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호 칼럼 - 내가 꿈꾸는 세상, 진주의료원 사태를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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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호 칼럼 - 내가 꿈꾸는 세상, 진주의료원 사태를 보며…
  • 승인 2013.04.11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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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호

한창호

mjmedi@http://


한 창 호
동국대 한의대 교수
내가 꿈꾸는 나라는 모두가 건강한 세상이다.
몸과 마음이 병들지 않은 사회, 조금 아파도 치료하고 보살펴주어 다시금 활력을 가지고 씩씩하고 행복하게 삶을 살아가게 해주는 사회이다.

나는 내 나라가 적어도 국민이 아파서 죽어가고 있는데 돈이 없다고 죽도록 내버려두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이 땅이 내가 더 배불리 먹고 더 풍요를 누릴 수 있지만 고통도 희망도 함께 나누어 모두가 조금씩 더 행복해지는 세상이 되길 바란다. 그런 세상이 아주 먼 미래가 아니라 내가 보고 느낄 수 있는 가까운 미래에 경험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내가 꿈꾸는 나라는 내 돈이 조금 더 들어도 돈이 없다고 주위의 아픈 사람을 버리지 않게 되길 바란다. 내 주위에 병들어 가여운 사람들을 모르는 척하면서 죽도록 내버려두는 사회가 아니라 보듬어 안고 보살펴 주는 사회이었으면 좋겠다. 아직은 그런 세상이 이 땅에서 실현될 수 있다는 희망을 버리고 싶지 않다. 난 우리사회가 아직은 거기까지 썩지는 않았다고 믿는다. 불과 얼마 전 우리는 학교 급식을 두고 선택적 복지냐 보편적 복지냐를 논의한 적이 있다. 배고픈 서글픔에 차별이라는 모욕까지 더하여 가여운 우리의 어린아이들을 더 춥고 배고프게 하지는 말아야 한다고 말한바 있다. 이제는 돈 없고 힘없고 건강까지 잃은 가여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쓰고자 한다.

지난 4월 4일 오후 4시부터 대한민국 국회에서는 한 국회의원이 무기한 단식 농성 중에 있다. 그의 주장은 진주의료원 폐업을 철회하라는 것이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박근혜 대통령 당선 다음날인 2월 26일 우리나라 지방의료원 역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경상남도 홍준표 지사는 103년 전에 세워진 325병상의 병원인 진주의료원을 폐업하겠다고 선언해 버렸다. 중앙정부에 의해 설립된 의료원이 지방자치단체에 의해 강제 휴업이 되고 폐업 절차에 돌입한 것이다. 지방의료원의 문을 닫는데 환자 이전대책이나 고용승계 대책도 없었고, 단 한 차례의 공청회 등 의견수렴 절차를 거치지 않고 하루아침에 문을 닫아버린 것이다. 지방의료원법이나 경상남도의료원 설립 및 운영 조례 등 어떤 법령에도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회에서 의료원 폐업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폐업 방침을 발표할 당시 이 병원에는 216명의 직원과 200여명의 환자가 입원해 있었는데 경상남도는 4월 21일까지 모든 의사를 해고하겠다고 이미 통보한 상태라고 한다. 휴업 7일째인 현재는 환자 39명, 의사 2명과 공보의 5명이 근무하고 있다고 한다. 경상남도 의회에서는 이달 9일부터 18일까지 임시의회를 개최하여 진주의료원 폐지를 주 내용으로 하는 조례를 개정하려고 한다. 가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공익이란 무엇인가?
의료는 다른 서비스와는 달리 공공성이 요구된다. 우리 국민 모두는 건강하고 행복해질 권리가 있다. 의료의 공공성이 사회 정의이다.
공공의료기관의 존재가치는 어디에 있는가? 공공의료기관이 돈을 많이 벌면 잘한 것인가?
공공의료기관이 경영효율화에 대한 이야기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는 아니다.
공공의료기관은 공공병원으로서의 기능을 잘 수행하는 기관이 되어야 한다. 돈을 더 많이 버는 것이 더 좋은 병원이 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와 국민을 위한 공공성 강화를 위해 더욱 노력하는 기관이어야 한다.

공공병원은 민간의료기관과는 다른 평가 기준이 필요하다.
공공의료기관의 평가 기준은 그 기관이 지역주민의 건강에 얼마나 기여하는가에 있어야 한다.

작년 10월 2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감사에서 민주당의 김용익 의원은 “저소득층 진료를 비롯한 적정진료, 건강증진, 질병관리 사업 등은 공공병원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에 따른 적자 발생을 운영상의 적자로 계산하여 공공병원을 평가해서는 안 된다. 흔히 공공병원에 대해서 저소득층 진료만을 생각하는 데, 공공병원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적정진료이다. 적정진료를 하게 되면 비급여 진료를 안 하고, 진료량이 줄기 때문에 수익률이 낮아지는 것은 당연한 것이며, 적정진료에 따른 적자를 민간병원의 과잉진료와 비교하여 수익성이 떨어진다거나 경영이 미흡하다는 식으로 공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모두 공감이 가는 말이다. 공공병원의 경영이 어려워지는 책임의 상당부분은 병원이 아니라 정부의 지원 부족에 있다. 정부는 공공병원에 자본 투자를 적시에 충분히 지원하고 운영의 자율성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충분한 지원을 하고도 병원의 경영 개선이 아주 이뤄지지 않을 경우에라야 공공병원에 책임을 물을 수 있다.

환자의 건강권과 생명권, 그리고 근로자들의 노동권은 존중되어야 하며, 보건의료가 가지는 고도의 공익성과 공공성은 지방의료원의 적자 운영에 대한 경영논리보다 우선되어야 한다. 다소 적자를 보더라도 공익을 위하여 중앙정부가 지원해서 지방 의료원을 유지하는 것인데, 적자를 이유로 공익에 대한 적절한 평가 없이 지방정부가 폐쇄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며, 옳지 않다. 또한 보건복지부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중앙정부가 아무런 통제력을 행사하지 않고 남의 일처럼 보고만 있다는 것은 잘못이다.

진주의료원이 경영을 잘 못해서 손실이 있다면 무엇이 문제인지 찾아서 고쳐야 한다. 잘못이 있다면 누군가 적절한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러나 그것이 병원 폐쇄의 이유가 될 수는 없는 것이다. 공공병원이 저소득층 진료나 질병관리 및 건강증진을 위한 공공적 활동을 하는 것 때문에 적자가 생긴다면 이것이 경영을 잘못하는 것이라 하는 것이 타당한 것인가? 이는 당연히 국가가 조세방식으로 지원해야 한다. 그래야 사회 정의가 실현되는 것이지 않은가?

공공병원의 평가기준이 무엇이어야 하는가?
공공병원은 적정진료, 표준진료를 해야 한다. 돈을 벌기 위해서 과잉진료를 한다거나, 비급여 진료를 통하여 수익을 많이 벌어들인다면 공공병원이 있어야 할 이유가 있는가.
지역 주민들을 위한 질병관리와 건강증진활동 및 저소득층 진료를 위주로 한다면 현 건강보험수가 체계 하에서는 적자를 낼 수밖에 없을 것이다.

4월 7일은 세계 보건의 날이다. 진주의료원 사태는 박근혜 정부의 공공의료정책을 판단하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지난 대선과정에서 국민에게 공약한 것들이 있는데, 당선되고 나니 수수방관하고 있는 것을 볼 때 현 정부의 진의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의료는 다른 산업과는 다른 차원에서 접근이 필요하다. 의료기관은 다른 사업장과는 다르다. 더 나아가 건강불평등과 의료 양극화를 극복하고 국민 모두가 질병이 있다면 병원비 걱정 없이 안심하고 치료 받을 수 있는 보편적 의료복지 서비스가 제공되어야 한다.
그래야 이 땅이 아름답고, 이 땅에 살아가는 것이 자랑스럽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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