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579) - 「醫鑑刪定要覽」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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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579) - 「醫鑑刪定要覽」②
  • 승인 2013.04.04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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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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華山道士가 논한 自治經驗 煉臍法

지난주 미처 다 소개하지 못한 본문 내용 가운데 이채로운 내용 몇 가지를 좀 더 살펴보기로 하자.

 

◇ 「의감산정요람」

우선 이 책은 기존에 알려진 李以斗의 「醫鑑刪定要訣」에 비교해 보면, 권2 暑門에 해당하는 부분부터 처방을 전재하고 있다. 편제가 다소 두서없이 보이지만 아마도 초사자가 자기 나름대로 필요한 부문만을 취사선택한 결과로 보인다. 대체로 치법편을 많이 보충하였고 처방이나 병증문목에 대한 설명은 보완되어 있는 반면, 일부 처방을 빼거나 추가한 경우도 있어 일률적이지 않다. 이로 보아 두 책 사이의 관계가 시간적으로 선후관계에 놓여있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특별히 표기상 눈에 띠는 것은 처방의 중량을 나타낼 때, 약칭으로 표기한 점인데, 旬, 念, 行, 才 등 암호를 사용하여 표기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대략 「의감산정요결」과 비슷하나 내용상 다소 출입이 있는 異寫本이거나 혹은 원형태를 간직한 모본계열의 사본이 아닌가 추정된다. 표지 이외에는 권차가 나누어지지 않았으며, 목차에 나타난 내용은 대동소이하나 권 후반부에 들어 있는 點法, 諸病主藥, 諸藥禁忌, 忌鐵藥, 銅鐵俱忌藥 등의 항목이 추가로 채록된 것이다. 특히 금기약 이후에 첨부된 丹藥류는 편자가 도가식 수련법에 관심이 경도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권미에 수록되어 있는 龍虎丹, 廣濟丸, 九轉丹 등이 바로 그것이다.

예를 들면 神聖丹은 괴질 치료에 쓰이는데, 魏醫가 전한 비방이라고 적혀 있다. 龍虎丹은 초오, 백출, 천오, 계피, 곽향 등의 약재로부터 인삼, 사향, 용뇌에 이르기까지 30여 종의 여러 가지 약재가 들어가는 단약 처방이다. 千重口一盃酒方은 인삼, 숙지황, 구기자, 음양곽과 같은 보양약재가 다수 처방되는데, 無灰酒 2말에 담가두고 술기가 빠져 나가지 못하도록 3일 동안 단단히 봉해둔다. 꺼내 먹을 때, 아주 천천히 마시되 혀 바닥 위에 약간 술맛이 느껴질 정도만 마시고 한참 지난 다음 다시 마시길 반복해야 한다. 이러길 가능한 여러 번 반복할수록 더욱 좋은데, 이 술 1잔이면 1000인이 마실 수 있다하여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 이와 같이 하지 않으면 生精養血, 益氣寧神, 烏鬚明目, 廣嗣延年하는 효과를 보기 어렵다하니 실로 장생묘약이요 種子奇方이라고 하였다.

가장 특징적인 것은 華山道士論 煉臍法이다. 대략 그 요지는 “의학은 글로 전하기 어려우니 마음으로 얻어야만 한다. 연제법은 예전 훌륭한 명의가 남긴 비방에서 나온 것이지만 세속에서 깊이 신뢰하지 않고 힘써 행하지 않았다. 그 까닭은 시험 삼아 쓰는 방법이 다른 것과 다르지 않아 글로 적어도 간단하고 병을 얻어도 흔적이 남지 않으며, 효과를 보아도 역시 눈에 띠지 않기 때문이다. 헛된 명예를 구하는 자들은 簡易한 것을 따르지 않고 번잡한 것을 좋아하여 근본에 힘쓰지 않고 말단만을 다스리기 때문이다.”라고 하여 이 방법이 간단하되 효과 좋은 치법임을 강조하였다.

이어 “배꼽은…그 어미를 따라 호흡하다가 출생한 뒤로는 꼭지가 떨어지고 저절로 닫힌다. 비록 吐故納新하여 영위를 조리하지는 못하지만 풍습한사가 이를 타고 들어오니 어찌 생명의 뿌리라고 하지 않으며, 保養하고 愛護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라고 하며 상고시대에 고안된 이 장수비법은 풍속과 세태, 寒暑가 고르지 못한 지금이야말로 반드시 필요한 건강법이라고 하였다. 다만 너무 뜨거운 열기에 손상되거나 몸 안이 조열해진 나머지 소도시키는 것에 열중하면 진기가 아래로 빠져나갈 수 있다고 경고하였다.

저자 또한 어려서부터 병치레가 잦아 여러 의서를 널리 구해보다가 그 이치를 다소 깨달아 스스로 경험하여 터득한 묘리를 널리 사람을 구제하는데 베풀고자 하는 것이니 헛되이 단약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권하는 것이 아니라고 하였다. 이외에도 保命丸, 煖臍膏, 熏臍法 등 관련 항목이 연달아 실려 있는데, 西厓 柳成龍(1542∼1607)이 지은 「鍼經要訣」에 실려 있는 煉臍法, 回春煉臍法 등과 연계하여 반드시 눈여겨 살펴보아야할 의론이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기념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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