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비평 | 진리는 말하여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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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비평 | 진리는 말하여질 수 없다
  • 승인 2013.04.11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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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돈

김진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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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적 언어로 다시 태어난 「도덕경」
               차경남 著
              글라이더 刊
현대인은 많은 정보 속에서 어떤 것이 참이고 거짓인지 구분하기 힘든 시대에 살고 있다. 사소한 정보 하나라도 놓칠까 안절부절 못하고 살아가는 실정이다. 이처럼 복잡다단하고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노자사상은 돌아가야 할 옛 고향 같은 곳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움직임이나 빠름보다, 채움이나 인위적인 것보다 멈춤이나 느림, 비움 그리고 자연스러움을 깨닫게 해주는 책이 나왔다. 그동안 다양한 번역서가 나왔지만, 변호사이며 철학전공자가 아닌 저자가 「도덕경」을 스스로 연구를 통해 깨달은 내용들을 서양철학과 다른 동양철학과 비교하여 알기 쉽게 서술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저자는 「도덕경」 81편의 시에서 20편을 뽑아 20개의 장으로 풀이하였다. 내용은 도덕경의 가장 근본인 ‘도’에서 시작하여 하늘과 땅, 인간, 그리고 사회와 지도자 등에 관해 서술했다. 「도덕경」의 모두는 이 세상 종교인들의 편협한 믿음을 뿌리에서부터 뒤흔드는 위대한 선언으로 시작한다. “도라고 할 수 있는 도는 참다운 도가 아니다. 이름 부를 수 있는 이름은 참다운 이름이 아니다.” 2500년 전 춘추전국시대에 총 5000자, 81편의 시로 구성된 도덕경의 첫 문장은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미 들어봤을 것이다. 참다운 진리(도)는 언어를 넘어서 있다는 것이다.
오늘날 체육인 음악인 예술가 문학가 심지어 까다로운 철학가들까지 서로 화합할 줄 아는데, 유독 종교인들은 다른 종교인과 만나면 욕하고 폭탄을 던지고 싸운다. 왜일까? 저자는 노자와 같은 참 스승들의 말을 잘 듣지 않고 항상 어떤 집단과 한 패가 되어 무리지은 사이비 선지자 따위의 말에 현혹되어 살아가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천지만물 중에서 노자가 가장 사랑했던 사물은 ‘물’이다. 물은 강하지 않고 한없이 부드럽고 유연하게 행동한다. 물에는 아무 고집이 없다. 네모에 들어가면 네모가 되고 둥근 그릇에 들어가면 둥그러진다. 물은 주변 만물에 커다란 혜택을 주지만 아무와도 다투지 않고 억지가 없다. 또한 작위(作爲)가 없고 유위(有爲)가 없기 때문이다. 노자의 핵심개념은 ‘무위(無爲)’이다. 무위란 행위 없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인위(人爲)없음을 말한다. 무위에는 창조적 행위가 들어있다. 사실 창조적이고 생산적인 행위들은 거의가 다 무위에서 나온 행위들이다. 무위란 무아의 경지를 체득한 사람의 행동양식이다. 결국 무위란 인간의 행위가 도달할 수 있는 가장 위대한 경지이며 가장 축복받은 경지이다. 행위의 완성이며 동시에 존재의 완성이다. 아마 노자가 인류에게 커다단 정신적 선물이 ‘무위(無爲)’가 아닐까. 무위란 천지만물이 이 자체로 완전하다는 것을 암시한다. 이 우주는 유위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이 우주에는 어마어마한 신적(神的)인 기운이 가득 차 있어 그로부터 천지만물이 샘처럼 솟아나고 있지만 그것을 인격적인 신이라고 부를 수는 없다. 즉 그것은 ‘신(God)’이 아니라 ‘신성(Godhead)’이다. 이 신성을 가리키기 위해서 무언가 비인격적인 다른 이름이 필요하다. 그것이 노자의 ‘도(道)’라고 주장한다.
또 노자핵심철학은 허심(虛心)으로 모든 일에 마음을 비우고 만사를 억지로 행하려 하지 마라. 이는 비움의 철학이다. 이외에 화광동진(和光同塵), 천지불인(天地不仁), 곡신불사(谷神不死, 포일(抱一), 총욕약경(寵辱若驚)과 이(夷), 희(希), 미(微)등 눈여겨 볼 것이 많다.
노자를 아는 사람은 ‘인식의 변화’를 겪은 사람이다. 만일 노자를 읽고 더 유식해진 사람, 더 똑똑해진 사람, 더 근엄해진 사람, 더 논리적으로 된 사람은 정말로 노자를 잘못 읽은 것이다. 노자를 읽었으면 오히려 먹물이 빠져야 하고, 더 어눌해져야 하고 당연히 더 자유로워져야 된다. 그리고 직관적으로 변모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도덕경」은 상대지나 처세훈이 아니라 인생과 우주를 관통하는 깊고 심원한 지혜, 즉 절대지(絶對知)에 대한 언설이다.
「도덕경」은 글자 수는 5000자에 불과하지만, 그 의미는 깊고도 영원하다. 노자는 존재론적으로 말해 우주의 중심에 앉아 있다. 그는 시간을 초월해 있다. 2500년 전 과거의 인물이 아니라 미래의 인물이다. 노자의 말을 귀담아 들으면 마음이 안정되고 세계가 안정되며 온 천지가 안정될 것이다. 노자의 무위의 세계를 같이 거닐어보자고 저자는 손을 내민다. (값 1만5000원)

김진돈 / 시인, 운제당 한의원장,
송파문인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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