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 칼럼 - ‘패션계 새 권력자’ 스콧 슈만이 한의학에게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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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칼럼 - ‘패션계 새 권력자’ 스콧 슈만이 한의학에게 말하다
  • 승인 2013.03.28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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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김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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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콧 슈만(Scott Schuman)이라고 하면 대다수 분들이 ‘그게 누구야?’라고 반문하실 것이다. 이름만 들으면 잘 모르겠지만 K7광고에 나왔던 사진 찍던 외국인이 바로 스콧 슈만이다. 그의 인생과 인터뷰에서 ‘한의학의 미래’를 보았기에 그를 우리의 자리로 끌어와 보려 한다.

그는 현재 www.thesartorialist.com 이라는 블로그를 운영 중인 패션계의 새로운 권력자다. 스트릿 패션 사진을 통해 전 세계 패션인들에게 영감을 주고 전 세계인들은 하루 45만 명, 매달 1400만 명이 그의 블로그를 방문한다. 2007년 타임지는 ‘디자인 부문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중 한 사람으로 그의 이름을 올렸다. 버버리·티파니·키엘 등 의류업계 뿐 아니라 보그·GQ·엘르·판타스틱 맨 등 세계적 패션 잡지들도 그의 사진을 경쟁하듯 싣는다. 그의 사진에 픽업된 후 세계적 모델이 된 경우도 부지기수다. 마이너(Minor)의 대단한 성공 스토리다.

그런데 그가 블로그에 사진을 올리기 시작한 것은 불과 2005년부터다. 그는 세계적 패션 디자이너가 되고자 했지만 그럴만한 능력이 없음을 알고 패션 마케터가 되어 <쇼룸>을 열었다. 하지만 9·11테러는 그의 사업마저 주저앉히고 말았다. 모든 것을 잃고 그의 두 딸들을 찍으면서 스콧 슈만은 거리에 지나다니는 사람들로부터 깡마른 모델로 대표되던 패션계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현실적 아름다움을 느낀다. 그는 셔터를 누르며 이제껏 느껴보지 못한 행복감을 느끼게 되고 자신이 가장 행복한 일을 찾으면서 세계적 패션 피플로 등극한다.

그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서울의 문화와 예술은 매우 훌륭하다. 그런데 패션은 여러 나라의 것을 조합한 듯 한 느낌이 든다. 분명히 화려하고 세련됐는데 독창적인 매력이 느껴지진 않는다. 이를테면 ‘스톡홀름’ 하면 나는 풍성한 파카 밑으로 씩씩하게 뻗은 여자들의 스키니진이 떠오른다. 파리지엔들은 거만하지만 섹시하고, 밀라노는 패션의 폭이 좁긴 해도 고집스럽고 우아하다. 그런데 서울은 잘 모르겠다. ‘이게 서울이다’ 하는 이미지가 내게는 없다.”

한의학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미래를 스콧 슈만이 대신 말하고 있는 듯하다. 현재 한국은 모든 것이 글로벌화 되어 가고 있지만 한국만의 독특한 느낌이 사라져 가고 있다. 의학 역시 세계적 기준에 따라 가고 있지만 한국 의학만의 독자성은 없이 미국과 유럽의 의학을 쫓아가고만 있기에 세계 최고의 의학이 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한의학 역시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지속된다면 양방에 비해 항상 마이너(Minor), 아웃사이더, 비주류의학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한의학을 빛나게 하려면 양방을 쫓아가며 양방을 넘어서는 의학이 되려고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 아니라 가장 한국적이면서 한의학적인 것을 찾아야 한다. 간절하게 찾아야만 하는 그 절벽 끝에 우리 2만 한의사는 함께 서 있다.

가장 한의학적이면서 유니크한 그것이 무엇일지 필자는 하루에도 수십 번 생각한다. 반드시 있을 텐데 과연 그것이 무엇일까? 안타깝게도 아직 찾지 못했다. 하지만 여러 사례를 통해 그것에 도달하는 가장 바른 길이 무엇인지는 찾아낼 수 있었다.

성룡이 토크프로 ‘무릎팍 도사’에 나와 싸이 이야기를 인용하면서 본인의 성공사례를 말했는데 “만약 싸이가 처음부터 미국에 진출하고 세계적 스타가 되려고 ‘강남 스타일’을 만들었다면 그는 결코 지금의 위치에 오르지 못했을 것입니다. 나도 헐리웃에 가려고 노력했더니 오히려 실패만 겪고 홍콩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래서 그 수치스러움을 극복하기 위해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성룡식 영화를 더 열심히 만들었습니다. 그랬더니 어느 날 헐리웃 관계자가 나를 찾아왔습니다. 그 후 헐리웃에서도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죠.”

한의학이 미래에 경쟁력 있는 의학이 되기 위해서 가야할 길은 바로 이것이다. 한의학을 섣불리 과학화하려고 하면 안 된다. 한의학은 가장 한국적이고 한의학적이어야 한다. 그래야 그 유니크함을 잃지 않는다. 가장 한의학적이면서 모든 한의사가 알고 있지만 아직 빛을 보지 못한 아이템! 그것을 찾아야 한다. 그것이 한의사의 미래를 살리고 한의학의 미래를 밝혀준다. 한의학적인 마인드도 완벽하지 못한 상태에서 어설픈 일원화 논의와 표준화는 한의학의 미래를 어둡게 할 뿐이다. 가장 유니크한 한의학을 찾아야 한다.

스콧 슈만은 고(故) 스티브 잡스의 블랙티와 청바지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그의 옷차림은 패셔너블하지도, 스타일리시하지도 않지만 자기만의 스타일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항상 비교중심적인 한국사회에서 한의사 또한 양방과 한의학을 많이 비교하고 우리의 부족한 점을 자책하지만 우리는 양방보다 모든 면에서 우수한 의학이 될 필요는 없다. 사실 현대 의료 시스템에서 그렇게 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국민들에게 가장 한의학적인 아이템으로써 꾸준히 다가가서 양방보다 ‘매력적’인 의학이 되는 것은 가능하지 않을까? 한의학! 이제 ‘비교’의 옷을 벗고 ‘매력’을 입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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