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574) - 馬註素問運氣論抄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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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574) - 馬註素問運氣論抄①
  • 승인 2013.02.28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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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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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기후와 五運六氣

  설 지난 지 오래되지 않았고 날씨도 들쭉날쭉하니 올 한해 운기가 어떨지 궁금해진다. 운기란 ‘五運六氣’의 줄임말로 十干과 十二支의 배합관계 속에서 빚어지는 사계절 기후의 변화를 추찰하여 자연의 변화가 인간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예측하고자 한 전통학문을 말한다. 이것은 천지자연의 변화와 인체내 질병 발생의 기제 및 치료원칙과의 상관관계를 논구한 환경의학으로서의 특성을 갖추고 있다. 이 책에는 바로 운기의학의 원류라고 할 수 있는 『황제내경』의 운기편을 가려 뽑아 원문과 함께 명대의 의경학자이자 내경 주석가 중의 하나인 馬蒔의 주석이 달려 있다.
  책표지 겉면에 적힌 서명에는 그저 ‘素問’이라고만 되어 있다. 하지만 겉장을 들추고 본문을 여니 안쪽에는 다시 ‘馬註素問’이라는 제목과 함께 六甲運氣論이라는 부제가 달려 있다. 정작 본문이 시작하는 첫

▲ ◇「마주소문운기론초」오천오운도
권 첫머리에는 ‘馬註素問天元氣大論運氣篇’이라고 다소 긴 편명이 붙여져 있다. 또 어떤 곳에서는 ‘素問抄’라고 붙여 있는 등, 여러 가지 서명이 한 책에서 섞여 나오기 때문에 다소 혼란스럽다. 후반부 첫머리에 붙어 있는 제목이 ‘馬註素問運氣論抄’라고 쓰여 있는데 바로 이 제목이 전체적인 내용을 가장 잘 대변해 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작자의 의도를 가장 잘 대변해 줄 수 있는 이 이름을 대표서명으로 삼았다.
  내용은 편차가 분명하게 나뉘어 있진 않지만 대략 전반부에는 운기에 관련한 도해와 함께 天元紀大論, 五運行大論을 다루고 있고, 후반에서는 六元正紀大論에 대한 원문과 주석이 들어 있다. 본문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을 현행 주석본과 대조해 보니 역시 그대로 전재한 것이 아니고 원문조차도 편작자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만을 발췌하였고 이에 대한 마시의 주석을 위주로 꾸몄다.
  바꿔 말하자면, 어떤 곳은 소문의 본문을 단지 문제의식을 드러내기 위한 도입부의 전론으로 제시했을 뿐이고 본문의 태반을 馬註의 해석에 집중하였다. 반면에 또 어떤 곳은 소문의 원문을 연거푸 전재하고 이에 대한 마시의 해석은 아예 생략해 버린 곳도 있다. 따라서 이 책은 단순히 원전을 해석하거나 주석자의 견해를 일방적으로 추종하기 보다는 운기론에 대한 편작자의 견해를 중심으로 소문의 본문과 마시의 해설을 씨줄과 날줄로 삼아 운기학해설서로 다시 꾸민 것임을 알 수 있다. 
  대개 「黃帝內經素問」에서 운기론을 다루고 있는 부분은 앞서 언급한 3편과 함께 六微旨大論, 氣交變大論, 至眞要大論, 五常政大論 등을 말하는데, 이른바 ‘運氣七篇’이라고 불린다. 대략 이 7편은 문체나 다루고 있는 내용이 다른 부분과 사뭇 달라 唐代 王?이 흩어진「황제내경」의 殘本을 새로이 編次하면서 없어진 부분을 자작하여 꾸며 넣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운기에 대한 가장 오래되고 정련된 논설임에 의심할 나위가 없다. 이외에도 당대 이전에 이미 소실되고 일부만 잔존해 있는 素問遺編의 本病論, 刺法論도 운기를 다루고 있으며, 분량면에서도 소문 전체 내용 가운데 3분의 1에 달하는 많은 양이 운기에 대한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고 한다.   
  조선시대 운기학은 허준이 「황제내경」을 간행할 때 함께 펴냈던 「素問立式運氣論奧」3권이 대표적이다. 송나라 劉溫舒가 지은 이 책은 운기7편을 중심으로 기본이론에 충실하게 엮어져 학습하기 좋았기에 「동의보감」에 인용되었고 여러 의가들로부터 호평을 받아 운기학의 교과서로 여겨졌다. 하지만 이후 조선에선 尹東里의 「草窓訣」이 나오면서 다분히 도식적인 이론에서 벗어나 좀 더 임상에서 방제활용에 치중한 의론으로 거듭나게 되었고 金元시대 이래 중국의학과는 확연하게 구분되는 특징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았다. 「초창결」이후 우리 의학에서의 독자적인 운기 해석에 대한 시각이 담겨져 있는 의미 있는 자료이다.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기념사업단  안 상 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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