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568) - 전설이 된 시골의사 怪疾治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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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568) - 전설이 된 시골의사 怪疾治驗
  • 승인 2013.01.10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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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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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견록」

위아래로 기다란 장방형 소책자 형태를 띠고 있는 이 필사본은 겉모습만 보아도 꼼꼼한 시골 노인네가 정성을 가득 담아 적어 내려간 경험방서임을 알아차릴 수 있다. 개인이 소장용으로 만든 것인지라 애초부터 목차나 서문은 붙어 있지 않았던 것 같다. 본문 첫 장부터 곧바로 眼部에서 시작해 食傷部, 積聚部, 泄痢部, 血部, 淋部, 部로 이어지고 있어, 본문 구성에 있어서는 특정한 계통성이 없이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채록했던 것으로 보인다.

본문에는 여기저기 추가로 보입한 내용들이 적혀 있는 것으로 보아 다른 책을 두고 베껴 쓰거나 편찬 의도에 따라 계획적으로 작성한 것 같지 않다. 주로 단방을 기재하거나 민간에서 흔하게 구할 수 있는 간편 약재를 사용하여 손쉽게 고칠 수 있는 본초방을 많이 기록했지만 병증에 따라서는 針穴이나 灸法도 기재되어 있고 외치법도 다수 수록하고 있다.

약재명이나 재료로 쓰이는 물질 이름에는 간간이 한글로 기재한 것을 볼 수 있는데, 한자명이나 약명보다는 우리말로 부르는 향명이 훨씬 알아채기에 편리하였기 때문이었을 것으로 여겨진다. 그래서인지 한자명과 한글이름을 병기한 곳도 적지 않게 눈에 띈다. 예컨대, 靑箱子 만도 미, 秦皮 물푸레 질, 木 귀롱나무겁질, 木槿 무궁화나무, 大麻子 삼씨, 天鼠膏 , 葵根 아옥 등과 같은 예이다.

또 소수이긴 하지만 기성방제도 몇 가지 수재되어 있는데, 正氣天香湯, 人蔘養胃湯을 학질에 응용하고 있어 흥미롭다. 앞의 것은 학질 발생 초기 增寒壯熱, 頭疼口乾, 有汗 증상에 쓰고 있고 후자는 아마도 오래 된 학질증에 통용방으로서 寒多, 熱多, 汗多, 飽悶, 瀉不知, 嘔예, 痰多, 長夏暑熱 등의 증상에 따라 응용할 수 있는 다양한 가미법이 소개되어 있다.

또 부인문에는 安胎飮과 佛手散이 등재되어 있는데, 임부의 산전산후에 없어서는 안 될 명약으로 이미 정평이 나있는 터라 함께 수록한 것으로 여겨진다. 물론 이 역시 병발증상에 따른 가미법이 다양하게 소개되어 있다. 권 후반에는 이러한 대표방이 다수 수재되어 있는데, 無比山藥元, 神仙旣濟丹, 當歸膏, 六味丸 등 五勞七傷에 쓰이는 補劑로부터 疎風活血(中風四肢), 疎經活血(婦人), 十神(兩感), 除濕(感傷咳嗽痰熱), 補中益氣(自汗倦), 香砂六君子(不食), 杏蘇(傷風咳嗽痰盛涎) 등 50여 종의 명방이 수록되어 있다.

그 뒤로는 여기저기서 얻어들은 경험방이 채록되어 있는데, 唐瘡과 같은 악창에 붙이는 고약은 鄭啓祥神方이라고 적어놓았고 몇 가지 언문 처방엔 晉州 金生和得之藥이라는 주기가 달려 있다. 또 詳原사는 蘇哥의 神方, 士邨經驗神方, 此則聞先病者, 右趙學魯藥, 此則李童之藥과 같이 출처가 밝혀져 있다. 권말에는 丁卯年 至月에 笠井洞에서 粧冊했다고 적혀 있어 채록하여 작성한 자는 어느 시골에 살던 사람이 아니었나 싶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책의 가장 큰 특색이자 매력은 괴질부에 드문드문 채록해 둔 몇 가지 치험례이다. 이 사례들은 아마도 작성자가 실제 경험한 것을 실었다기보다는 치험방을 채록하면서 주변에서 얻어들은 것들을 적어놓은 것이겠지만 짧은 본문에 비하여 곰곰이 되새겨 볼만한 사례가 전개되어 흥미롭다.

그중 한 사례는 長强穴에 짐승의 꼬리처럼 異物이 돋아나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아파 죽을 지경에 다다른 환자였는데, 백약이 무효였으나 한 시골의사[鄕醫]가 커다란 銀鍼으로 째고 나서 곧바로 큰배[大梨] 10개를 얇게 저며 뜨겁게 뜸을 뜨게 하였다. 열기가 식으면 다시 배를 갈아붙여 이같이 하길 반복하니 다 낫게 되었다. 이러한 치료사례는 외치술과 향약구법을 곁들인 특이치료 경험을 채록한 것이라 하겠다. 또한 이 책은 지역특색이 담겨있는 향약방들이 채록된 향약간이방이라 할 수 있어 참고가치가 있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기념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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