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중계] 개원의가 바라본 한의학교육의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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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중계] 개원의가 바라본 한의학교육의 문제점
  • 승인 2003.06.27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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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개원의의 최대의 꿈은 환자를 잘 치료하는 일이다. 그러나 현실은 다소 미흡한 것처럼 보인다. 졸업전이나 졸업후 한의학교육이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것이다.
제3의학회는 최근 한의학교육에 내재한 문제점을 극복하고자 개원의의 입장에서 한의학교육의 문제를 조명했다. 본지는 이번 발표회가 적잖은 의미가 있다고 보아 내용을 요약 게재한다. (정리 = 김승진 기자)


■ 한의학적 觀 제시하는 환경 조성을 ■
양인철(개원한의사협 사무총장)

한의대 교육에 대한 개원한의사의 평가는 개인적인 경험과 현재의 개인적인 상황에 따라 평가가 상반된다. 한의대 교육이 아직 정형화, 체계화되지 못했다는 반증이다. 이는 한의대 교육목표가 무엇인지에 대한 공론이 필요하다는 것을 나타낸다.

한의사로서 한의대를 졸업하면서 느끼는 가장 큰 단상은 시험을 보기 위한 공부밖에 없었다는 비판이 많다. 암기위주의 시험에 대한 필요성은 인정할 수 있지만, 필요이상으로 혹은 실질적으로 임상한의사로서의 길을 가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 지나친 암기위주의 학습은 예비한의사들의 교육의 뿌리를 한의대에서 외부로 몰아내는 병폐를 낳고 있다.

한의사라는 직업에 대한 성찰 및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교육이 없다. 임상가로서의 의학적 술기를 습득하고 이론을 학습하는 것만큼이나 사회적 윤리와 책임의식을 교육받을 수 있는 기회도 역시 한의대 교육의 몫이다.

한의대의 교육목표는 의학교육의 한 과정으로서, 그리고 졸업과 동시에 독립된 진료를 할 수 있는 우리 나라의 의사면허 제도상 분명히 그 목표가 ‘1차진료 한의사의 양성’에 있어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 개원현장에서 접할 수 있는 다빈도 질환에 대한 임상술기의 부족이나 환자를 진료할 수 있는 한의학적인 관, 그리고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의사로서의 한·양방 기본지식에 대한 임상적 교육은 매우 부족한 형편이다.

전통적 한의학 교육의 핵심인 도제식 교육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만 그 핵심인 다양하면서도 뚜렷한 한의학적인 觀을 실천적으로 제시하고 교육적으로 동화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줄 수 있어야 한다.

학교는 병원이라는 임상공간과 교수들의 연구 및 신기술 개척을 통하여 다양하고 새로운 임상적 술기 및 이론적 배경을 제시해 주어야 하나 한의계에서 새로운 임상기술은 대부분 임상가에서 시작하고 연구되어 그 효과를 인정받은 뒤 학교교육에 접목되는 형태를 띄고 발전돼 왔다. 학교는 임상가에서 제시된 다양한 새로운 영역에 대한 이론적 배경을 연구·제시하고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임상연구의 틀과 성과물을 제시해 주어야 하는데도 새로운 임상술기에 대한 비판적이고 학문적이지 못하다하여 매도하는 경우까지 있다는 사실은 한의대의 폐쇄성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졸업 후에도 한의학교육은 학부교육의 내용과 실제임상에서 겪는 진료의 현실과의 거리를 메우는 데에 반드시 필요하다. 개원가에서 사장되는 훌륭한 임상 자료 또한 학회지에 출판하여 공유하고 이를 통한 되먹이기식 교육도 병행돼야 한다. 수련의와 개원의의 사교육비의 비중이 지대하게 높고 공인과 검증이 없이 이루어지는 임상강의의 질과 효용성에 대한 의문점, 형식적이고 도움이 되지 않는 보수교육으로는 환자에게 최선의 의료행위를 제공해야 하는 의료인으로서 죄를 짓게 하는 결과이며 의료시장 개방과도 관련하여 한국한의학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데에 큰 걸림돌이 된다.


■ 한의학의 전승이 단절되고 있다 ■
오영제(서울 키즈앤맘한의원)

한의학 교육은 교육과정만을 바꾼다고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 근본이 되는 문제점들을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의학교육의 문제점을 크게 3가지로 나누어볼 수 있다.

우선 철학교육에 있어서 문제점을 들 수 있다. 한의사 치고 한의학의 근본이 되는 이론인 음양오행론에 대해 고민해 보지 않은 사람은 드물 것이다.

그러나 한의학교육을 받기 전에 12년 이상 받은 교육이 서양적인 철학에 기초한 소위 현대과학이기 때문에 한의학을 낯설게 느낀다.

이런 환경에서 음양오행이라는 새로운 척도를 가지고 세상을 바라본다는 것은 정말 어렵다.

음양오행은 유학보다 도교에서 나오는데 한의대에서는 노자, 장자, 회남자 등의 도교문헌에 대한 교육이 드물다. 도교를 전공한 사람도 적지만 철학교육이 우선 순위에서 밀렸기 때문이다.

양방교육에도 문제가 많다. 양방의 기초과목 중 해부학적 지식은 혈자리를 잡거나 인체를 관찰할 때 큰 도움이 되고, 생리학에 대한 기반이 잘 되어 있으면 새로운 기술을 이해하기 쉬워지는 이점이 많아 한의학 교육에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임상을 하다보면 양방적인 처치에 대한 필요성을 많이 느끼지만 정작 학교에서는 양방 이론을 교조적으로 가르칠 뿐 실질적인 양방임상을 가르치지 않는다.

양방용어에 대한 교육도 필요하다. 의학용어를 알아야 양의사들과의 의사소통이 쉬워진다.

양의사들과의 의사소통은 양방치료의 실제적인 모습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한의학교육 중 가장 큰 문제는 한의학의 전승이 단절되었다는 점이다. 학교와 병원에 임상적 권위를 갖는 원로 한의사가 거의 없다는 것도 전승이 단절되는 원인의 하나다.

대학교육에서 경험의 단절은 여러 가지 觀을 정확히 배우지 못하는 결과로 나타난다.

한의학은 양방과 달리 다른 이론적 배경을 가지는 여러 가지 치료법들이 존재하므로 한의학의 이론에 모두 정통하든지 아니면 하나의 이론에 정통하여 그를 임상에 적용시키고 이를 통해서 그 이론을 검증해 본 경험이 중요하다. 적어도 이론적 배경이 다른 치료법을 배우면서 그 차이는 알아야 할 것이다.

한의학은 기본적으로 도제식 교육이다. 그런데 그 좋은 전통을 잃어버리고 있다.

결국 그 스승의 관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스승이 그 윗대에서 물려받은 경험을 잇지 못하게 한다. 과가 정해지면 3년을 한 과에서 보내는 현행 수련제도는 도제식 교육이 행해지기 좋은 조건이다.

그러나 그런 도제식 교육을 할 권위자가 드물다는 게 문제다. 그래서 개원가에서 권위와 전승을 인정받은 원로한의사나 제자들이 적극적으로 영입돼야 할 것이다.

교육을 통해 한의학 이론과 실제 임상이 현실적으로 효과가 있음을 학생들에게 확신시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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