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573) - 「瘍醫微」 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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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573) - 「瘍醫微」 ③
  • 승인 2013.02.21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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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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醫家의 神劒, 針刀
◇「양의미」 본문

이 책에 실려 있는 것 가운데 더욱 놀라운 내용은 蟲骨 항목에 있다. 충골이란 옹저가 오랫동안 낫지 않아 벌레가 생기거나 오래 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뼈가 썩어 들어가 벌레가 생기는 것이다. 여기서 이 책을 펴낸 신기영은 예로부터 이런 병증에 좋다는 약방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모두가 효과를 보지 못했고 오직 이의춘이 만든 攻瘍丹만이 백발백중 효험을 보였고 충도 없애고 뼈도 상하지 않았으니 진실로 ‘醫家의 神槍利劍’이라고 칭송하였다.

여타 잡증 항목에는 갖가지 옹저에 수반하여 병발하는 증세들에 대한 대처법이 수록되어 있는데, 열독으로 인해 번갈하는 증상, 大熱이 그치지 않는 경우, 煩燥不安한 경우 등 다양한 수반증상이 열거되어 있고 각각 이러한 외과증상에 대한 치료법과 처방들이 낱낱이 기술되어 있다.

아울러 금기항에는 옹저 치료 중에 조심하고 금해야할 지침이 제시되어 있는데, 외증인데도 불구하고 놀라거나 걱정근심하거나 화를 내고 분노하는 일을 가장 먼저 경계해야 한다고 적혀 있다. 또한 犯房을 경계하고 더러운 기운[穢氣]에 접촉되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고 했으니, 위생과 청결이 외과 치료와 시술 후 회복에 병행되어야 할 필수 조건임을 말하고 있다.

여기까지가 이 책에서 제시하고 있는 옹저 치법의 대강이자 기본처치법이고 이후로는 각종 옹저 치료 각론이 전개되어 있다. 병종에 따른 각론을 일일이 살펴보기엔 지면이 모자라거니와 전호에 소개한 전서의 목록을 참조하기 바라며, 본문 가운데 섞여있는 외과치료의 실지 의안 가운데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기로 한다.

권2 인후문에 보면 喉瘤항이 있는데 어떤 사람이 입속에 혹덩어리[肉毬]가 생겨 그 뿌리가 끈처럼 길게 매달려 5치가 넘게 자라있었다. 혹덩어리를 뱉어내고 나니 겨우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되었지만 손으로 가볍게 비틀기만 하여도 통증이 가슴까지 파고들 정도였다. 달인 약을 먹이는 한편 진사향 2돈을 2차례로 나누어 물에 타서 먹였고 혹덩어리의 뿌리 부분에 사향산을 3일간 발라두었더니 다 나았다.

또 어떤 부인이 木舌증이 생겨 혀가 부어올라 입안에 가득하고 여러 가지 약을 써보아도 차도가 없어 침 [ 針]으로 째고 출혈시키기를 5∼7차 거듭하였다. 1말 가량이나 惡血이 빠져나온 후 부종이 점차 가라앉더니 3일 만에 평소처럼 회복하게 되었다.

작년 오사카에 있는 침구사박물관에 들렀을 때, 커다란 長劍을 쇼케이스에 넣어 전시한 것을 보았다. 일순 의아스런 생각이 들었지만 그 모양이 외과용 침과 매우 흡사하다는 설명을 듣고 곧바로 수긍이 되었다. 크기는 서로 다르지만 몸을 찌르고 살을 째고 가르는 기능은 유사하다는 것이다. 하나는 사람의 인명을 해치는 용도의 무기로 만들어지고 다른 하나는 의사가 사람의 목숨을 살리기 위한 소생의 방편이 되니 모양이 같은 도구라 할지라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흉기가 되기도 하고 利器로 사용되기도 한다.

외과병증 가운데 눈여겨 볼 것은 黴瘡이다. 또 다른 이름 楊梅瘡으로 더 잘 알려진 미창은 廣東瘡, 薄皮瘡, 天疱瘡이라고도 하는 생식기 감염병으로 오늘날 매독을 말한다. 唐瘡이라고도 불리는데, 아마도 그 전파경로가 청국을 통해 유입되었기에 붙여지게 된 것으로 보인다. 황동으로 작은 종을 주조하여 여기에 수은을 태워 환부에 연기를 쏘여 치료하도록 했으니 얼마나 잘 낫지 않는 난치병이었나 짐작케 한다. 정말 난감한 문제는 임신부의 감염이었다. 加味芩朮湯으로 첫째, 安胎하고 둘째, 治 하는 치법을 사용해 연달아 몇 제를 먹여야 한다고 하였다. 또 분만을 기다렸다가 산고에서 회복하거든 곧바로 殺 散을 먹여야 하는데, 만약 이렇게 하지 않으면 태아를 보장할 수 없고 혹시 순산하여도 아이의 몸이 성할 수 없다고 기록한 것으로 보아 오랫동안 수많은 경우의 사례가 관찰되었음을 알 수 있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기념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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