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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 미래 짊어질 젊은 연구자들 ⑮ 김형준 (한국한의학연구원 선임연구원)
공학→한의학, 다시 하버드서 ‘뇌과학’ 연구
2013년 03월 21일 () 09:53:16 김춘호 기자 what@mjmedi.com
“공학을 전공한 후 사람에 대한 학문을 하고 싶어서 한의학과에 갔습니다. 졸업 후 임상을 하던 중 대학원에 진학하려 했는데 우연한 기회에 친구가 뇌과학·뇌영상을 소개시켜주고 관련 분야 교수님을 뵙게 돼 시작하게 됐습니다. 그 계기가 저의 진로를 바꿨습니다.” 공학도에서 한의사로 다시 뇌과학 연구자의 길을 걷게 된 김형준 박사(40)는 올 상반기 중 미국 하버드 의대 마르티노스 바이오메디컬 이미징센터로 2년간 침치료 기전 공동연구를 위해 떠난다.

“뇌과학 매개로 침구임상효과 규명, 한의학의 우수성 알릴 기회”

▶공학도에서 한의사로, 동의보감 번역본 발간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과 졸업 후 경희대 한의대 95학번으로 입학한 김형준 박사. 그가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계기는 게임을 만들고 싶어서였다. 컴퓨터가 흔치 않던 어린시절 그에게 컴퓨터는 신기하고 친해지고 싶은 물건이었다. 특히 게임까지 할 수 있다는 매력에 푹 빠졌다. 그래서 전공도 컴퓨터공학으로 선택하고 4년간 배울 내용에 꿈에 부풀어 있었다.
하지만 그에게 찾아온 건 어마어마한 양의 수학문제, 결국 게임을 만들겠다는 젊은 청년은 다른 꿈을 꾸게 됐다. 사람에 대해 공부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한 끝에 한의학과를 택했다. 학사편입이 아닌 수능을 다시 보고 경희대학교 한의학과 95학번으로 입학해 다시 처음부터 공부에 돌입했다. 이번에 그에게 찾아온 건 방대한 양의 한문. 무조건적으로 외우는 것이 처음엔 적응이 안 됐다.
   
◇만성요통의 침치료효과 규명을 위한 뇌신경영상연구를 위해 2년간 하버드대로 떠나는 김형준 박사. <대전=김춘호 기자>
하지만 점차 적응이 돼 방학 땐 여기저기 배우러 다니고 약초 캐러 다니고 동기들과 같이 공부하는 시간이 재밌어졌다. 한의대 시절 동의보감 번역본도 제작했다. 동의보감 스터디 클럽에 들어가 형상의학회 관련 공부를 했는데 동의보감이 주 교재였다. 학부 시절 2년 넘게 하고 졸업 후에도 2년 넘는 시간을 투자했으니 번역본이 나오기까지 총 5년 정도의 기간이 걸렸다.
“동의보감이 당시 남산당본, 여강출판사본 2가지가 있었는데, 남산당본은 국한문 혼용체였고, 여강출판사본은 북한에서 번역한 것이라 유물론에 맞지 않는 부분들은 삭제한 부분들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한의사가 교재로 쓰기에 편한 책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반응은 두가지인데 ‘좋은 일 했구나’와 ‘지금 세상에 동의보감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 였죠”
한의사나 학생들의 반응은 좋았다. 편집이나 번역 등을 크게 틀리지 않았고 한글로 풀어놓은 용어가 오히려 어렵게 다가와 그런 부분을 쉽게 만드니 반응이 긍정적이었다. 하지만 부원장으로 근무하면서 환자들하고 이야기를 하다보면 반응이 갈렸다. ‘좋은 일했다’와 ‘귀중한 시간을 이런 데 쓰냐’였다. 나름대로 한의사 툴 안에서만 있다가 그런 말을 들으니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때 느낀 것이 국민들의 한의학 과학화의 욕구가 크다는 점이었다.

▶한의학의 과학적 근거 입증할 것
과학적 근거가 없으면 믿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사실 김형준 박사 역시 마찬가지였다. 공대 출신이기 때문에 한의학에 대한 비전은 없었다.
하지만 막상 경험해 보니 분명 효과가 있는데 왜 그렇게 외면을 받을까 하고 고민했다. 대학원을 준비하던 중 공대 친구들과 술자리를 할 기회가 있었다. 의료용 엑스레이와 MRI(자기공명영상장치)를 처리하는 프로그램을 개발 중인 친구들이었다. 그 자리에서 진로에 대해 얘기하다가 한 친구가 뇌과학 쪽에 아는 교수님이 계시다고 해서 소개를 받았다. 뇌과학에 문외한이라 걱정됐으나 MRI를 사용하는 것은 데이터가 컴퓨터로 들어오는 것이기 때문에 컴퓨터에 대한 지식만 있으면 잘 할 수 있는 분야라는 말을 들었다. 시간이 지나고 그 교수님 한 번 더 만나 뵙고 정신차려보니 어느새 그 연구실에 있었다. 그 후 뇌과학과 뇌 영상 관해 연구를 시작했다.
김 박사가 연구소에 처음 들어가 어려웠던 건 영어였다. 모든 자료들이 영어뿐이어서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영어를 안한 지 오래됐으나 자꾸 보니깐 눈에 보였다. 서울대 뇌과학 연구소에서는 주로 데이터를 처리하는 일과 편도체 형태분석을 셋업하고 white matter(뇌척수의 백질)를 분석하는 프로그램을 사용해 안정적으로 데이터를 만드는 일들을 했다.
김 박사는 당시 한의원을 개원해 운영하면서 3일 일하고 3일 연구하는 형식으로 공부다가 박사과정 들어와서는 도저히 감당이 안됐다. 임상과 연구 중 연구를 택해 한의원을 접고 전업으로 박사과정에 매진했다. 박사과정을 밟은 후 오창에 있는 기초과학지원연구원에서 연구원으로 있던 중 한의학 연구원에서 뇌영상 연구를 시작한다는 공고가 났다.
“기초과학연구원 시절에도 한의학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많았습니다. 그래서 동물실험을 통해 한의학의 효과를 입증하기 위한 제안을 몇 번 했었는데 모두 거절당했습니다. 뇌과학쪽으로 연구하는 것도 좋지만 나는 한의사이기에 한의학 쪽으로 하고 싶은 부분들도 많았는데 마침 한의학연구원에 저에게 솔깃한 공고가 나서 지원했습니다.”
한의학연구원에 들어오면서 김 박사는 ‘만성요통의 침치료효과 규명을 위한 뇌신경 영상연구’에 착수하게 됐다.
이 연구는 fMRI(기능적 자기공명영상장치) 등 뇌신경영상 장비를 이용해 만성요통의 침치료 효과 기전을 규명하는 프로젝트다. 김 박사는 미국 하버드대로 가서 성공적인 연구 결과를 가져오면 분명 파급효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뇌과학 연구를 통해서 한의학의 침이나 약물이 작용하는 기전을 밝히면 국민인식에 보탬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갖고 있다.
또한 이번 연구를 통해 한의학의 치료효과를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다는 것, 국민들이나 의학자들에게 객관적인 근거를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는 목표가 뚜렷해 보였다.

대전=김춘호 기자 what@mj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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