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호 칼럼 - 빈센트 반 고흐의 삶을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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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호 칼럼 - 빈센트 반 고흐의 삶을 생각하며
  • 승인 2013.03.14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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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호

한창호

mjmedi@http://


한창호
동국대경주한방병원
한방내과 교수

새 학기가 시작했다. 찬바람과 눈보라가 매서웠던 날들이 많았지만, 그래도 봄날이 오는 숨결을 느낄 수 있다. 어느덧 봄날이 코앞으로 다가와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사실 대학의 교정은 여느 때와 그리 다르지 않다.

깊은 숲 속 그늘에서 이제 막 피어나려는 노란색 복수초 꽃망울을 만난다. ‘슬픈 추억 그리고 영원한 행복’ 복수초의 꽃말이다. 눈 속을 뚫고 피어나는 복수초. 따스한 낮에는 활짝 피고, 밤이 되면 온 몸을 오그리고 속을 감추어 버리는 봄의 꽃. 마치 작은 해바라기를 만나는 듯하다. 아니 봄이라기보다는 추운 겨울의 막바지에 하얀 눈을 비집고 얼음을 깨고 피어나는 얼음새꽃.

고독, 열정과 신념, 그리고 사랑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 1853~90)의 아버지 테오도루스 반 고흐는 부친의 뒤를 이어 목사가 되어 27세가 되던 1849년 4월 목사로 그루트 준데르트에 부임했고, 빈센트는 이곳에서 태어났다. 11세 때부터 기숙학교에서 불어, 영어, 독어를 배웠으나 15세 때 가정형편으로 학업을 중단해야 했고, 16세 때부터 헤이그의 구필 화랑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열정적이고 세심하며 유능한 화랑 직원이었고, 성실하고 검소한 젊은이였다. 20대 때 그는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았지만 모든 것을 지닌 평범한 사람이 될 것이라 느끼고 살았다.

스물 네 살에 그는 ‘과연 누가 죽음에서 구원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골몰하였고 목사가 되겠다고 다짐하였다. 신앙심에 불타던 그는 신학대학에 진학하기 위하여 학업에 전념하였다. 공부는 어려웠지만 그래도 생존하기 위하여 필요한 것이었다. 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신학교에 입학하는 것은 실패하였다. 그러나 참담한 실패와 절망 앞에서도 그는 의지를 꺾지 않았고, 가난한 자들과 굶주린 자들에게 선교활동을 하려는 뜻을 이어갔다. 보리나주 광부들의 삶 속에 들어가 가장 가난한 사람들의 희망이 되고자 하였다.

자화상 그리고 해바라기
그는 자기 자신을 정면으로 응시했고, 자기 자신을 던졌다. 궁극적으로 그는 자화상에서 비로소 자신을 되찾았음을 깨달았다. 그는 자신이 살아 있음을 확신했고, 순수한 감성의 덩어리 속에서 희망을 그렸다. 그리하여 그가 그린 그림의 이면에는 운명을 향한 비극적이고 보잘것없으며 피할 수 없는 여정이 담겨 있다.

1987년 3월 30일 오후 7시, 런던의 크리스티 경매장에서 빈센트가 그린 열 점의 ‘해바라기’중 하나가 3629만2500달러에 팔려 나갔다. 하지만 그가 살아있는 동안에는 그의 미래는 항상 불확실했고 고독했으며, 가난하였다. 빈센트가 처음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것은 1881년 12월 그의 나이 29세 때였고, 이후 세상을 떠난 1890년까지 약 10년간 그는 879점의 작품을 남겼다.

새날이 밝았지만 밖은 그리 밝지만은 않다.

세상은 안팎으로 혼란스럽고 미래는 불투명하다. ‘키리졸브 훈련이다. 60년간의 정전협정을 무시한다. 남과 북이 핵미사일을 겨누고 있다’ 등등 전쟁의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듯도 하다. 실제 국제정세가 한 치의 예측을 불허한다. 국내외 경제상황도 좋지 않다고 하고, 한의계가 처한 상황도 녹록하지 않다. 한의계가 처한 상황에 대한 분석도 너무 다르고 해법도 너무도 상이하다. 한의계의 리더십에 대한 공론도 모아지는 것 같지 않다. 불안과 혼란이 너무도 크게 느껴지는 오늘이다.

나에게 문득 고독, 신념, 자화상, 해바라기 등의 핵심어가 떠올라 오래간만에 고흐를 생각해보았다. 그 시작은 길가에 꽃몽우리를 피운 노란색 복수초에서였다. 그리고 고흐의 삶에서 희망을 놓지 않고 열정적으로 살아간 인간의 모습을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 모두에게 슬픈 추억이 아니라 영원한 행복이 깃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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