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 산책(569) - 「雜書」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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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 산책(569) - 「雜書」 ①
  • 승인 2013.01.17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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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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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속의약 가득한 민간 醫俗자료

◇「잡서」

사회의료 체계가 영성했던 왕조시대에 궁벽한 산골이나 가난한 민중들 사이에선 의원을 찾아 치료를 받거나 값비싼 약을 쓰기 어려웠기에 다분히 俗信에 가까운 민간요법이나 혹은 효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주술행위에 의존하곤 하였다. 그것들은 대부분 의료적인 처치라기보다는 무언가 초월적인 존재에 간구하여 심리적 안정을 기대한 것이었다. 하지만 때때로는 숨기고 싶은 질병을 들어냄으로써 마을공동체 안에서 서로 전염되어 집단 감염되는 불상사를 다소간 막아내는 효과를 거둘 수 있었을 것이다.

오늘 소개할 책은 수세기 전 바로 이렇듯 의료혜택을 제대로 향유하기 어려웠던 하층민 사회에서 횡행했던 의료에 관한 습속의 몇 가지 면모를 살펴볼 수 있는 필사본 자료이다. 겨우 끈으로 묶은 책의 형태를 띠고 있긴 하지만 서명도 제대로 갖추지 못했고 지은이도 또한 밝혀져 있지 않다. 다만 후대의 소장자가 오래 두고 보아 닳아빠진 책의 밑단을 보강하고자 다시 손질하여 간수하면서 덧붙인 배접지에 ‘雜書外, 裵生員宅卷’이라고 적어 놓았기에 이것을 기준으로 서명을 대신하였다.

책머리에서부터 종창신방이 기재되어 있다. 마모가 심하여 미처  읽히지 않는 곳이 많지만 석웅황과 백반, 경분 등 몇 가지 약재를 가루로 장만하여 眞油[참기름]와 鷄卵白水[달걀흰자], 亂髮灰로 반죽하여 병소에 바르고 10일이 지난 후엔 白楊湯으로 세척하는 방법이다. 일종의 外治方인데 본문에 앞서 채록해 놓은 것은 아마도 다급할 때 빨리 꺼내어 쓰려는 의도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어 다음 장엔 기이하게 그려진 거미줄처럼 생긴 눈알 모양 부적그림이 실려 있는데, 그 밑에 써진 제목에는 ‘   눈神方’이라 적혀 있어 대략 이것의 용도를 짐작할 수 있다. 설명에는 이 그림을 그려 문 위의 벽에 붙인다고 되어 있다. 이때 壁書에 담긴 내용은 東海龍王에게 외치는 저주에 가까운 내용을 담고 있는데, 아마도 토속신앙에서 내려오던 것을 한문투로 옮겨 적은 것이 아닌가 싶다. 3번을 외치고 병이 그치면 그림을 떼낸다고 했으니 실물이 남아 전하긴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간혹 민속자료에 보이는 눈이 하나로 붙은 3마리 물고기 그림도 바로 이와 같이 용왕신에게 치병을 구하는 전형적인 형태의 눈병 부적이라 하겠다.

驗雨法, 驗立春法, 歲時雜記 등 田家생활에서 소용되는 여러 가지 주제의 예지법을 적은 것이나 등불이 타오르는 형태나 불꽃의 모양으로 집안 대소사의 길흉을 점치는 燈火占, 까마귀의 우는 시간대나 울음소리로 가까운 장래의 길흉과 소식을 예측하고자 했던 占鴉   經과 같은 점복에 관한 내용이 실려 있다.

하지만 모두 소개하긴 어렵고 뒤이어 수록된 周公解夢全書에는 주제에 따라 天文類, 風雨霧露雷雲霜雪電類, 地理類, 道路橋市類, 佛道鬼神類, 身體類, 夫妻産孕類, 呼召觀見類, 歌樂病死類, 沐浴厠穢類 등 30여 가지 주제로 갖가지 꿈에 대한 의미와 길흉이 분가름되어 있어 흥미를 자아낸다. 아마도 옛 사람들은 꿈에 나타나는 여러 가지 기이한 현상들이 평소 자연과의 교감을 통해 자신을 둘러싼 주변과의 상징적 요소들로 발현되어 앞날에 대한 豫兆를 보여준다고 생각해 온 같다.

기타 잡다한 속설과 잡방들이 실려 있는데, 『동의보감』에 실려 있다고 해서 화제가 된 隱形法, 아들을 씩씩하게 키우는 養男法, 집안 대소사를 안정시키는 禳不安法, 온역이 생긴 집의    氣를 막아내는 禳瘟法, 모기나 벼룩, 이 같은 해충을 물리치는 방법[   蚊      臭蟲]들이 있다. 또 태아의 성별을 가리는 知胎孕男女法, 병자의 생사를 예측하는 知病人死生法, 질병을 물리치기 위한 주술 百病消滅法, 온역을 피해가는 주문 避瘟呪, 뿐만 아니라 질병과 관련해 길흉을 따지는 得病凶日, 不見病人日, 不見死人法, 諸   防法 등이 실려 있다. 세상사가 복잡다망 할수록 이를 피해갈 잡지식이 절실해진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기념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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