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디지털의학 사암침법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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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디지털의학 사암침법 (2)
  • 승인 2013.01.31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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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준태

제준태

yueing@naver.com


한의학 위키칼럼 & 메타블로그

 

제준태
한방내과 전문의
소현자의 한의학 날개달기
http://www.kmwiki.net/xe/38008
(전호에 이어)

 

사암침법은 너무나 독창적이기 때문에, 경락이나 경혈을 사용하고 있지만 기존의 경락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디지털화된 것을 그대로 받아 들이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경락이나 경혈이 어떤 효과가 있다거나 어떻게 연결이 되거나 혹은 어떤 유주를 가지고 있다거나 하는 것은 사암침법의 사용에 있어서는 어떻게 보면 불필요한 정보에 가깝다. 사암침법의 원전에 있는 그대로 받아 들이는 것부터가 사암침법을 시작하는 방법이다.

영수보사의 체계도 그렇지만 분절화된 경락과 경혈은 시술자가 이해하기 쉽고 또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들게 하지만, 모든 질환에 사용하기에는 사실 그렇게 적합하지는 않은 체계이다. 때로는 장부상통이나 상하상전과 같은 원리, 거자법과 무자법의 원리, 영추 관침에 나오는 침 시술의 원리들이 필요할 때가 있고, 그럴 때는 그 방법을 쓰는 것이 보다 효과적일 수 있다.

치료 방법은 다양하다. 최적의 치료를 위해서는 여러 가지 치료법을 알고 있을 수록 유리하다. 치료 방법 중에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지 곤란하거나 어렵다는 것은 치료법에 대한 개념 이해가 부족해서 치료의 술기만 알고 치료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치료법의 공부는 원리부터 공부해야 한다. 사암침법은 기존의 아날로그식 침법과 전혀 다른 디지털 형태의 침법이다. 기존의 것을 신경 쓰지 말고 오로지 사암침법만 보면서 봐야 볼 수 있다. 하지만 사암침법이 다른 침법에 대해 더 우수하다거나 더 완벽한 침법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독창적이고 새로운 방식의 접근 방법이 필요한 것 뿐이다.

비교적 최근에 개발된 동씨침, 평형침, 일침 같은 침법들은 아예 ‘점’으로서의 경혈 기능에 더 집중하고 있다. 이들 역시 ‘선’으로서의 경락에서 시작한 경혈침술들이나 혈들이 가지는 속성에 치중한 사암침법과는 다른 방식으로 이해하고 접근해야 한다.

그러면 ‘이렇게 다양한 침법이 있는데 어떤 것이 우수한가’라는 문제가 남는다. 이 문제에 대해 학부생 때부터 고민해왔지만 사실 필자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현재까지 임상실험에서는 침법에 따른 뚜렷한 차이를 보여주지는 못 하고 있다. 현재 세계 각지에서 기존 연구를 바탕으로 침의 효과를 최대한 분리해서 침의 효과를 검증하려는 연구를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침술 사이의 비교 우위에 대한 측정은 막연한 실정이다. 침을 놓는다는 자극만으로도 충분히 높은 치료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피부를 관통하든, 관통하지 않든, 유침을 하든 하지 않든 혈위에 놓든 다른 혈위나 비껴서 놓든 간에 치료 효과는 지나칠 정도로 우수하다는 결과만 반복적으로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침법을 다양하게 익혀야 한다는 것은 상황에 따른 다양한 변수 때문이다. 사암침법이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순간은 손발만 걷으면 될 때에 있다. 아시혈을 취하면 도무지 자세가 해괴해서 답이 나오지 않을 때 정경침을 이용하면 좋다. 침을 맞는 것 자체를 너무 무서워 해서 여러 개의 침을 놓는 것이 부담스러울 때나, 혹은 대량환자 발생시 처치(일반적인 한의원 보다는 공익적 목적이나 전투, 재난, 재해에서의 응용 목적)를 위해서 소수의 혈위만 적용 가능할 때 동씨침 같은 특효혈 위주의 처방을 고려하면 더 효과적으로 환자 치료에 임할 수 있다. 실제 평형침법의 시작은 중국의 군진의학에서 활용을 목적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생각하면 특효혈이나 팔다리에만 시술하는 것이 얼마나 큰 장점인지 알 수 있다.

실질적인 치료 효과에 차이가 있다면 더 다양한 방법으로 치료에 접근해 볼 수 있을텐데 앞으로 연구가 밝혀내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고, 그래서 더욱 기대하면서 연구 동향을 지켜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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