 좋지 못한 이미지로 인하여 한의치료를 곧바로 전면으로 내세우기에는 여러 여건이 좋지 않다는 문제를 가지고 있다. 앞으로 다양한 과학적 성과와 임상적인 개선을 이뤄나가면서, 도광양회(韜光養晦)의 자세를 취하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망가진 학문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데는 그만한 세월, 혹은 그 이상의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얼마전 본지에도 소개된 것(2013.2.7. ‘암 관련 피로에 침치료 효과 입증되다’)처럼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침 치료를 시행하여 피로감과 권태를 개선시켰다는 연구들이 많이 발표되고 있다.
특히 서구권에서 침구치료는 암 환자의 종합적인 삶의 질, 컨디션 개선에 효과적인 치료법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으며, 해외의 통합의학 센터들에서는 점점 수술후 부작용, 방사선 치료후 점막 건조등 암 관련 치료과정의 고리마다 한방치료를 자리매김 시키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이러한 원칙을 따라 암 환자에 대한 한방치료를 시행하더라도, 한국의 의료환경에서는 암환자를 좌지우지하는 양의사들의 음해로 인해 확실한 학문적, 임상적 증거에도 불구하고 환자와의 rapport를 형성시켜나가는데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난관이 있더라도, 우선은 환자와 1:1로 한방치료의 효과와 과학성을 확신시키고 양방에서의 주장이 아무런 근거가 없다는 것을 납득시키고 양의학계에도 한의계의 의지를 관철시켜나가야만 한다.

<증례>
식도암 수술후 다발전이에 의한 호흡부전에 [인삼양영탕+우차신기환]+계지복령환

49세 남성. 4년전 저분화식도편평상피암으로 진단받아 분문부 절제술을 받았다. UFT를 투여받았지만, 1년반후 경부 림프절전이가 출현하여 곽청술후 방사선화학요법을 받았다.
그 후에도 폐전이, 흉막번종, 암성흉막염 등이 출현, 여러 레지멘을 반복했다. 3개월전 암성림프관증이 발견되었고 전신부종, 기침, 호흡곤란이 심해서 옥시코돈+코데인 투여를 받았으나 산소요법을 받으며 한방서포트외래에 수진하였다.
인삼양영탕+우차신기환 각 1포 tid, 계지복령환 2포 qd 투여 시작한 후 2주간 체 중은 6kg 감소, 부종소실, 호흡곤란 경감, 노작 감소를 보였다. 황색담도 1일 3회 정도로 감소, 기침이 소멸되었다. 2개월 치료로 산소투여가 불요해지고 식욕도 회복, 해외로 최후의 가족여행을 떠날 수 있을 몸 상태를 만들었다. 3개월후 간에 수반된 PTHrP산생에 의한 고칼슘혈증과 호흡부전으로 사망. (호시노 에츠오, 한방의 임상, 56(11):1892-1899,2009)

 

※본 연재는 한방으로 극적으로 변하는 암치료(호시노 에츠오), 암연유명병원에서 지금 일어나고 있는 한방에 의한 암치료의 기적(호시노 에츠오), 한방암치료의 에비던스(후쿠다 카즈노리), 암 한방(키타지마 마사키 외) 외 자료를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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