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576) - 「金匱要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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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576) - 「金匱要略」
  • 승인 2013.03.14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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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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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벌레 먹어 상한 책자

이 책의 원서명은 「金匱玉函經」으로 漢代 張仲景에 의해 지어진 「상한잡병론」(16권)의 古傳本 가운데 하나이다. 이후 晉代 王叔和의 編次를 거쳐 정비하면서 「金匱玉函要略方」이라 하였다. 오랜 세월이 흘러 세상에는 이 전본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지내왔다. 그러다가 송대에 이르러 한림학사이자 史官을 지낸 王洙라는 사람이 館閣의 秘本을 뒤적이다 좀 벌레가 갉아 먹은 竹簡 더미[蠹簡] 가운데서 발견하였는데, 상권은 상한을 논하고 중권은 잡병, 하권에는 처방과 부인치료법이 실려 있었다고 전해진다.

◇「금궤요략」

「四庫全書總目題要」에 실려 있는 얘기인데, 그가 이 좀먹은 책자를 다시 옮겨 적을 때 앞부분은 이미 거의 없어진 상태였는지 상한부는 매우 간략하였고 뒤의 2권만 남아 전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 뒤 1066년 北宋 왕조의 校正醫書局에서 宋本「상한론」과 함께 교정하면서 중복되는 상한 부분은 생략하고 잡병 위주의 내용만 골라낸 다음 방제를 덧붙여 3권으로 다시 묶어 「金匱要略方論」이라 이름 붙여 간행하였다.

전서는 25편 262방이 수록되어 있다. 또한 이 때 앞쪽에 의론을 제시하고 방제를 뒤에 실었던 체제에서 의론 아래 곧바로 방제를 두도록 개편하여 급할 때 재빨리 찾아 쓸 수 있도록 하였으며, 여러 방서에 흩어져 있는 처방들을 일일이 찾아내 해당되는 병론 아래 배치하였다.

다루고 있는 병증은 내과잡병으로 痙濕 , 百合, 孤惑, 陰陽毒, 瘧病, 中風歷節 등 40여 종을 망라했고, 외과질환으로는 癰腫, 腸癰, 刀斧傷, 浸淫瘡 등을 다루었다. 부인과질환으로는 經, 帶, 雜病, 임신과 산후 병증을 포괄하고 있다. 이외에도 急救卒死, 臟腑經絡病脈과 음식금기 등에 관한 내용도 기술되어 있다.

북송대에 「금궤요략방론」 교정본이 나온 이후로는 판본이 하나로 통일되었으며, 많은 저술이 나오게 되었다고 한다. 비록 이 책이 완전한 것이 아니며, 왕숙화가 만든 옛 모습을 찾기 어려웠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방서에 흩어져 나오는 내용들이 모두 원래의 취지를 잃지 않았기 때문에 송대 이후 의가들로부터 「소문」, 「난경」과 함께 의학의 典型으로 여겨졌다.

이에 비해 원저자가 같은 장중경의 「傷寒卒病論」의 경우, 金代에 이르러 成無己가 주해본을 펴낸 이후로 여러 의가들이 서로 앞을 다투어 각자 자기 이름을 덧붙여 문장을 고치게 되었으니 마치 宋代 儒家들이 原書에 錯簡이 있다하여 제멋대로 고친 나머지, 원래의 뜻이 어두워지고 연원의 실마리를 찾아내기가 어렵게 된 것과 비슷하다고 탄식하였다.

이 책이 언제 우리 의학에 유입되었는지 정확하지 않다. 다만 삼국시대 이래 「상한론」의 도입과 함께 알려졌을 가능성이 높다. 조선조에 들어와 이 책은 「의방유취」에는 「상한론」, 「상한론주해」에 이어 ‘金 方’이라는 명칭으로 실려 있다. 여기에 등장하는 금궤방이 현전 「금궤요략」과 정확히 일치하는지는 알 길이 없으나 앞의 두 책과 분리하여 거명된 점으로 보아 조선 전기 이전에 이미 상한과 금궤를 별도로 나누어 인식하였음을 알 수 있다. 또 ‘玉函方’이라는 별도의 서명도 보인다.

「동의보감」 歷代醫方에는 「상한론」과 「匱玉函經」이 연이어 거명되어 있는데, “後漢 張機所著, 字仲景, 官至長沙太守”라는 주석이 달려 있다. 또 이와는 별도로 晉 葛洪의 저서로「金匱藥方」이 등재되어 있다. 본문 가운데서는 ‘金匱’라는 명칭으로 인용된 곳이 3조, 또 「醫學入門」을 통해 재인용된 문장이 1조 검색된다. 아울러 학질 맥법에 ‘要略’이라 표시된 구문도 「금궤요략방론」의 인용문으로 보았으니 대조해 볼 필요가 있다. 이외에도 부인문에는 ‘金匱當歸散’ 처방이 여러 차례 등장해 이 책의 영향성이 직간접적인 여러 방법을 통해 누대로 이어져 왔음을 알 수 있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기념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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