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서평 -「吉益東洞, 독으로 상한론과 금궤요략을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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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서평 -「吉益東洞, 독으로 상한론과 금궤요략을 보다」
  • 승인 2013.03.21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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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준호

오준호

mjmedi@http://


‘의사’ 요시마스 토도의 임상기술 어떻게 지식이 됐나

데라사와 가쓰토시 著
 김종오,  어연경 譯
물고기숲 刊

기술은 어떻게 지식이 되는가.
한의학의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혹자는 객관화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혹자는 사회적으로 편견과 공격이 심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필자는 임상기술이 의학지식으로 정리되지 못하는 현실을 들고 싶다. 한의학의 꽃은 임상이고, 환자를 잘 치료하는 것이 지상 목표이다. 하지만 이 시대 만들어진 좋은 임상저작을 꼽으라면 얼마나 될까. 많은 명의들이 임상가에 있지만, 그들이 자신의 임상경험을 손수 정리해 세상에 내 놓았다는 이야기는 찾기 어렵다. 필자의 과문함이라면 다행이지만, 가벼운 에세이 책이나 학생들이 정리한 강의록만 넘쳐나는 것 같아 안타깝다.

말과 달리 글은 논의의 대상이 된다. 동의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반대하는 사람도 생겨난다. 생각은 글로 기록되는 순간 함께 생각할 고갱이가 되기 때문이다. 지식은 이런 고갱이들이 오랜 시간동안 쌓여 만들어진 거대한 퇴적층이다. 하지만 말로 그친 경험은 논의 자체가 불가능하다. 전설이 되거나 잊혀질 뿐이다. 전할 수 없어 전하지 않는다면 기술은 지식으로 승화될 수 없다. 이런 변명은 탁월한 임상 실력이 한 개인의 우수한 재능에서 발휘된 기술일 뿐, 다른 사람은 따라 할 수 없다는 고백에 불과하다.

요시마스 토도(吉益東洞), 그의 삶은 개인의 기술이 어떻게 지식이 되는지를 보여주는 교훈적인 이야기이다. 요시마스 토도를 깊이 연구한 데라사와 가쓰토시(寺澤捷年)는 ‘암묵지식’과 ‘형식지식’이라는 개념으로 토도가 자신의 임상 경험을 체계화된 지식으로 승화시키는 과정을 추적한다.

모든 임상의처럼 토도 역시 임상에서 말로 하기 어려운 암묵지식을 얻었다. 그는 암묵지식을 끊임없이 치료 현장에서 검증하였으며, 이를 명시적인 언어로 표현하기 위해 죽는 날까지 노력하였다. 원고를 몇 번이나 다시 고친 뒤에도 생전에 발표하지 못한 ‘약징(藥徵)’의 가치는 파격이나 단순함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한 임상가가 자신의 기술을 지식으로 승화시킨 노작이라는 점에 있다.

최근 의사학을 전공하고 임상에서 고방(古方)을 사용하고 있는 김종오와 일본에서 문학박사를 받고 전문번역자로 활동 중인 어연경이 데라사와 가쓰토시의 연구서를 국내에 번역해 냈다. 데라사와 가쓰토시는 관련 인물과 사료 속에서 토도의 삶을 통시적으로 재생시켰는데, 역자들은 이런 원서의 생소한 내용을 이야기처럼 쉽게 풀어냈다. 또 저자가 현대 일본어로 풀이해 실은 동동의 글은 직접 원서를 찾아 고증하여 중역(重譯)이 가지는 오류를 최소화 하였다. 덕분에 ‘의단(醫斷)’이나 ‘의사혹문(醫事或問)’ 등 중요 저술이 실려 있는 자료집으로서의 가치를 더하였다.

인물에 대한 추앙은 자칫 학문에 대한 맹종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의술을 전설로 남기지 않고 학문으로 재련하였다는 점에서 그는 분명 위대하다. 하지만 요시마스 토도 역시 치열한 삶을 살다간 한 사람의 ‘의사’일 뿐이다. 이 책은 그러한 진실의 끈을 놓지 않고 이야기를 전개한다. 깊이 있는 학술서이면서도 흥미로운 전기처럼 읽혀지는 것은 그 때문이다. 평소 관심 있는 독자들에게는 더 없이 좋은 자료가 될 것이다. (값 5만원)

오준호 / 한국한의학연구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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