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계 공적 영역은 황무지와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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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계 공적 영역은 황무지와 같아요”
  • 승인 2013.04.25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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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주 기자

신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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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보건의료기관 근무 한의사① 서호석 국립중앙의료원 한방내과장

진주의료원 사태가 뜨겁게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공공의료의 기능과 역할 재정립에 대한 논란도 함께 뜨거워지고 있다. 특히 진주의료원의 경우 경영 적자를 이유로 폐업결정이 내려졌기에 공공보건의료를 경제논리로 접근할 수 없다는 반대 입장과 갈등을 빚고 있다. 엄청난 적자를 보더라도 공공보건의료기관이기에 폐쇄는 안 된다는 주장인데, 그렇다면 공공보건의료는 무엇이며, 실제 근무하면서 체감하는 현실적 어려움은 무엇인지, 서호석 국립중앙의료원 한방내과장과 손지형 국립재활원 한방진료과장을 만나 들어보았다.

기본 아이덴티티 부족
행정·정책적 부문 활성화 필요

▶공공보건의료기관에서 근무하면서 경험한 ‘공공보건의료’에 대해 정의하자면.
공공보건의료는 우리 사회의 건강과 질병을 관리하는 전반적인 활동을 말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국가나 지자체, 공적 단체 등이 구성원들의 평안과 안정을 위해서 하는 보건활동이라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의료기관 하면 ‘수술’, ‘침’ 등 진료를 위주로 생각하겠지만, 실제 공공보건의료기관에서 근무하면서 체득한 ‘공공보건의료’의 개념은 진료 영역을 넘어서 사회의 건강 전체를 바라볼 수 있게 됐다.

▶현재 공공보건의료기관에서의 한의진료의 비율 및 현황은.
전체 의료에서 한의학이 차지하는 비중도 적지만, 공공보건의료는 그보다 훨씬 적다. 확대라는 개념을 어떻게 정의하고 어디에 포커스를 두느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질 수 있겠지만, 단순히 한의진료의 수치적인 개념으로 보자면  ‘확대’보다는 ‘활성화’가 더 필요하지 않을까.
사실 공적 영역에서는 진료 외에도 행정, 정책적인 부분도 공공보건의료가 해야 하는 업무에 포함된다. 그런 의미에서 단순진료적인 측면을 더 이상 확대하기 보다는 지금의 영역을 활성화시키는 것이 더 의미 있다는 말이다. 반면 행정, 정책적인 부분에서의 한의 영역은 전무한 실정으로 심각한 상황이어서 이 부분에서는 확대가 절실하다.
성장하기 위한 선결조건은 ‘국가, 사회, 한의계의 관심과 의식전환’이다. 사실 한의계 내에서도 공적 영역에 대한 기본 아이덴티티가 아직 설정돼 있지 않은 상태이며, 어찌보면 “이것이 무엇이며, 한의계에 왜 필요한 것인지” 등에 대한 기본적인 생각이 구체적이지 않다. 현재 이 같은 상황을 ‘황무지’로 비유한다면, 이곳에 무슨 씨를 뿌릴지에 대한 고민은 현재로서는 난센스이다. 그보다는 돌을 골라내고 밭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더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공공보건의료기관에 근무하면서 겪는 어려움 이나 개선점은.
아무래도 양방과의 관계이다. 한방은 행정부문에서 예산 등의 독자성이 없기 때문에 성장하는데 어려움이 많다. 국립중앙의료원의 한의진료 영역은 한약분쟁의 결과로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후 그 이상 성장하지는 못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양·한방과의 관계는 꼭 공공보건의료기관에서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이며, 다각도의 접근으로 한의계가 반드시 해결해가야 할 과제이다. 
협진 역시도 양·한방이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이며, 환자 중심에서 유리한 쪽으로 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진주의료원’ 문제에 대한 생각은.
외부에서 볼 때에는 분명 ‘적자문제’가 시발점이다. 그 관점에서 볼 때, 적자로 인한 폐쇄는 필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공공의료 측면을 무시하고 경제적 논리로만 접근했다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기도 하다. 물론 적자문제도 문제이지만 내부적으로 갈등이 있지 않았을까. 갈등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서 결국 사회적 이슈가 된 것이 아닐까.

▶앞으로 공공보건의료의 역할은 어떻게 설정돼야 한다고 생각하나.
전체 사회를 위한 역할 수행에 일단 초점을 맞춰, 양의계나 한의계 등 각 의료계는 한 발 물러서서 협력방안을 모색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의료인으로서 민간의료의 영리적인 부문도 중요하지만 공공부문도 반드시 존치해야 한다는 인식도 함께 가지고 있었으면 한다. 특히 한의계의 공적영역은 앞서 말했듯 황무지로서 깊은 관심과 발상의 전환 등이 필요할 것이다.
지금 한의계가 어렵다고 많이들 얘기하는데, 해결방안을 보다 크고 넓게 생각했으면 한다. 사회란 모든 구성원들이 함께 사는 것이다. 환자, 국민들과 함께 잘 살아가야 한다는 차원에서 접근하고 그 방법을 구체적으로 연구하고 도모해간다면 답이 보이지 않을까.

신은주 기자 44juliet@mj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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