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라이프 오브 파이 」
상태바
영화읽기 -「라이프 오브 파이 」
  • 승인 2013.04.04 11: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황보성진

황보성진

mjmedi@http://


굶주린 호랑이와 바다 한가운데 살아남는다면…

사람들은 누구나 한 번쯤 책을 읽다가 머리 속으로 그림을 그려보면서 ‘배우는 누구로 하고, 장소는 어디로 하고…’ 등등 나름대로 영화감독이 되는 상상을 해봤을 것이다. 그러나 간혹 너무 난해하거나 판타지스러운 작품의 경우 과연 영상으로 어떻게 표현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 때도 있었을 것이다. 바로 ‘라이프 오브 파이’와 같은 작품들이 이런 경우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원작자인 얀 마텔 역시 이 작품이 영화화되는 상상을 해 본 적은 있지만 실제로 영화화되기는 어렵다고 생각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세계적인 명감독인 이안 감독은 독특한 소재와 상상력이 충만한 작품을 영화화하는데 성공했다.

감독 : 이안
출연 : 수라즈 샤르마, 이르판 칸, 라프 스팰
인도에서 동물원을 운영하던 파이(수라즈 샤르마)의 가족들은 정부의 지원이 끊기자 캐나다로 이민을 준비한다. 파이의 가족들은 동물들을 배에 싣고 캐나다로 떠나지만 예상치 못한 폭풍우에 화물선은 침몰하고 파이만 가까스로 구명보트에 타게 된다.

그러나 구명보트에는 파이 외에도 다리를 다친 얼룩말과 굶주린 하이에나, 바나나 뭉치를 타고 온 오랑우탄, 벵갈 호랑이 리처드 파커가 함께 탑승하게 되고, 시간이 갈수록 배고픔에 허덕이는 동물들은 서로를 공격하여 결국 리처드 파커와 파이만이 배에 남게 된다. 우연히 배에서 발견한 생존 지침서를 바탕으로 파이는 ‘리처드 파커’와 함께 바다 위에서 살아가는 법을 습득하게 된다.

이미 ‘와호장룡’으로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했고, ‘브로크백 마운틴’으로는 아카데미 감독상, ‘색, 계’로는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하면서 흥행성과 작품성을 두루 겸비한 감독으로 명성을 쌓은 이안 감독의 작품인 ‘라이프 오브 파이’는 감독의 저력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주면서 과연 이안 감독의 한계는 어디일까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왜냐하면 그의 작품은 매번 장르와 제작 형태, 제작 규모 등의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엇 하나 허투루 하는 것 없이 완벽한 영화를 만들기 때문이다.

그로인해 바다에 표류한 파이와 리처드 파커의 모습이 대부분인 ‘라이프 오브 파이’가 자칫 매우 지루한 영화가 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그런 부분이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그런 장면들이 환상적이면서 긴장감 있게 그려내고 있다는 것은 감독의 내공이 부족하다면 할 수 없는 연출이었을 것이다. 또한 표류하는 동안의 모습을 리얼하게 보여주기 위해 살을 서서히 빼야했던 파이 역의 수라즈 샤르마의 연기와 CG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정교한 움직임을 보여주는 리처드 파커의 연기는 제대로 된 앙상블을 보여주면서 관객들에게 또 다른 영화의 재미를 전해주고 있다.

특히 매우 감동적으로 끝날 줄 알았던 결말부분에서 갑자기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게 되지만 영화는 관객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믿을 것이냐라는 질문을 던지며 영화를 본 후까지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올해 1월 1일에 3D로 개봉하여 많은 관객들에게 판타지와 감동을 함께 전했던 ‘라이프 오브 파이’는 2D로 봐도 마치 3D 같은 느낌이 드는 장면이 많아 멋진 장면을 감상하는데 큰 문제가 없다. 올해 아카데미 감독상, 시각효과상, 음악상, 촬영상 등 총 4개 부문에서 수상하며 2013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가장 많은 부문을 수상한 작품인 ‘라이프 오브 파이’는 내용과 영화적 기술이 잘 어우러진 강력 추천 작품이다.

황보성진 / 영화 칼럼니스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