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 칼럼 - 욕을 하면서도 사게 되는 ‘현대차’처럼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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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칼럼 - 욕을 하면서도 사게 되는 ‘현대차’처럼 되자
  • 승인 2013.01.17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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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김영호

mjmedi@http://


 

부산시한의사회 홍보이사
공감한의원 원장
현대차, 국민들 기호 맞춰 무엇을 포기하고 강화해야하는지 알아

현대차는 같은 계열사인 기아차를 포함하면 우리나라 자동차 시장을 거의 독점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의 소비자들은 현대차를 ‘호일차’라고 부른다. 그 이유는 차체의 내구성이 떨어지고 특히 내수용과 수출용의 차이가 현격하다며 비난하는 경우가 많다. 현대차를 오래 탄 소비자로서 필자 역시 그들 대부분과 생각이 다르지 않았다.

그런데 요새 문득 생각이 바뀌었다. 현대차는 국민들의 기호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고 무엇을 포기하고 무엇을 강화해야 할지 알고 있었다. 우리 한의계가 본받아야할 부분을 여기서 찾았기에 이번 칼럼을 차 이야기로 시작한다.

우리 집 첫차의 추억으로 많이들 간직하고 있는 ‘스텔라’. 그렇게 넓은 실내 공간을 보유하고서도 1500cc였다. 그로 인해 소나타, 그랜저 등 현대차 패밀리 세단들의 내부 공간이 역사적으로 넓었고 준중형이나 소형차까지 내부공간은 참 넓다. 3대가 함께 살던 당시 한국의 상황을 적극적으로 반영한 것이다. 최근에는 승차감과 인테리어, 편의사항, 날렵한 디자인을 선호하는 한국 소비자들의 취향에 따라 엔진소리가 들리지도 않게 조용히 움직이고 화려한 인테리어, 날렵한 디자인을 선보여서 여전히 높은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차량 구입자 중 일부만이 대형 사고를 경험하고 그때서야 느끼게 되는 차량 내구성에 쓰일 비용과 노력을 차량 구입자 누구나가 선호하는 외부적인 모습과 승차감에 집중한 셈이다.

우리 한의학도 현대차의 경우를 통해 한의학의 미래를 모색하고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홍보해서 전체 한의계가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많은 분들이 한의계도 치과처럼 임플란트 같은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고 말씀하시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본다. 그 이유는 치과사회가 어렵고 포화상태일 때 한국의 치과의사들이 임플란트를 발명한 것이 아니라 외국에서 도입한 것이고 그에 대한 충분한 인프라와 자본, 회사가 전 세계적으로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지, 한의계처럼 오로지 우리 국내에서 임플란트와 같은 새로운 시장을 만들기는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고속도로나 KTX 열차 철로의 주변은 허허벌판이지만 목적지가 뚜렷하기에 자동차나 열차는 거침없이 달려간다. 현재 한의계의 주변상황은 허허벌판의 차가운 겨울 들판 같지만 우리에게는 현대차처럼 영리한 목표가 뚜렷하다면 앞으로 희망을 꿈꿀 수 있다. 목표를 설정하고 의료 소비자들의 나머지 니즈(needs)는 과감히 버려야 한다.

‘한의원에 가봐야겠다’는 그 순간을 목표로 잡자

개인적으로 한의계는 ‘어혈’에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혈을 눈으로 볼 수 있는 정확한 진단 장비가 있으면 가장 좋지만 우선 ‘어혈에 대한 전국 한의원 공통 진단지’를 만들고 주관적인 증상이 몇 개 이상 해당되면 어혈성 증상이라는 공통된 진단이 나와야 한다.

그리고 일반 한의원은 ‘교통사고 후유증’과‘생리통’처럼 비교적 흔한 어혈성 질환에 포커스를 맞추고 대학병원은 ‘중풍’을 재조명하여 국민적인 상식에 부합하는 ‘어혈 질환’특화를 해야 한다. 그리고 1년 동안 한의사 협회 및 방송, 칼럼까지 모든 대중매체를 어혈에 포커스를 맞추어 붐을 일으켜야 한다. 그래서 ‘만성암’에 대한 관리까지 확장시킨다면 ‘어혈’하나로 한의계가 가져올 수 있는 파이는 상당하다고 본다.

특화 질환이 아니라 ‘특화된 변증명’으로 한의계는 학문적 신뢰성과 대중성 두 가지 모두를 국민들에게 어필하여 다시금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그리고 ‘어혈’은 한의학만의 독특한 진단이라 현대의학과 차별성을 둘 수 있고 많은 질환과 연계되어 있어 다양한 질환으로 응용이 가능하며 담음이나 식적과 같은 용어보다 국민들이 더 보편적으로 알고 있는 한의학 용어라서 홍보가 유리하다.

예를 들어 ‘약이나 주사로 치료가 안되는 당신! 어혈을 의심하라’와 같은 캠페인 문구로 1년간 대국민 홍보를 하면 어떨까 기대된다.

보편적인 국민들의 인식에서 ‘한의원에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그 순간, 바로 그 순간’을 목표로 잡아야 한다. 아무리 노력해도 2등이 되는 분야에 에너지를 쏟거나, 두루 잘하려고 하는 것보다 우리가 독보적으로 1등이 되는 분야를 찾아서 나머지 분야들을 과감히 포기하고 한의사 전체가 똘똘 뭉쳐 ‘하나의 목표에 집중해야 하는 시기’가 바로 지금이다.

조미료가 나쁜 줄 알아도 조미료가 듬뿍 든 중독성 맛 집을 찾고 조미료를 쓰지 않고 우수한 식재료를 써서 음식을 양심껏 파는 식당들은 망해가는 시절이다. (가까운 미래에는 반드시 바뀌어야겠지만 조미료 맛 집이 조미료 때문에 망하는 일은 없을 것 같다.) 양방치료도 득과 실이 분명하지만 ‘실’이 있다는 것을 알아도 ‘득’이 더 크기에 찾아가게 된다. 우리 한의사들은 그것을 탓할 것이 아니라 우리만의 ‘더 쎈 조미료’를 찾자.

고급 수입차들도 ‘엔트리급 모델-고급 브랜드의 비교적 저가형 모델’을 통해 처음 브랜드에 발을 들여놓게 유도하고 조금씩 높은 단계의 차를 사도록 전략을 짜고 있다. 한의원 치료도 받아본 사람들의 만족도가 높고 받아보지 않은 사람들의 비난여론이 높듯이 한의원 문턱을 낮추는 목표에 어혈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였으면 한다. 일부 개원의가 대박을 내는 한의학에는 미래가 없다. 다 같이 잘되는 풍토를 조성하고 다 같이 잘되어야 지속 가능한 발전이 이루어진다. 혼자 꾸는 꿈을 모아 다 같이 ‘희망과 현실’로 이루어지길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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