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된 한약제제 산업 이대로 두고 볼 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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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체된 한약제제 산업 이대로 두고 볼 텐가
  • 승인 2013.03.28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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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주리

최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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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주 리
한국한의산업협동조합 이사장·한의사
경제민주화가 정치권의 화두로 떠오르고 정부에서는 동반성장이라는 명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소기업적합업종을 지정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것이 시장경제 이론에 맞지 않다고 부정적으로 바라보기도 하지만, 중소·대기업간의 사업 확장 가이드라인을 정해서 서로 지켜가는 것이 결국 서로에게 이득이라고 생각한다.

대기업 스스로 기업윤리를 지켜가면 좋겠지만, 그렇다고 아무런 규제 없이 이익만을 위해서 유명 대형통신회사가 꽃배달 서비스로 사업을 확장하고, 대기업이 자전거 판매업까지 진출하는 등 공룡처럼 산업생태계를 파괴시키는 것을 옳다고 볼 수만은 없지 않은가?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후의 권고 유형을 보면 1. 진입자제 2. 확장자제 3. 사업축소 4. 사업이양이 있다. 예를 들면 프랜차이즈 제과점은 점포수 총량 확장을 자제하고, 근접출점을 자제하라는 것이다. 또한 자동판매기업에 있어서는 공공시장 입찰 참여 금지 및 확장 자제 등을 권고하기도 한다.

지난 18일 한국한의산업협동조합도 협동조합의 자격으로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소상공인·중소기업의 활성화를 위한 회의에 참석을 했는데 한약재 제조업, 한약재 도소매업, 한약제제 제조업도 소상공인, 중소기업에 해당되므로 이들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함이었다.

현재 홍삼 등의 한약재를 원료로 하는 대형식품회사들이 판매원을 교육시킬 때 한의사가 처방한 한약에 대한 근거 없는 비방을 일삼고 있다. 다시 말하면 시장 확장을 위한 밀어내기를 시도하는 것인데, 그러다보니 특정 한약재는 판매량이 증가할지 모르지만, 전체적인 한약시장의 침체를 가져와 한약재를 유통하는 도소매업자들은 언제 문을 닫을지도 모른다며 초조해 하고 있다.

한약제제 제조업도 마찬가지이다. 한약제제를 생산하는 제약회사를 만나서 얘기해보면, 한약제제 생산만으로는 사업체를 운영하기 힘들어서 양약을 OEM으로 생산하거나 조만간 한약제제 라인을 폐쇄할 것이라는 암울한 소식을 전하기도 한다.

이렇게 한약제제 시장이 침체된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한약제제와 다름 아닌 천연물신약이 한약제제 제조업 생태계의 왜곡을 가져왔다고 진단한다. 10여년 동안 천연물신약 개발을 위해서 대형제약회사에 지원했던 예산을 중소 한약제제 제약회사에 지원을 했다면 어떤 결과가 도출되었을지 지나고 난 뒤라 더 안타까울 뿐이다.

현재 국내 천연물신약은 생산 제약회사 스스로가 개발한 것이 아니라 여기저기 한약 개발과 제조에 노하우가 있는 기업에 의뢰하고, 자본만 집행하는 기형적인 모습을 가지고 있다. 정부의 육성정책을 받으며 차근차근 성장한 일본과 중국의 한약제제 제약회사와는 사뭇 다른 성장과정이 아닐 수 없다.

한약제제는 소품종 대량생산하는 양약과는 달리 다품종 소량생산의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양약을 개발 생산하는 시스템과 다를 수 밖에 없는데, 이를 고려하지 않는 정책이다 보니 결국 이런 결과를 초래했다고 본다.

일본 쯔므라 제약회사는 2012년 기준 순수 매출은 1조1198억원, 그 중 처방한약은 1조 554억원에 달하고 이는 국내 1위 제약회사의 연 매출인 9400억원보다도 높다. 오로지 한약제제만을 생산하고 있는데 말이다.

이런 기업은 어느 날 갑자기 생기지 않는다. 한의약을 제대로 이해하고, 꾸준히 연구 개발 생산하는 과정을 밟아서 중견기업으로 발전하고, 비로소 대기업으로도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모든 산업은 기초가 중요하다. 걷지도 못하는데 뛰라고 하지 말아야 한다. 이익만을 위해 직능간의 갈등만 유발한 채, 단 한 개의 수출 품목도 만들지 못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을 이제 그만 두어야 한다.

비록 늦었지만, 한약제제 제조업을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하고 한약제제 개발의 전문성을 가진 중소기업을 육성·발전시켜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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