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에 상주하는 국정원 요원 정진수(한석규)는 불법무기거래장소를 감찰하던 중 국적불명, 지문마저 감지되지 않는 일명 ‘고스트’ 비밀요원 표종성(하정우)의 존재를 알게 된다. 그의 정체를 밝혀내기 위해 뒤를 쫓던 정진수는 그 배후에 숨겨진 엄청난 국제적 음모를 알게 되면서 걷잡을 수 없는 위기에 빠진다. 한편 표종성을 제거하고 베를린을 장악하기 위해 파견된 동명수(류승범)는 그의 아내 연정희(전지현)를 반역자로 몰아가며 이를 빌미로 숨통을 조이고, 표종성의 모든 것에 위협을 가한다.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에서 세종대왕 역을 하면서 연기의 지존으로 재등극했던 한석규와 도대체 이 배우의 실제 모습은 어떨지 궁금할 정도로 맡는 역할마다 제대로 된 캐릭터를 소화해 내는 하정우, 류승완 감독의 동생이기 때문에 그의 영화에는 꼭 출연하는 변화무쌍한 연기력의 소유자 류승범, 작년 ‘도둑들’로 천만배우에 등극한 전지현이 한 영화에 등장한다는 것만으로도 영화의 반은 먹고 들어간다고 할 수 있다.
거기에 2010년 ‘부당거래’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류승완 감독이 자기의 본래 모습인 한국형 액션 영화를 선보이는 작품이기에 관객들은 일단 믿고 볼 수 있는 영화다. 이미 개봉 전부터 이러한 엄청난 캐스팅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던 ‘베를린’은 실제로 개봉 후에도 이름값을 제대로 한 배우들의 덕을 받을 것 같다.
단, 영화 초반부의 이야기가 복잡하면서도 빠르게 진행되면서 관객들이 정리할만한 시간을 주지 않아 약간 이해가 되지 않을 수도 있겠기에 좀 더 집중해서 봐야한다. 물론 뒤로 갈수록 충분히 설명해주기 때문에 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는데 혹시나 약간의 걱정이 앞선다면 인터넷 등에 먼저 본 사람들이 올린 글들을 보고 가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 있다.
그리고 베를린과 라트비아 등에서 진행한 로케이션 촬영은 우리에게 낯선 이국적인 풍광을 보여주기에 적절했고, 그 속에서 펼쳐지는 남북한 요원들의 몸 사리지 않는 첩보 액션 장면은 류승완 감독과 정두홍 무술 감독의 전매 특허 연출이기에 그동안 제대로 된 액션 장면을 기대했던 관객들에게는 영화 보는 재미를 극대화시킬 것이다. 이처럼 볼거리 충만한 ‘베를린’은 100억 원의 제작비가 들어간 한국형 블록버스터 영화로서 면모를 보여주면서 과연 2013년 새해 벽두부터 천만관객의 신화를 써 내려 갈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상영 중>
황보성진 / 영화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