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꽃 닮은 힐링 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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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꽃 닮은 힐링 무비
  • 승인 2013.03.28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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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식

임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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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 파파로티 」

남녘에서는 꽃 잔치가 한창이다. 섬진강변 매화 축제를 보노라면, 마음에 절로 꽃물이 든다. 강변 따라, 산길 따라 흐드러지게 핀 봄꽃들은 TV로만 봐도 눈부시다. 겨우내 움츠러들었던 몸과 마음이 환해지면서 얼굴에는 미소가 번진다. ‘파파로티’는 그런 봄꽃을 닮았다. 팍팍한 현실 때문에 꽉 조여 맸던 마음의 허리띠를 풀고 볼 수 있는 영화다. 힐링 무비이기도 하다.

 

감독 : 윤종찬
출연 : 한석규, 이제훈, 오달수, 조진웅

‘파파로티’의 주인공은 두 명이다. 한때 잘 나가던 성악가였지만 지금은 낙향해서 예고 음악선생으로 일하는 상진(한석규)과 주먹세계 중간 보스인 깡패지만 천부적인 음악적 재능을 가진 장호(이제훈)다. 어느 날, 장호가 예고에 전학 오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주요 인물만 소개해도, 첫 장면만 봐도, 줄거리가 손에 잡힌다. 결말까지 대충 예상할 수 있다. 따라서 ‘파파로티’는 상투적인, 뻔한, 그렇고 그런 영화라는 평가를 받아도 대꾸할 말이 별로 없어 보인다. “똥인지 된장인지 꼭 찍어 먹어봐야 아냐?”라는 상진의 대사는 이 영화에 그대로 적용된다. 그런데도 영화는 흡인력이 있다. 그게 매력이다.

인물 배치나 성격, 갈등 구도, 스토리 전개는 전형적이다. 상진은 세상사에 의욕이 없다. 교장이 장호를 가르쳐 보라고 권유해도 심드렁하다. 고아인 장호는 학생과 조폭의 이중생활을 하느라 바쁘다. 상진은 장호를 무시하고, 만나기만 하면 서로 티격태격한다. 게다가 두 사람은 학교에서 왕따다. 자장면 배달시켜서 벤치에서 혼자 먹는다.

상황이 바뀌는 것은, 역시 장호의 노래 실력 때문이다. 상진은 장호의 노래를 처음 듣자마자 돌변한다. 적극적으로 가르치기 시작한다. 천재가 천재를 알아본 것이다. 장호에게 악보 보는 법을 가르치고, 이탈리아에서 활동한다고 거들먹거리는 대학 동창에게 자존심을 버리고 전화해서 장호를 받아달라고 부탁한다. 장호의 보스에게 찾아가 장호를 놓아주는 대신 자신의 발목을 자르라고 요구하는 장면은 뭉클하다.

인생의 낙오자 혹은 아웃사이더들이 고난을 극복하고 목표를 이뤄가는 과정은 감동적이다. 영화에서도 이런 소재를 자주 다룬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2008)이나 ‘국가대표’(2009) 같은 영화가 그렇다. ‘킹콩을 들다’(2009)는 부상으로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한 역도 선수가 시골 여고의 코치로 부임하고, 가난한 학생들을 모아 팀을 만들고, 온갖 어려움을 이겨내며 꿈을 이뤄가는 실화를 그려 감동을 주었다.

‘파파로티’는 이런 영화들과 같은 맥락에 있다. 그렇다고 진지하게만 접근하는 것은 아니다. 가벼운 웃음을 곳곳에 배치해 편안하게 볼 수 있도록 유도한다. 웃음과 감동을 주는 휴먼 코미디인 셈이다. 카타르시스를 주는 결말도 대중영화의 문법을 그대로 따른다. 아름다운 노래로 귀를 즐겁게 해주는 것도 장점이다.

‘파파로티’의 단점을 지적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이야기의 틀은 상투적인데다 허술하고, 장면 연결도 매끄럽지 않다. ‘레슨 도르마’와 관련된 에피소드는 작위적이다. 조연들의 역할이나 행동도 마찬가지다. 장호와 숙희의 멜로는 억지스럽고, 학생주임과 영어교사 커플은 꼭 필요한지 의문이 든다. ‘파파로티’는 개봉 전에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핫 스타도 없고, 화려한 볼거리도 없고, 완성도가 빼어난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제는 제법 관심을 끌고 있다. 따뜻한 내용, 감동적인 메시지와 웃음은 일반 관객들이 감상하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그래서 극장을 나서면서 봄꽃 한 다발을 품에 안은 듯 마음이 훈훈해진다. (상영중)

임정식 /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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