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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차로 - 100일간의 비대위를 돌아보며
2013년 01월 10일 () 17:01:59 참의료실천연합회 mjmedi@mjmedi.com

▣ 비대위 100일을 맞아
참실련은 고작 2011년 10월 말에 창립총회를 한 아직 작은 단체였고, 일하는 사람이 많은 것도 아니었다. 그래도 천연물신약은 2011년에 3개, 2012년에 1개가 허가된 데다가 다수의 예비 의약품들이 임상시험을 마쳤거나 마칠 예정이어서 쏟아져 나올 신약들도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는 더는 기다릴 수가 없었다.

한의사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제기된 참실련의 비난에 대응도 하고 천연물신약 문제도 알리기 위하여, 역량 부족인 상황이었으나 한의계에 인재가 많다는 걸 믿고 한의계 전체에 적극 동참하게 되었다. 대의원 TF에서는 9월 2일 임시 대의원 총회를 제안하였으며, 밤늦게까지 치열한 토론 덕에 ‘한약제제, 천연물신약, 의료기기’ 문제를 주관하는 한의사협회와 별도의 비상대책위원회가 꾸려졌다.

▣ 왜 비대위가 따로 결성되었나
한약제제, 천연물신약, 의료기기의 현안들은 현재 한의계에서 가장 큰 현안들이다. 이 큰 현안들을 40대 협회에서 맡지 않고, 비대위가 맡게 된 원인은 40대 집행부의 행보에 대한 의구심과 개혁의지의 부족 때문이었다. 앞에서는 ‘의권을 수호하겠다, 왜곡된 한약정책을 바로잡겠다’고 주장하였지만 뒤로는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40대 집행부가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현안들이 따로 있는 듯 보였다. 회원들의 강한 질타와 주장은 협회를 마지못해 끌어낼 뿐 적극적으로 정부와 정치권에 어필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는 40대 집행부의 인적 구성이 ‘제약회사, 건강식품 회사’와 관련된 자들이 많아 소위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겼기’ 때문으로 해석되기도 했다.

▣ 어렵게 꾸려진 비대위
비대위는 임총 결의가 지난 지 한 달이 되어서야 겨우 꾸려졌다. 협회와 업무 분담이 제대로 안된 상황에서, 너무나 어려운 현안만 모아서 맡은 비대위 구성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예상했었다. 비대위원장이 되면 좋겠다고 추천된 분들이 모두 한사코 거절하였다.

지금 비대위원장을 맡은 안재규 위원장님도 한사코 거절하였다가 지속적으로 찾아오고 설득하며 매달리는 대의원 분들 덕에 위원장을 수락하였다고 들었다. 2002년에 한의사협회장 시절 식약청에 반대 의견서를 냈던 ‘기성한약서로 생약제제 허가 면제, 천연물의약품 등 용어 문제’ 들이 전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다시 그 현안을 떠맡게 된 것을 훗날 알게 됐다.

▣ 10년 만에 똑같이 다시 시작하는 현안들
안재규 집행부가 물러난 이후 한의협에서는 ‘기성한약서로 의약품 허가 면제, 용어정리 문제’ 해결에 대한 노력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오히려 해가 가면서 여러 차례 고시 변경을 통해 더욱 상황은 악화되었다. 용어 혼돈의 문제는 제약산업계에도 많은 민원을 초래하였다고 한다.

이들을 해결하기 위해 2010년 식약청 공무원 주도하에 각 단체들이 모여 용어정리를 하려고 했을 때 가장 반발한 것은 약사회였다. 이 모임에 40대 집행부가 참여하면서 적극적으로 약사회의 논리를 방어하지 못한 것도 안타깝다. 그리고 2012년 9월 비대위가 꾸려지면서 10년전의 과제가 다시 시작되었다.

▣ 천연물신약 문제를 정치싸움으로 몰고간 40대 집행부와 그 주변
9월 2일 임총 이전에 40대 집행부에 대해 느꼈던 분노는 천연물신약과 관련된 한의사의 전문성 침해 문제를 적극 해결하지 않으려 했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그 이후엔 천연물신약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비대위를 사사건건 물고 늘어지며 ‘약침학회 배후설, 협회장 선거 출마설, 한의사협회 권력 쟁취’ 등으로 음모론을 써가며 몰고 가는 것 때문에 더욱 분노하게 되었다.

이러한 발목잡기와 음모론, 그리고 정치 투쟁에 대응하느라 한의계의 역량 소모가 심각했다. 천연물신약 문제를 한의계의 헤게머니 장악을 위해 참실련과 비대위가 이용한 것이라는 게 40대 집행부의 시각이었는데 한의계가 죽느냐 사느냐 하는 마당에 권력다툼을 벌이는 모습에 기가 막힐 뿐이었다.

10월 말에는 40대 집행부의 첩약의보 시범 사업이 알려졌다. 그런데 내용을 들여다보니 한약조제 약사도 같이 참여하는 첩약 바우처였다. 건강보험다운 한의사의 전문성을 이용한 건강보험 사업이 아니었다.

이를 알고서 일선 한의사들은 김정곤 집행부의 ‘무능, 개혁의지 부족, 거짓말’ 에 이어 다시 크게 분노할 수 밖에 없었다. 이는 협회 점거 사태로 번져가며 한의계의 역량을 분산시켰다. 천연물신약 문제로 국정감사를 잘 마치고 여세를 몰아 투쟁을 보다 강화해야할 때 아주 적절한 시점에서의 힘빼기였다.

▣ 그래도 기쁜 점들
한의사가 드디어 한약에 대하여 전문가다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점, 국정감사를 통해 정치권에 한약 제약산업 개선점을 이해시켰다는 것, 정부 당국이 한의사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는 것, 그리고 현대한의학의 모습을 그리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천연물신약으로 시작되긴 했지만, 근본적으로는 한약재, 한약 처방으로 만든 모든 의약품에 관한 투쟁이다. 어디까지 한약재이며 한약인지에 대한 범주 설정, 개념, 현대 한의약품의 모델 등 우리는 논의해야 할 일들이 많다.

또 아울러 안재규 전 회장님의 진정성과 후배들을 아끼는 마음을 보게 된 점. 김필건 수석님과 같이 사심없이 한의원과 생활도 다 팽개치고 전력투구해주시는 선배님을 알게 된 점, 여러 유능한 젊은 한의사들과 선배님들을 만나게 된 점 등이 이번 투쟁이 힘들지만 기쁘게 느껴지는 부분이다.

▣ 비대위를 지켜야 한다
우리는 힘들게 중앙대의원 분들이 만들어준 비대위를 지켜야 한다. 소중한 투쟁을 하는 비대위인데도, 흠집내고 악의적인 소문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을 보면 분노를 금치 못하겠다. 비대위는 훗날 한의사의 전문성을 강화하여 국민건강권을 증진시킨 투쟁을 주도하였다고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제 그 비대위를 지켜 남은 비대위의 임기 동안 다음 투쟁을 위한 전환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진욱 참의료실천연합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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